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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vs LPG, 2조원대 택시 연료시장서 격돌…車업계 ‘유유자적’

  • 기사입력 2012.02.01 19:47
  • 기자명 신승영

정유업계와 LPG업계가 버스에 이어 택시 연료시장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택시 연료시장은 LPG 비중은 절대적이다. 정부에서 리터당 221원의 면제 세액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유사는 물론 택시운송조합과 디젤 엔진 부품 업체들까지 연합한 정유업계측 공세도 매섭다.
 
◆LPG업계, 사활이 걸린 문제
 
LPG업계 측은 택시 연료시장의 수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LPG시장은 크게 난방용과 운송용으로 나눠진다. 최근 도시가스가 확산됨에 따라 난방용 LPG 수요는 매년 급감하고 있다. LPG업계로서는 운송용 판매 비중이 매우 중요해졌다.
 
국내 등록된 LPG 차량은 약 250만대, 이중 25만대가 개인 및 법인 택시다.
 
차량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택시들의 운송용 LPG 소비율은 40%가 넘는다. 법인택시 1대당 연간 연료비는 1천100만원 이상으며, 개인 택시의 가동률과 지역별 편차를 고려할 경우 전체 택시의 연료비는 연간 약 2조원에서 2조5천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정유업계가 택시 연료시장을 두드리자 LPG업계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LPG협회는 디젤택시를 두고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이 많으며, 차량가격과 유지비 등 경제성도 높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디젤택시 시범사업에 대해 정유업계 주도로 진행된 만큼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15일에는 기존 LPG 차량보다 연료효율성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씩 개선한 LPG직분사(LPDi) 엔진도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도 디젤택시와 비교를 통해 LPG의 우수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유·부품사 연합, 이미 대세는 디젤
 
정유업계 공세는 LPG업계의 행보보다 더욱 거세다. 정유업계가 택시 연료시장을 노리는 것은 수익성 개선 측면이 크다.
 
물론 국내 정유 4사들도 LPG를 생산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과정에서 LPG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물량이 부족할 경우 SK가스나 E-1과 같은 수입사들로부터 LPG를 받아 공급하고 있다.
 
최근 수 년간 정유업계는 고도화 설비 증설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원유에서 뽑아내는 경유 비중이 급증했고, 지금까지 수출을 통해 물량을 해소해왔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늘어난 경유의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는 관련 부품업체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독일 보쉬와 같이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사들은 디젤택시가 허용될 경우 수익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택시업계 “사용자인 우리가 결정할 것”
 
택시업계도 디젤택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전체 비용의 30%를 차지하는 연료비를 디젤택시 도입을 통해 절약할 계획이다.
 
1일 한국기계연구원 정동수 박사가 발표한 클린디젤 택시 시범사업 설명회에 따르면 3개월간 대구지역에서 i40 디젤택시와 NF쏘나타 LPG택시를 비교한 결과, 리터당 연비가 각각 11.8km와 5.9km가 나왔다.
 
평균 5년간 50만~60만km를 운행하는 법인 택시의 경우 필터 등 관련 경정비 비용이나 수리 비용을 제하더라도 상당한 이익이 남는다.
 
더군다나 매년 꾸준히 인상된 LPG 가격으로 인해 택시업계의 수익성은 현재 바닥을 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1일 인상에 이어 3월 등 지속적인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수익성 확보가 시급하다.
 
대구 택시운송조합 박병석 이사장은 “LPG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경유과 LPG 중 더 경제적인 것을 쓰겠다”며 “정부에 보조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다. 현재 LPG에 지원되는 만큼만 보조금을 지원하면 택시비 인상도 없고, 보조금 확대도 없이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화물차나 버스도 경유 보조금을 주는 상황에서 택시만 왜 안되냐”며 “향후 경유값 인상이나 높은 부품 수리비, 내구성 문제는 사용자인 택시업계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디젤 택시를 도입해도 차량 사납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가스 냄세에 노후 택시를 기피하던 운전자와 승객 모두 주행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완성차업계, 일련의 흐름 주시
 
자동차업계는 좀 더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젤택시 도입이나 정부의 경유 보조금 지원이 결정된 이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것.
 
현재 택시 가격은 기존 모델에 LPG엔진이 탑재되고 기존 편의사양들이 빠지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400만~500만원 가량 인하된다.
 
일례로 현대차 YF쏘나타 택시 모델의 최저 트림 가격은 1천455만원이며, 현재 생산되는 NF쏘나타 택시의 최저 트림 가격은 1천208만원이다.
 
완성차업체들 입장에서는 연 5만대 규모의 택시 시장을 위해 새로운 디젤 차량을 만들 수 없는 만큼, 기존 모델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
 
택시로 사용될 수 있는 모델로는 현대차 i40가 가장 먼저 꼽힌다. 기존 택시로 사용되는 쏘나타나 기아차 K5, 르노삼서 SM5는 디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쏘나타보다 가격이나 인테리어 마감재, 편의사양 등 전 부문에서 상위 차급으로 형성된 i40가 택시 모델로 출시될 경우, 기존 프로모션을 비롯해 국내 형성된 제품 이미지가 낮아질 수 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디젤택시가 도입될 경우, 쏘나타나 K5의 디젤 모델이나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 모델의 국내 출시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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