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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 투입되는 현대차그룹 GBC 내년 착공 허용...약인가 독인가

  • 기사입력 2018.12.18 07:53
  • 최종수정 2018.12.18 08:00
  • 기자명 이상원 기자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신 사옥이 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진통 끝에 내년 상반기 중 착공될 예정이다.

정부가 경제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업투자와 SOC에 대한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이해관계 조정 등을 통해 그동안 막혀있던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 6조원 이상에 대한 조기착공을 추진키로 하면서 각종 인허가 문제로 묶여있던 GBC 건립도 전면적으로 해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건설할 예정인 GBC는 105층 높이의 메인 빌딩과 35층짜리 호텔 및 오피스텔 빌딩, 그리고 6~9층짜리 컨벤션· 공연장 3개 등 총 5개 빌딩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규모로 보면 메인빌딩과 호텔, 쇼핑몰, 백화점 등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인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크다.

현대차그룹은 GBC가 들어설 구 한전부지를 지난 2014년 삼성과의 경쟁 입찰을 통해 10조5천억 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가 써낸 4조5천억 원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GBC 건립에는 3조7,000억 원 가량이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건립에 들어가면 1조원 이상의 기부채납이 이뤄져야 하고, 한전부지 일대의 개발에도 7조 원 가량이 소요돼 전체적으로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GBC 건립은 만약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게 되면 오는 2023년 준공될 예정인데 해마다 4조 원 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16조 원 가량의 유보자금을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글로벌 판매 부진으로 주력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4조원 대(영업이익률 2%대)에 머물 전망이다.

현대차는 2013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토요타나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선두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인 영업이익률 8-10%대를 기록해 왔으나 최근 몇 년 간 급락을 거듭하면서 올해는 2%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연구개발비용(2조5천억 원)을 충당하기도 빠듯하다. 현재 독일 폴크스바겐은 연간 17조 원, 일본 토요타는 11조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어 현대차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전동화 차량개발이나 커넥티드,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는 물론 구글, 애플, 삼성, 다이슨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이들 IT기업들과는 경쟁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는 17조원, 중국 화웨이가 15조원 규모였다.

자동차업체들은 IT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GM은 최근 북미 5개 공장에 해외 공장 2개까지 총 7개 공장을 폐쇄하고 북미지역에서만 총 1만8,000명에 달하는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폴크스바겐도 2016년 말부터 3만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 중이며 미국 포드자동차도 가동시간 단축과 글로벌 인력 2만5천 명 감원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FCA도 이미 피아트 브랜드의 중국· 북미 시장 철수와 함께 기존 세단 공장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 부품 자회사 마그네티 마렐리도 최근 일본 기업에 매각했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JLR)도 25억파운드(약 3조5,626억 원) 지출 절감 계획의 일환으로 내년에 최대 5,000명까지 감원에 나설 예정이다.

모두 비용절감을 통해 연구개발 자금을 축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토요타자동차의 아키오사장은 100년 만에 도래한 자동차산업의 심각한 패러다임 변화라며 이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는 기업은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철저한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현대차와 업계는 GBC 개발이 완료되면 독일 폴크스바겐의 본사가 있는 아우토슈타트와 같은 역할로 265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와 122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GBC가 완공된다하더라도 이는 제조업이 아닌 유통이 중심이다. 제조업을 근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 현대차가 제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부동산이나 유통에 관심을 더 가질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현대차가 2014년 한전부지 인수이후 계속 주가가 빠지고 있는 것도 이런 예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외신들은 현대차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미래 기술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자동차 관련 핵심 미래 기술에 쓰일 자원을 땅 매입에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업종에서 살아 남으려면 GBC 건립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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