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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車업체들, 지금 바뀌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없다. [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 기사입력 2018.10.31 17:30
  • 최종수정 2018.11.02 11:19
  • 기자명 이상원 기자
한국 자동차기업들이 경쟁력 저하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M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현대자동차의 올 3분기 세금을 제외한 순이익은 3,060억 원, 기아자동차는 2,978억 원으로 양 사를 합친 순이익은 겨우 6,038억 원이었다.

이는 미국 SNS 업체인 페이스 북의 5조8,000억 원의 10분의 1, 삼성전자의 13조1,507억 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쌍용차도 이 기간 18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외자계 3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대. 기아차의 경우, 이정도 실적으로는 R&D 투자계획 조차 세우기가 쉽지 않다.

외자계 3사는 당장 공장가동이 발등의 불이다. 이미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추가 물량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전체 생산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가 내년 9월 계약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대체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쌍용자동차는 계속되는 수출부진으로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체 자동차산업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수없이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곪아 온 문제들로 인한 결과물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무너지지 않고 이정도 버틴 것도 어쩌면 대단한 일이다.

각 부문별로 조목조목 짚어보자.

가장 큰 문제가 생산성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생산성은 토요타나 폴크스바겐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크게 낮다.

핵심 이유는 노사관계와 이로 인한 높은 인건비다. 해마다 수없이 지적되고 있는 문제지만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각 업체 노동조합이 해마다 임금인상과 현재의 근로조건의 유지를 고집하고 있고 기득권 강화에 집중하면서 회사측과 충돌하면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돼야 한다. 사업이 잘 돼 수익이 많이 나면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많겠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임금이나 조건을 낮춰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후퇴하는 법은 거의 없고 심지어는 동결조차도 쉽지 않다.

선진국 자동차업체들은 오래전에 모두 노사관계를 글로벌 시각에서 부고 협조와 공생 관계로 전환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같은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1년 단위의 임금협상으로 매년 인상되는 임금과 임금인상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근속수당,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수당, 라인수당 등 다양하고 복잡한 임금구조는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결과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임금수준은 가장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을 추월한 최고 임금수준으로, 인건비 부문에서는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7년 기준 9,072만 원으로 2005년에 비해 81.1%나 인상됐다.

그 결과 일본 토요타의 832만 엔(83,75만 원), 독일 폴크스바겐의 65,051유로(8406만 원)보다 훨씬 높다.

임금은 이렇게 높은데 생산성은 어떨까?

한국의 대당 생산 투입시간은 일본, 미국보다 각각 11.2%, 14.5% 많다. 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들보다 많이 걸린다는 얘긴데 인건비도 높고 시간도 많이 걸리면 당연히 경쟁력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는 다음을 위한 연구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크게 높다보니 경쟁업체들에 비해 R&D 등의 투자여력이 부족해 차세대 제품 개발이 쉽지 않다.

현대.기아차의 2017년 R&D 투자액은 4조1천억 원(37억 달러)으로 폴크스바겐의 4분의1, 토요타의 5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현대. 기아차는 2.8% 수준으로 토요타의 3.6%, 폴크스바겐의 5.7%, GM 5.0%보다 크게 낮다.

직원들이 당장의 수익에만 집착하다보니 미래에 투자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R&D가 아닌 다른 부문에 소진된 경우도 있다.

현재 현대 기아차의 경우, 2,000cc미만의 중소형 양산모델의 제품개발 능력은 일본이나 유럽업체들의 수준에 거의 도달했지만 고급차 부문에서는 아직도 큰 격차가 있다.

유럽이나 미국업체들이 이미 오래전 추구했던 글로벌 디자인 및 제품개발 전문가의 영입이 현대. 기아차는 이제야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런 차이 때문이다.

핵심기술력 확보에서도 여전히 취약하다. 친환경차 핵심기술인 모터, 인버터, 배터리 제조의 핵심기술이나 주요 소재는 모두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센서는 모빌아이, 커넥티드카 기술은 시스코, 구글 등으로부터 수입,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기업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생존을 위해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기업들은 원만치 못한 노사관계에 이끌려 대 내외적 상황변화에 상관없이 수 십 년을 일관된 상태를 유지해 왔다.

이 같은 형태가 누적되면서 오늘날 돌이킬 수 없는 위기상황에 빠져들었다.

지금이라도 노조와 회사는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경영진도 보다 신뢰있는 자세와 열린 경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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