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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프리미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진화하는 현대·기아차 디자인

  • 기사입력 2012.04.26 14:30
  • 기자명 이상원

[오토데일리 이상원 기자] '디자인이 브랜드 파워를 좌우한다' 
 
최근에 등장하는 신차들이 소위 '대박'을  치고 못치고는 디자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과 판매가 밀접한 관계로 이어지면서 결국 브랜드 파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도 바로 디자인이다.
 
아무리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디자인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을 수가 없다.
 
국내시장에서 한 때 수입차시장을 휩쓸던 일본차들이 지금은 독일세에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도 빠르게 바뀌는 국내 소비자들의 감성적인 면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차량의 성능, 가격이 고객의 구매 결정의 주요한 요인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660만대를 판매,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의 자리를 확고히 했으며 올해는 700만대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질주는 정몽구 회장이 그간 꾸준히 강조해 온 품질경영을 근간으로 신기술의 개발과 차별화된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원동력은 역시 디자인이다.
 
영국 왕립예술학교 RCA(Royal college of Art) 데일 헤로우 교수는 얼마 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제 유럽 최고수준의 차들과 동등한 수준"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일본 경제신문도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는 유리한 환율 조건이나 품질 향상 등 운과 실력을 꼽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디자인 향상이 주된 이유"라며 현대차의 강점으로 디자인을 꼽았다. 
 
◆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

현대차는 독창적인 디자인 미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를 통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세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유연한 역동성’을 의미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조형언어인 플루이딕 스컬프쳐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과 매끄러운 조각과 같은 느낌의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차만의 진취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디자인 철학이다.
 
현대차는 이같은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각각의 신차에 개별적인 디자인 컨셉을 부여, 같은듯 하면서도 차별성을 부여해 나가고 있다.
 
쏘나타YF는 ‘플루이딕 스컬프쳐’의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강인함을 내재한 유연함’을 상징하는 ‘난’의 선을 모티브로 디자인해 날렵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세련미를 추구했다.
 
국내의 경우, 쏘나타YF의 디자인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일부에서 내놓고 있지만 북미에서 연간 20만대 가량 판매되는 등 글로벌시장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이같은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신형 아반떼도 공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윈드(Wind)’와 예술적 조형물을 의미하는 ‘크래프트(Craft)’를 바탕으로 디자인, 바람의 움직임을 통해 형성된 자연의 형상을 자동차로 구현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쏘나타 못지 않는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현대차의 디자인은 자연을 핵심 모티브로 하면서도 차급별로 차별화된 패밀리룩을 지향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형 승용차 이상에는 독수리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윙타입 그릴을, 중형 이하 승용차와 소형 SUV급에는 핵사고날 그릴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 토마스 뷔르클레 수석디자이너는 “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벌집형태의 헥사고날 이미지는 자연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효율적이고 치밀한 구성의 상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소형 및 중형 세단과 SUV 라인업에는 헥사고날 디자인, 준대형급 윙 셰이프(Wing Shape) 적용하면서 차급별 간 이원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은 역사와 문화, 경제상황 등 각종 여건에 따라 취향과 트렌드가 다르기 때문에 주요 6대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별 특화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즉, 과시성향이 있고 화려한 디자인, 고급감을 선호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적용한 중국 전략 모델 위에둥, 링샹, 경제성, 실용성, 간결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인도 시장에서는 심플한 디자인의 i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현대차, 모던 프리미엄으로 브랜드 고급화 도전 
 
현대차는 지난 3월 개막된 2012 제네바모터쇼에서 컨셉카 아이오닉(i-oniq)을 세계 최초로 공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현대차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컨셉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아이오닉은 지금까지의 현대차 디자인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현대차의 디자인 패밀리 룩인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베이스로 더욱 정교한 선이 만들어 내는 부드러운 보디 라인과 근육질을 형상화한 면의 아름다운 조화는 앞으로 현대차의 디자인이 어떻게 변화할 지를 미리 예고하고 있다.
 
뷔르클레 수석 디자이너는 현대차는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며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디자인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차종에 따라 특색있는 디자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BMW 출신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영입, 디자인부문의 프리미엄 브랜드화를 위한 업그레이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기아 디자인의 파워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중 디자인의 파워를 가장 크게 절감하고 있는 업체는 바로 기아자동차다.
 
기아자동차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내수시장 점유율이 20% 초반대에 머물러 왔지만 2009년 27%대를 넘어선데 이어 최근에는 32%에 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시장에서도 새로운 디자인의 쏘렌토,  K5 등 주력모델들이 투입되면서 평균 20%라는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는 올들어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24%라는 가공할 만한 성장율을 기록,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을 전율시키고 있다.


◆연이은 신차대박…공통점은 매력적인 디자인

이같은 성장의 원동력은 기아차가 4년 전부터 추진해온 디자인경영의 효과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2006년 9월 기아차는 파리모터쇼에서 세계무대에 디자인경영 출사표를 던지고 글로벌시장에서 도약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당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각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디자인경영의 첫걸음으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손꼽히던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담당(CDO, Chief Design Officer) 부사장을 전격 영입했다.
 
이후 슈라이어 부사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미국.일본 등의 기아차 해외디자인거점들을 모두 관장하면서 차별화된 기아차만의 독자 디자인 개발에 주력해 왔다.

슈라이어부사장은 기아차에 '직선의 단순화(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라는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라인'을 뜻하는 이 '슈라이어 라인'은 이후 출시된 기아의 신차들이 기아차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지침이 됐다.
 
동시에 기아차는 디자인 인프라 구축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기아차는 2007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건설한 유럽총괄법인(KME) 신사옥에 기아차 단독의 유럽디자인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2008년 6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도 기아차 단독의 미국디자인센터를 건설했다.

독일과 미국의 단독 디자인센터 완공으로 기아차는 한국과 유럽, 미국, 일본 등 아시아-유럽-북미를 잇는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한국의 디자인센터는 서울에 위치한 선행디자인연구 부문과 남양의 글로벌디자인센터로서 그 역할을 보다 강화했으며, 유럽(프랑크푸르트), 미국(캘리포니아), 일본(치바) 등 해외 주요 디자인센터는 글로벌 최신 디자인 트렌드 관련 정보 수집 및 현지 소비자들을 위한 디자인 개발에 주력토록 했다.

기아차의 패밀리 룩은 지난 200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공개된 컨셉카 키(Kee)에 최초로 적용된 이래 쏘렌토R, 스포티지R, 프라이드, 포르테, K7, K5에 적용, 대박을 터뜨렸다. 
 
기아차의 패밀리 룩은 호랑이 코와 입을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으로 동물의 인상을 형상화 함으로써 제품의 특성을 강조했다.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의 코와 입모양처럼 상하단 라인의 가운데가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5월 출시될 기아차의 플래그쉽 모델인 K9은 `고급감'과 `정교함'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 제시하고 있다.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의 핵심은 고급감과 디테일이다.
 
즉, 기존 대형 세단이 무겁고 권위적인 이미지였다면, K9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존경 받으면서도 여전히 젊은 감각과 멋을 유지했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기아차는 ‘직선의 단순함’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K9을 시작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기아차 디자인의 철학인 ‘직선의 단순함’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자동차가 성능과 품질 면에서 진화를 거듭함에 따라 기아차의 디자인도 이에 걸맞게 한 단계 진보해 나간다는 것이다.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한 세계 자동차시장은 이제 품질, 기술, 마케팅, 가격 등 기존의 역량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등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업체들는 그들만의 차별화된 요소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디자인경영은 제품의 디자인에만 치중하는 좁은 의미의 디자인경영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를 중심으로 기업문화를 바꾸는 디자인경영, 즉 기업을 디자인하는 경영전략이다.

품질의 시대를 넘어 디자인의 시대를 맞은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기아차는 디자인경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 브랜드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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