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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젓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 분사 추진하는 배경은?

  • 기사입력 2021.08.04 11:01
  • 기자명 박상우 기자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공장.

[M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E&P(Exploration & Production, 석유개발)사업이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각각 분할을 의결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후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신설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배터리 사업과 E&P사업을 분할하며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각각 갖는다. 또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도 신설되는 회사로 각각 이전된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려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지난달 1일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는 스토리 데이에서 “배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선 관련 투자가 많이 들어간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배터리 사업 분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여러 부문하고 상의해야 하지만 배터리에서는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증설속도가 상당히 빨라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매년 2~3조원이 투자되고 있다. 관련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는 1테라와트 이상으로 수주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인 배터리업체는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해 총 3곳이다. 이는 배터리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혔던 2017년 당시의 60GWh보다 약 17배 늘어난 것으로 한화로 환산하면 130조원 이상이다. 또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유럽,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원을 투자해 2개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조지아 1공장은 10GWh 규모로 건설돼 여러 단계를 거쳐 2025년까지 연간 20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여기서 생산된 배터리는 폭스바겐의 ID.4에 탑재된다. 조지아 2공장은 연간 11.7GWh의 배터리를 생산하며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된다. 1공장은 2022년부터, 2공장은 2023년부터 양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0일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oint Venture, JV)인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를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합작법인은 연산 60GWh의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총 약 6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연산 60GWh는 약 100kwh의 배터리가 필요한 전기 픽업트럭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합작법인에서 향후 생산되는 배터리셀 및 모듈은 포드가 생산하게 될 다수의 순수 전기차 모델에 장착될 예정이다. 앞으로 양사는 합작법인 설립에 필요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고 인허가를 획득하는 등 제반 절차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으로 헝가리를 낙점해 2019년 10월, 연간 생산능력 7.5GWh 규모의 제1 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9.8GWh 규모의 제2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초에는 31GWh 규모의 제3, 4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해 세운 창저우 공장이 지난 2019년에 완공돼 가동되고 있으며 올해는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EVE와 합작한 옌청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또 SK이노베이션은 EVE와 후이저우에 중국 현지 3번째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배터리 생산 능력은 올해 27GWh, 내년에는 30GWh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이 배터리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선 많은 재원이 필요한 만큼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는 것이다. 분할이 완료되면 SK이노베이션은 기업공개(IPO) 시점을 고려할 예정이다.

김준 사장은 지난달 1일 스토리 데이에서 “분할 시점은 기업공개(IPO) 시점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며 “IPO의 목적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인데 분할하더라도 초기에는 SK이노베이션에서 재원을 계속 줘야하기 때문에 IPO 시점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사업이 내년에 영업이익을 낸다고 본다면 앞으로 수익을 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때 분할과 관련해 시간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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