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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규제 남발' 국회 입법절차 선진화가 시급하다.

미래모빌리티연구소 김태년소장

  • 기사입력 2020.09.02 11:17
  • 최종수정 2020.09.02 11:23
  • 기자명 온라인팀

부동산 3법이 국회를 날치기 통과하면서 아파트는 물론이고 이제는 다세대주택, 빌라까지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전세를 규제하면서 임대업자들이 월세로 전환하자 이제는 전월세 전환율을 규제하겠다고 한다.

서민들만 죽을 맛이다. 부동산가격을 안정화하겠다고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자 오히려 혼란과 불안만 가중되었다. 규제가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는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보다 국회 법안발의 건수가 미국의 15배, 일본의 26배, 영국의 36배 많다고 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무려 23,048건이 발의되었고, 그 중 24%인 6,527건이 가결됐다. 규제관련 법안은 3,773건으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

왜 이렇게 법안 발의가 남발되고 규제공화국이 되어가고 있을까?

21대 국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는 입법권자인 국회에 합리적인 입법절차가 부재하고, 국회의원 평가가 입법수행 실적 위주로 이루어져 의원들이 법안의 실효성, 적절성을 고려하지 않고 포퓰리즘성 입법발의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과거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기준으로 의원별 발의 법안건수를 정량적 지표로 활용한 적도 있다.

의원 입법 발의는 정부 발의 보다 절차가 매우 간소하다. 그러다 보니 동일한 규제안건에 대해 여러 의원들로부터 수십 건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20대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중 제작결함 관련 31개 유사 법안이 과징금 수치와 자구만 바꾸어 한꺼번에 발의된 바 있다.

정부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까지는 관계부처 협의, 당정협의,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서명 등 9단계를 거쳐야 한다.

반면, 국회의 입법 발의시에는 이러한 정부부처의 절차가 모두 생략되고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 및 법제실 등 내부 심사만 필요하다.

입법예고도 의무사항이 아니고, 국회 법제실 심사도 사전심사 보다는 법안형식의 문구 작성지원 역할만 한다.

그래서 정부부처는 규제할 사항이 있으면 법안을 들고 의원실을 찾아가 청원입법을 한다.

15대 국회부터 정부는 규제입법이 보다 쉬운 청원입법을 늘려왔다. 14대 국회때 국회와 정부의 입법발의 건수가 321건 대 581건으로 정부가 많았으나 15대에 오면 1,144건 대 807건으로 역전되었고 20대 국회에 서는 23,048건 대 1,037건으로 국회 입법발의가 21배 많다.

이러한 국회 입법절차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는 일종의 단원제로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를 거쳐 법안이 의결되는 반면, 미국과 유럽, 일본은 상. 하원, 연방의회. 참의원, 중의원/참의원 등 양원제로서 양원의 상호 견제와 교차 협의,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신중하게 법안을 처리하며 통상적으로 하나의 법안을 의결하기까지 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또한 법안 마련 전에 광범한 규제영향 평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 그런 과정에 대부분의 법안은 가결되지 못하고 폐기된다.

그래서 연평균 법안 가결건수 면에서 우리나라가 1,705건인 반면 미국은 221건, 영국 36건, 일본 84건 등으로 국가 규모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크지만 입법건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이들 선진국들은 규제법안 도입 초기단계에서부터 전문위원회나 정부부처와의 협의 등을 통해 이해관계에 있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오랜 기간 협의과정을 거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필요에 따라 민간의견을 청취하나 기간도 불충분하고 업계가 참여하는 공식 위원회 등 조직 및 절차가 필요없는 국회 청원입법으로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법안 처리기간도 이들 선진국들은 통상 2년 정도 소요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3~4개월로 매우 짧다.

또한 미국, EU, 일본 등은 규제안 마련 시 60일간의 일반 및 업계 의견 청취기간을 주어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 개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입법 예고기간이 20일 이상이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며, 입법 예고기간 중에 접수된 의견에 대한 검토 및 회신 의무가 없는 형식적인 절차로 실질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개진 및 반영에 한계가 있다.

규제수준의 중간점검 및 사후평가에 있어서도, 미국, 일본은 규제시행 후 기술발전 방향 및 산업의 여건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중간점검을 실시하여 업계의 능력과 경쟁력 수준에 맞게 중장기 목표 수정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과정이 없어 산업 및 기술의 여건변화에 따른 규제내용의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국회 입법발의도 이러한 사전 영향평가와 규제의 중간점검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

최근 국회 내에서 규제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하나 형식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절차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개진과 전문가들의 토론을 거쳐 마련된 법안을 공개하고 일정한 공개의견 청취기간을 두어 이해관계자들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안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

입법절차의 합리화와 선진화가 절실하다.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선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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