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구를 위한 '탄소국경조정(CBA)세'인가?
[칼럼] 누구를 위한 '탄소국경조정(CBA)세'인가?
  • 온라인팀
  • 승인 2020.07.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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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모빌리티연구소 김태년소장

 

유럽연합(EU)은 2019년말 ‘그린딜’ 정책을 채택하면서 역내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로 EU 기업들이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게 되는 소위 ‘탄소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역외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탄소국경조정(CBA) 메카니즘’을 제안했다.

유럽의 그린딜은 2050년 탄소제로(Net Zero)를 핵심목표로 제시하고 있는데, EU의 강력한 환경규제로 인해 역내 기업들은 비용이 상승하고 경쟁력은 하락하는 반면, 규제가 덜한 국가들은 무임승차한다는 인식에서 출발, 유럽 주도의 기후변화 클럽(Climate club)을 설립해 회원간 공동의 추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 이행하는 반면 비회원에게는 무역제한조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탄소국경 조정은 아직 정확한 개념이 마련되지 않아 세금과 같은 수입부과금 이 될지 EU의 배출권거래제(ETS)를 확대적용하는 형태가 될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탄소누출이 가장 큰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자동차, 전자 등으로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EU는 이러한 기제가 파리협정 제6조 회원국간 자발적 추가감축 허용에 부합하고 GATT 제20조 환경보호를 위한 예외조항에 해당되며, 내국민대우(NT)와 최혜국원칙(MFN)과도 합치할 뿐만 아니라 보조금규정(SCM)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행 방법론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EU가 수입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든지 ETS를 확대 적용하든지 간에 파리협정에 의거 각국이 상이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고 한 국가 내에서도 산업별로 서로 다른 규제수준을 적용하고 있어 이를 객관타당하게 일괄적으로 CBA에 반영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CBA가 제품의 탄소함량을 기준할 것인지 제조과정의 탄소배출량을 기준할 것인지에 따라 부과금에 큰 차이가 발생하며, 만약 제조과정의 탄소배출을 기준한다면 자동차와 같이 글로벌 서플라이체인(GSC)이 복잡다기한 경우 각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추적하여 정확하게 측정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EU는 탄소국경조정을 수입품에 대해 무차별하고 투명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7종류의 온실가스 배출을 측정하고 검증하는 글로벌 시스템이 부재한 데다, 보호무역주의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수입품에 대해 부당하게 차별하는 조치로 변질될 것이다.

넷째, EU의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규제로 인해 역내 기업들이 겪는 상대적인 비용상승과 경쟁력 하락,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의 내부문제를 역외 기업과 상품에 이를 전가하여 외재화하려는 것은 파리협정에서의 각국별 차별적인 감축부담(NDC) 원칙에 반하고, 아울러 상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는 탄소감축 부담 이외에도 인건비, R&D, 에너지비용, 산업구조, 환율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탄소의 경쟁력 기여도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섯째, EU가 CBA를 도입할 경우 최종적인 부담은 결국 EU 역내 생산자 및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이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CBA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글로벌 교역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되므로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국별 NDC에 따라 탄소감축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탄소국경조정세 적용을 예외로 하여야 한다.

셋째, 국별 NDC 및 다양한 탄소감축 제도 등을 감안하여 CBA는 WTO 체제하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합의 혹은 FTA 메카니즘 하에서 양자간 상호주의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넷째, CBA가 수입품에 대한 관세 혹은 세금부과 등 통상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탄소감축 기여도가 많은 제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다섯째, EU가 역내 기업들의 환경규제의 책임을 역외기업들에게 단순히 전가하기에 앞서 EU기업들의 그린 생산공정 노하우를 여타국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무상제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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