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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의미없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순위, 허와 실은?

미래모빌리티연구소 김태년 소장

  • 기사입력 2020.08.12 10:53
  • 기자명 온라인팀

얼마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그룹(PSA)이 합병하면서 스텔란티스(Stellantis)로 사명을 바꾸고 세계 4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기존에 글로벌 생산순위가 VW, 도요타, GM, 르노닛산, 현대기아 순이었는데, Stellantis가 4위가 되면서 현대기아는 5위에서 6위로 한 단계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언론보도를 보면서 우리가 여전히 기존의 자동차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생산 1천만대가 자동차업체들의 지상목표였고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왔었다.

심지어 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빅 5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생산 1천만대가 넘지 않으면 글로벌 순위에 밀려 브랜드가치와 소비자인식의 하락으로 판매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트렌드는 이러한 물량 경쟁이 더 이상 의미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는 생산량이 기업의 평가기준이 되지 못하고 얼마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그 비근한 예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충족하겠다는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도요타는 물론이고 GM+Ford를 앞질러 1위가 됐고, 자율주행차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중국의 BTA(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IT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기존 자동차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GM의 메리 바라 회장은 2018년 말 ‘GM의 경쟁사는 이제 전통차 업체가 아닌 구글, 애플, 우버 같은 실리콘벨리 기업들’이라며 물량경쟁을 전격 포기하고 미래차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내연기관 위주의 7개 해외생산 공장을 모두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근에는 럭셔리브랜드 캐딜락조차 SUV 전기차 모델로 전환하여 테슬라와 승부를 겨루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 당시만 해도 미국내 전기차 수요가 1% 수준으로 미미한 상황이어서 GM의 전략에 의문을 가졌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여전히 기업의 자금줄(cashcow)이고 2030년이 되어도 내연기관이 전체수요의 70~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너무 혁신적인 구조조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자동차산업의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배터리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파워트레인의 변화 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날아다니는 자동차, 일인용 이동수단과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와 차량내 인포테인먼트의 무한한 확장, 코로나 사태 이후 건강관련 소프트웨어 및 항바이러스 소재 개발 등 새로운 영역으로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자동차를 이용한 공유차량 서비스업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물량을 늘리면 매출이 증가하고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져 자연히 수익성도 개선되는 것이 경영의 목표였던 시기는 내연기관 차량이 주류였을 때이다. 이제는 친환경, 자율주행, IT 관련 기술이 기업의 시장가치를 결정 짓는 핵심이다.

아이러니컬하게 2015년 세계 최대 생산업체인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의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

연비가 가솔린차보다 좋고 CO2 배출량이 20~30% 적어 소위 ‘클린디젤’로 호평받던 디젤차가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판명 나면서 이제는 시장에서 완전 퇴출위기에 놓여 있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투자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앞으로 자동차업체가 얼마나 유연하고 기민하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기업순위가 결정될 것이며, 자동차 파워트레인 변화의 중심에 있는 배터리업체가 자동차산업의 실질적인 헤게모니를 장악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의 배터리업체 CATL의 세력 확장이 두려운 이유다.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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