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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배터리셀만의 문제일까? 답답한 K-배터리업체들

  • 기사입력 2020.11.24 18:57
  • 최종수정 2020.11.24 23:00
  • 기자명 박상우 기자
최근 전기차 화재사고가 잇따르면서 K-배터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M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최근 전기차 화재사고가 잇따르면서 K-배터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전량 교체에 들어간 포드의 쿠가 PHEV와 BMW의 PHEV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전세계에서 리콜을 진행하고 있는 쉐보레의 볼트EV와 현대차의 코나EV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됐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두 회사가 전기차 화재사고로 곤경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는 물론 국내 언론들까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이번 화재사고의 원인을 배터리셀 결함으로 단정 짓고 있어 이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하지만 전기차에 배터리셀, 배터리팩,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냉각시스템 등 다양한 장치와 시스템이 탑재되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배터리셀을 화재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안전 규격 개발 기관이자 인증 회사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의 에너지 및 전력 기술 담당 수석 엔지니어 이사인 켄 보이스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리튬이온배터리는 자동차, 스마트폰 등 어디에 있든 부적절하게 제조됐거나 손상 또는 남용됐을 경우, 과충전 또는 정량에 미달되게 충전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소프트웨어가 제 역할을 못했을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전기차, 스마트폰 등 배터리가 탑재되는 제품과 관련된 화재사고는 단순히 배터리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안전성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배터리와 연결된 기타 장치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배터리셀이 지목되는 이유는 자동차업체와 배터리업체간의 주도권 싸움을 위한 묘한 신경전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독일 한델스브랏트는 포드자동차가 쿠가 PHEV 화재사고가 배터리 공급사인 삼성SDI의 제조 과정에서 배터리셀이 오염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경우에 따라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일부 언론들도 이같은 보도를 인용, 삼성SDI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포드 독일 법인장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사견으로 미국 포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BMW도 지난달 자사 PHEV에 대한 리콜을 발표하면서 “이번 PHEV 화재사고가 배터리 공급사의 배터리셀 제조공정 과정에서의 오염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포드나 BMW 모두 공식적으로 배터리셀 문제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적은 없다”면서 “현재로선 배터리 화재 원인에 대해 공동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미리 원인을 단정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BMW와 포드는 배터리 공급사인 삼성SDI와 공동 조사팀을 꾸려 화재사고 원인을 찾고 있다. 전기차 특성상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전소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코나EV와 볼트EV의 화재 사고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와 GM은 리콜 발표에서 “현재 원인을 조사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밝혀 내겠다”라고 했을 뿐 화재 원인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일단 BMS 업데이트와 충전 제한으로 추가 화재를 차단한 뒤 정밀 조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코나EV의 경우 국과수에서 배터리셀 분리막 손상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배터리 공급업체인 LG화학은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번 화재문제로 전기차의 안전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데 차량 화재사고는 전기차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솔린 등 내연기관차에서도 못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물론 수치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친환경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위험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연기관차에는 가솔린 등 인화성이 높은 액체가 담긴 용기, 매우 뜨거워지는 엔진,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전기장치 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내연기관차 화재사고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연구 기관 관계자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화재 위험성이 명백한데도 사람들이 가솔린차 구매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화재사고가 크게 부각되는 것은 그만큼 전기차가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전기차 구매력을 꺾을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 논란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성장통이자 한 번쯤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로 봐야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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