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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적용 공장 설립 투자 협상 최종 타결

현대차가 신설법인 투자의향서 제출한 지 약 7개월 만

  • 기사입력 2019.01.31 13:27
  • 최종수정 2019.01.31 17:51
  • 기자명 박상우 기자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문재인 대통령,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좌부터)가 손을 잡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M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적용될 완성차 공장 설립을 위한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의 투자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31일 현대차는 광주시가 제시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 최종안에 합의하고 광주시와 1차 투자 협약을 맺었다. 최종안은 이날 오전 광주시 노사민정 협의회에서 공동결의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 및 ‘적정임금 관련 부속 협정서’를 토대로 마련됐다. 

지난해 6월 현대차가 신설법인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그동안 광주시와 현대차는 임금, 근로시간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 등 지역 노동계의 반발이 더해지면서 결렬 위기까지 갔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광주지역 노동계가 시 협상단에 협상 전권을 재위임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고 같은해 12월 5일 광주시와 현대차는 긴 협상 끝에 잠정합의했다.

그런데 광주시와 현대차의 투자자 잠정합의안을 논의했던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임금 및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법 위반 논란이 있다고 보고 해당 조항에 대한 현대차와의 재협상을 전제로 3가지 안건을 조건부 의결했다.

이를 두고 현대차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광주시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약속한 안을 노사민정 협의회를 통해 변경시키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현대차의 반발에 광주형 일자리는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30일 광주시청 중회의실에 이용섭 광주시장(왼쪽)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의장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30일 광주시청 중회의실에 이용섭 광주시장(왼쪽)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의장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왔으나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지난 30일 임단협 5년 유예기간’을 보완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광주시는 향후 전체 투자자 모집이 완료되는 시점에 현대차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이 참석하는 본 투자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현대차 등의 투자는 신설법인 설립 시점에 집행된다.

광주시가 제시하고 현대차가 첫 투자자로서 합의한 투자 협약에 따르면 신설법인은 자본금 약 2,800억원 등 총 7천억원 규모로 설립된다. 광주시측 (광주시가 출연하는 투자자)이 자본금의 21%인 약 590억원을 출자한 최대주주이며, 향후 약 1,680억원 규모의 60% 지분에 대해서는 광주시가 지역사회, 산업계, 공공기관, 재무적 투자자 등을 유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약 530억원을 출자, 19% 지분 투자자로만 참여한다.

신설법인의 완성차 위탁생산공장은 빛그린산단내 약 62만8,099㎡ 부지에 10만대 규모로 건설되며, 새로운 투자자 유치 등 광주시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1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차는 경영권 없는 비지배 투자자로 참여하며, 투자자의 일원으로 경차급 SUV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의 생산공장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기로 했다. 신설법인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다양한 메이커들의 차량 위탁 생산을 유치 및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설법인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은 3,500만원 수준(주 44시간 근무 기준)으로 시작하며, 광주시의 공동복지 프로그램 및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정부지원까지 등을 포함하면 실질 소득은 크게 향상된다. 광주시는 빛그린 산단 투자 기업 직원들을 위해 행복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직장 어린이집, 운동시설 등 주거·교육·의료·문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신설법인은 노사로 구성된 ‘상생노사발전협의회(이하 상생협의회)’에서 제반 근무 환경 및 조건에 대해 상호 성실히 협의하고,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신설법인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시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신설법인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실 투자규모의 10% 보조금, 취득세 75% 감면, 재산세 5년간 75% 감면 등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현대차는 광주시 완성차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경차급 SUV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에 생산을 위탁,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이번 신설법인 설립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경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연봉 3,500만원(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 주 44시간 근무기준)의 적정임금과 노사상생 생산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광주시 주도 완성차 사업에 참여할 경우 경쟁력 있는 경차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국내 경차 시장은 16만대 규모로 전체 산업수요의 약 9%(지난 5년 평균)를 점유하고 있는 중요 시장이다. 2012년에는 연간 2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내수 시장의 13%까지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 2002년 경차 아토스가 단종된 이후 국내 경차시장에 신차를 출시하지 못했다. 경차 가격 대비 국내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수요의 한 축을 형성하는 경차시장을 포기해야만 해 그동안 현대차는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반 50%에 육박하던 현대차 점유율은 2015년 3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6년 37.6%, 2017년 38.4%, 2018년 39.8%로 좀처럼 40%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는 점유율 회복을 위해 경차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돼 왔다. 현대차도 여러 번 국내 시장을 위한 경차를 개발하려고 검토했지만 국내공장 생산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안돼 번번히 무산됐다.

현재 국내 경차 시장은 기아차, 한국GM이 양분하고 있다. 2017년에는 기아차가 모닝, 레이를 통해 9만959대, 한국GM 스파크가 4만7,245대 등 13만 8,895대를 판매했으며, 지난해에는 기아차 8만6,063대, 한국GM 3만9,868대 등 12만7,429대가 판매됐다.

최근 국내를 포함 전세계적인 SUV 인기로 인해 승용차 위주의 경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신차를 통해 경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차 시장 외연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SUV로 신차를 개발해 승용차 중심 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차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국내 SUV 시장(수입차 제외)은 2012년 25만6,923대에서 2018년 51만9,886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산업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2%에서 33.5%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SUV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 이어 2021년 하반기 경SUV까지 출시해 경형에서 대형에 이르는 SUV 풀라인업을 구축, 다양한 SUV에 대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고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국내 점유율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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