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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필요한 배터리 자체 공급, 정의선, 왜 망설이나?

  • 기사입력 2021.12.10 18:15
  • 최종수정 2021.12.10 20:50
  • 기자명 이상원 기자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직접 생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 엔진차업체 뿐만 아니라 테슬라 등 전기차 전문업체들도 자체 공급망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터리가 향후 자동차시장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전기차시장을 좌우하게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배터리는 희토류를 포함한 다양한 금속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거대한 장치산업이어서 기존 엔잔차에 들어가는 부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효율성 높고 안정감있는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보다 한정된 리튬, 코발트 같은 희귀금속 재료의 대량 확보가 관건이다.

원재료 공급업체와 배터리 셀 개발 및 생산업체들이 존재하지만 급격한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해 자동차업체들이 배터리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은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추가로 투자해가면서 배터리 자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가장 소극적이던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인근에 13억 달러(약 1조5,400억원)를 투자해 2025년부터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여기서 생산되는 물량의 상당 부분은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용으로 공급되지만 토요타가 북미에서 배터리 자체 공급에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미용 전기차에 SK온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독일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 6개, 중국과 미국에서도 자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자체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그치지 않고 원료 공급과 배터리 개발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전고체배터리 개발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퀀텀스케이프에 수 년 전부터 투자하고 있고, 최근에는 배터리 원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료 공급업체들과도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벨기에 화학 및 재활용 기업인 우미코레(Umicore)와 합작투자를 발표했다. 이 벤처는 2030년까지 건설할 폭스바겐 유럽 배터리 셀 공장에 양극재를 공급하게 된다.

또 중국 배터리업체 궈쉬안과 독일 잘츠기터(Salzgitter)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이공장은 2025년부터 연간 2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합작공장은 2020년대 말까지 최대 160GWh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 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이는 약 22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양 사는 향후에는 정제 및 배터리 재활용분야에서도 협력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또 리튬 개발업체인 벌칸 에너지 리소스(Vulcan Energy Resources)와도 원료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과 미국 오하이오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북미에 배터리 공장 3곳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GM은 전기차용 희토류 금속의 직접 조달에도 적극적이다. 향후 10년 동안 출시할 계획인 수백만 대의 배터리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와 부품을 중국 및 기타 해외 공급처에서 벗어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GM은 미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업용 광산에서 희토류 금속을 조달받는다. 여기서는 전기자동차 모터에 필요한 고출력 자석과 네오디뮴 등을 생산한다. 현재 GM은 이들 금속을 중국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GM은 완성된 자석 뿐만 아니라 희토류 광물을 공급하기 위해 독일의 Vacuumschmelze(VAC)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과 미국업체연합인 스텔란티스는 LG엔솔과 40GWh 규모의 배터리공장을, 삼성SDI와 40Gwh 규모로 확장 가능한 배터리 공장을 북미에 건설키로 합의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도 북미지역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알려진대로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는 미국과 독일에 자체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세계 7대 자동차메커 중 베터리 자체 공급망 확보를 발표하지 않은 업체는 현대차그룹과 일본 혼다 뿐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외에서 올해 전기차 20만대, 2022년에 30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렇다할 전기차 마스터플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LG와 SK, 삼성 등 K-배터리 3사가 버티고 있는데도 합작 혹은 전략적 제휴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EV6 등 경쟁력있는 제품들은 내놓고 있지만 전기차만을 만드는 전용공장도 없이 내연기관차와의 혼류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은 국내외 수요가 적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해마다 폭증하는 전기차 수요를 감안하면 선제적 투자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지적이다.

북미지역 전략에서도 미적거리는 모습도 역력하다. 북미는 바이든행정부가 노조가 있는 미국공장에서 만든 전기차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업체보다 적어도 4,500달러가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준다.

때문에 북미에서는 전기차 전용공장과 자체 배터리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회장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자체 조달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 전고체 업체 솔리드 파워에 투자하고 서울대와 배터리 공동 연구 센터 설립과 남양연구소 배터리 전문인력 대폭 확충 등 적극적 행보로 배터리 자체생산에 나설 것이란 예상을 보기좋게 뒤집었다.

배터리 셀 생산업체들과 배터리 연구개발은 함께 할 수 있지만, 생산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게 정회장 생각이다.

아직은 NCM(리튬이온)이 계속 갈 것인지, LFP(리튬인산염철)가 대세가 될 것인지도 불확실하고,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배터리 자체공급을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최근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된 반도체 칩 자체공급이 더 급선무란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배터리산업은 배터리 원료 확보와 배터리 셀 및 패키징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번 경쟁사에 뒤쳐지게 되면 자리를 차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아무리 훌륭한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고 생산능력을 갖췄더라도 원료확보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빠르고 장확한 판단 능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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