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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복 규제로 숨 막히는 車업계. 과중한 환경규제 개선 시급

미래모빌리티연구소 김태년 소장

  • 기사입력 2020.08.19 09:24
  • 기자명 온라인팀

국내 자동차 관련 환경규제만큼 복잡하고 중복적이며 과중한 과징금이 부과되는 규제는 없을 것이다. 자동차 분야는 규제 샌드박스가 아니라 규제 종합박스란 말이 나온다.

자동차를 새로 개발하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함을 증명하는 환경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가솔린차는 미국, 디젤차는 유럽기준이다.

문제는 이들 기준들이 각각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상호 측정방법이 달라 호환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국내 기업들은 미국으로 수출할 때는 가솔린과 디젤 모두 미국기준을, 유럽으로 수출할 때는 가솔린과 디젤 모두 유럽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중 부담이다.

규제항목은 주로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2), 탄화수소(HC), 포름알데히드 등이고, 디젤은 추가로 입자상물질(PM)의 입자개수까지 측정한다.

인증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작판매하거나 변경인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해당 모델당 500억 원 한도로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유해가스는 아니지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혹은 연비도 규제한다.

2020년 CO2 평균 규제치가 97g/km로, 1km를 달리는 동안 97그램 이하의 CO2를 배출해야 한다.

가장 잘 팔린다는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100gr/km 정도 배출하고 경차는 100gr/km 이상 발생하므로 97gr/km 규제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나 순수전기차를 상당 비중 팔아야 한다.

목표 미달 시 1gr/km당 5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2020년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부담할 과징금은 3,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규제 위에 정부는 또다시 친환경차 보급목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금년부터 판매량의 15% 크레딧(전기차 1대당 3크레딧 계상)을 의무화하겠다고 하니 단순계산하면 업계 전체로 약 7만대의 전기차를 팔아야 한다.

금년 상반기에 겨우 1만7,000대를 판매했으니 목표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매년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테니 기업들의 부담이 갈수록 늘 것이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겠지만 전기차 모델이 없는 업체의 경우, 고스란히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예를 들어 10만대 판매기업의 경우, 15%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1크레딧당 300만 원(환경부 안)이 부과되므로 약 450억 원의 부담금이 발생된다.

이 외에도 자동차업체들은 대기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제조시설에 대해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 부담, 배출방지 시설 추가 설치, 자가측정시설 증가 등으로 자동차 완성차공장의 경우 2022년까지 약 260억원 추가 비용부담 발생이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각종 환경규제 부담에 더해 자동차업종을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대상 업종으로 최근 환경부가 분류함에 따라 제3기 할당기간(`21~`25년) 동안 최대 2천억 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공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97%가 생산과정 중 에너지사용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데, 대부분 업체가 이미 고효율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추가 감축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배출권 구매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갈수록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자동차와 관련 대표적인 환경규제들은 유해배출가스 규제와 CO2 규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중 평균 CO2 배출규제와 친환경차 보급목표제는 근본적으로 중복된 규제다. 정책목적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생산 선진국 누구도 두가지 규제를 동시에 적용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과 일본은 연비규제를, EU는 CO2 규제 뿐이다. 물론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정부 차원에서 보급목표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는 없으며, EU의 경우 전기차를 일정 비율(15%) 이상 판매하면 인센티브로 CO2 목표를 완화해준다.

일본은 소위 톱러너(Top Runner)방식이라고 해서 가장 연비가 좋은 모델을 기준으로 목표치를 정하여 그 이상을 달성한 차량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준다.

CO2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들은 결국 친환경차 판매를 늘리는 방법 외에는 없는데, 보급목표제를 강제하면 이중규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같은 정책 목적의 두가지 규제를 가지고 코로나로 헐떡이는 우리기업의 목을 더욱 죄고 있는 셈이다.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CO2 규제를 통해 친환경차 판매를 늘리도록 유인하고 이를 초과 달성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채찍과 당근 정책을 조화롭게 사용함으로써 기업들의 친환경 기술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새로운 환경규제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즉흥적으로 도입할 것이 아니라, 산업, 고용, 경쟁력, 에너지, 인프라,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영향분석과 여타 환경규제와의 상충관계에 대해 세밀한 사전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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