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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철수, 불매운동 탓만 아니다.' 일본차 경쟁력 상실. 혼다도 위기

  • 기사입력 2020.05.29 16:29
  • 기자명 최태인 기자
닛산이 판매부진으로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혼다차 등 타 브랜드의 철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닛산이 판매부진으로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혼다차 등 타 브랜드의 철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M 오토데일리 최태인 기자] 일본 닛산자동차가 판매부진으로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혼다차 등 다른 일본 브랜드의 철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닛산은 지속적인 판매 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한국진출 16년 만에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 모두 올 12월 말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스바루와 2013년 미쓰비시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스바루는 지난 2010년 한국 런칭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철수했으며, 미쓰비시는 지난 2008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2011년 사업을 접었다가 2012년 다시 한 번 재진출 했으나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2013년 두 번째 한국 철수란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지난 2004년 한국시장에 첫 진출한 닛산은 한 때 연간 판매량이 1만대에 육박할 만큼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지만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계기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닛산 '신형 알티마'
닛산 '신형 알티마'

닛산 철수 배경에는 새롭게 선보인 SUV 엑스트레일의 실내 녹 발생 및 미션불량 문제로 고객들의 서비스 항의, 인피니티 Q50 디젤 및 닛산 캐시카이 디젤의 배출가스 허용기준 조작, 전기차 리프 국내모델의 ‘프로파일럿’ 주행보조 시스템 차별 논란 등 브랜드 이미지가 급속도로 바닥을 친데 이어, 일본차 불매운동, 코로나19 사태까지 끝없이 이어진 악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닛산이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은 제품 경쟁력 상실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실제로 닛산과 인피니티는 일본차 불매운동 이전에도 판매가 거의 중단되면서 철수설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닛산은 지난해 알티마와 맥시마, 무라노, 엑스트레일, 패스파인더, 370Z, 리프 등 7개 차종을 판매했지만, 올해는 알티마와 맥시마 단 두 개 모델만 판매됐다.

인피니티도 지난해 Q30S, Q50S, Q60, Q70, QX30, QX50, QX60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던 것과 달리, 올해 Q60, QX50, QX60 단 세 개 차종만 판매됐다.

신제품 출시가 끊긴데다 개선품도 국내 인증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요타 '캠리 스포츠 에디션 XSE' (상), 렉서스 'RX 페이스리프트' (하)
토요타 '캠리 스포츠 에디션 XSE' (상), 렉서스 'RX 페이스리프트' (하)

닛산, 인피니티 뿐만 아니라 혼다, 토요타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들도 제품력에서 세계적 추세에 뒤쳐지고 있다. 때문에 북미와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도 일본차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다만 토요타는 지난 1월 'GR 수프라'를 비롯해 2월 200대 한정인 '캠리 스포츠 에디션 XSE', 3월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 등을 출시, 한국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렉서스도 지난해 'UX' 및 올 상반기 'RX 페이스리프트'와 'RX450h L'을 내놓으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혼다차는 신형 어코드 출시 이후 이렇다할 신차 출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12월부터 파일럿 판매가 중단된데 이어 어코드, CR-V, 오딧세이등 주력모델의 10∼15% 폭풍할인 등 프로모션을 펼쳤지만 판매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신차효과 외에도 전기차나 자율주행기술, 첨단 편의 및 운전자 주행보조시스템 등에서도 유럽 및 국산차에 상당히 뒤처진 모습이다.

일본차 부진은 상대적으로 주요 경쟁상대인 현대기아차의 강세와도 맞물려 있다.

현대.기아차 및 제네시스 브랜드는 최근 1∼2년 사이 신형 쏘나타, 팰리세이드, 그랜저, 신형 아반떼, K7, 모하비, 신형 K5, 신형 쏘렌토, GV80, 신형 G80 등 뛰어난 제품력의 신차들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어코드, 알티마와 그랜저, K7은 제품력에서 이미 비교가 안될 만큼 차이가 벌어졌고, 중형 SUV부문에서도 CR-V 등 일본차들은 쏘렌토, 싼타페 대비 제품력과 가격 등 전반적으로 현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굳이 일본차를 외면한다기 보다는 제품력 자체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혼다 '신형 어코드'
혼다 '신형 어코드'

일본차업체들의 판매량을 분석해 보면 지난 2019년 닛산차는 전년(5,053대) 대비 39.7% 줄어든 3,049대에 그쳤고 올해에도 1월 59대, 2월 267대, 3월 285대, 4월 202대 등 총 8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 줄어드는 등 판매가 거의 중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인피니티도 2019년 연간 판매량이 2,000대로 전년도의 2,130대보다 6.1%가 줄었고, 올해도 겨우 159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토요타는 지난해 전년대비 36.7% 줄어든 1만611대, 렉서스는 8.2% 감소한 1만2,241대를 각각 판매했고, 올 4월까지는 토요타가 54.9% 줄어든 1,654대, 렉서스는 67.1% 줄어든 1,856대에 그쳤다.

렉서스 'ES 300h'
렉서스 'ES 300h'

혼다차는 지난 2019년 10.1% 증가한 8,760대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1,1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8.6%나 급감했다.

특히, 혼다차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비교적 좋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동안 혼다코리아를 이끌어 왔던 정우영사장이 물러나고 일본차 불매운동까지 겹치면서 판매가 급락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부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혼다차도 한국사업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혼다가 일본 브랜드 중 유일하게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오토바이)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철수 위기까지 몰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획기적인 신차가 투입되지 않는 한 위기 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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