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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내연기관 차량 종식이 그리 간단치 않은 이유는?

미래모빌리티연구소 김태년 소장

  • 기사입력 2020.09.23 14:03
  • 최종수정 2020.09.23 14:04
  • 기자명 이상원 기자

내연기관 자동차는 1882년 유럽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인류문명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해 왔다.

지금까지 약 140년을 내연기관 자동차는 주요 이동수단으로서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 발전, 기술 발전을 주도해 왔는데, 이제는 환경문제로 인해 비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산화탄소(CO2)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고 자동차로 인해 발생되는 미세먼지가 사람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내연기관은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이들 연료는 탄소를 포함하고 있어(가솔린 C8H18, 디젤 C12H23) 완전연소할 때 CO2를, 불완전연소 시 일산화탄소(CO)를 불가피하게 발생시킨다.

지난해 필자가 자동차업계를 대표해 참석했던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의 주요 의제중 하나가 ‘2040년 내연기관차 종식’ 이었다.

편향되게 환경만을 고려함으로써 내연기관차 종식이라는 정책이 가져올 엄청난 산업적 사회적 파장과 비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듯 보였다. 당연히 필자는 강력히 반론을 피력했다.

자동차산업은 하나의 산업으로서가 아니라 국가 전반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대표하고 수출과 무역흑자, 고용, 부가가치, 전후방 경제효과, 에너지정책 등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결국 내연기관차 종식이 아닌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으로 의제는 완화됐다.

내연기관차 종식은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산업생태계 전반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아직 생산의 약 95%는 내연기관차량이고, 2030년이 돼도 수요의 80~85%를 차지할 것으로 전문기관들이 예측하고 있어 자칫 내연기관 종식 발표는 완성차업계는 물론이거니와 부품업계 전반의 투자 감소와 사업전환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내연기관차에 대한 투자 감소는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이미지까지 하락시키면서 수익 악화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차는 여전히 기업의 자금줄(cashcow)로서 내연기관차량을 판매해 얻는 수익으로 배터리전기차(BEV), 수소전기자동차(FCEV),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를 위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이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기업의 생명 줄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일부 선진국을 포함한 20여 개국이 내연기관차 종식을 발표하였음을 흔히 인용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자동차산업이 없거나 에너지원이 우리나라와 달리 화석연료 의존율이 낮거나 치밀한 산업전략적 차원에서 나온 결론이며 다분히 선언적인 성격이 강하다.

덴마크(2040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노르웨이(2025), 네델란드(2030), 영국(2035), 아이슬란드(2030), 싱가포르(2040), 아일랜드(2030), 이스라엘(2030), 포르투갈(2040), 스웨덴(2030), 대만(2040), 슬로베니아(2030), 코스타리카(2050), 스리랑카(2040) 등은 모두 자국 자동차산업이 없는 국가들이다.

특이한 것은 독일이 2030년, 프랑스가 2040년, 인도가 2050년 내연기관차량 판매금지를 발표한 것인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독일은 2016년 연방상원 만이 의결한 상태이고, 프랑스는 국가 에너지원의 75% 정도가 원자력으로 내연기관차를 규제할 충분한 여건을 갖고 있다.

인도의 경우에는 2017년 전력· 석탄· 신재생에너지부 공식블로그를 통해 2030년까지 인도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이 전기차가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으나 실현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따라서 우리정부도 내연기관차 종식은 환경정책 차원에서 단편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산업정책과 에너지, 인프라, R&D, 고용, 수출, 교육 등 종합적인 정책적 검토와 영향평가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친환경차로의 로드맵’이라는 우답(愚答)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장의 관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전기차는 사실 내연기관차량이 나오기 10여 년 전 1873년에 개발됐지만 무거운 중량과 긴 충전시간,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었다.

내연기관차량을 선택할 것인지, 친환경 미래차를 선택할 것인지는 소비자들이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할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1~2백만 원짜리 전자제품도 아니고 수천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고가의 내구소비재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환경을 위해 자기의 주머니를 기꺼이 열려고 하지 않는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환경도 환경이지만 연료비가 적게 들어 자동차 전주기에 걸쳐 유지비가 적게 들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정부의 구매보조금이 줄고 충전비용이 인상되면서 국내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영국자동차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대부분이 전기차의 충전불편(충전소, 충전시간), 짧은 주행거리,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를 여전히 꺼린다고 한다.

영국정부는 2035년 내연기관 차량 종식을 선언했지만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내연기관차는 언제 종식되는 시점이 올 것인가라는 우문(愚問)에 대한 답은 1900년대 초를 돌아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 당시 뉴욕의 이동수단이 99.9% 마차였던 시절 말똥이 도시를 뒤덮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죽은 말의 사체가 사회적 문제였지만 1908년 포드의 모델T가 나오면서 뉴욕의 이동수단은 자동차로 급속히 바뀌었듯이, 현재의 가솔린과 디젤차는 언젠가 전기차로 대부분 바뀌는 시점이 올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2030년경이면 배터리가격의 하락과 충전문제 개선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전환점(tipping point)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자동차로 인한 CO2 걱정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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