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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지원 중단하고 청라 프루빙그라운드 뺏으면 GM은 어떤 선택할까?

  • 기사입력 2018.10.26 16:02
  • 기자명 이상원 기자
GM의 연구개발부문 분리가 진행되면서 또다시 노사간. 정부와 GM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GM(제너럴모터스)은 진짜 한국에서 철수할 생각이 있는가?

GM이 한국정부의 지원과 노조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한국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어져 오던 GM의 한국 철수설은 군산공장 폐쇄와 임.단협의 극적인 타결, 그리고 한국정부와 GM간의 추가투자를 통한 한국GM 회생 합의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GM이 R&D(연구개발) 부문 별도법인 설립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지난 1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R&D(연구개발) 부문 별도법인 설립 안을 가결시키고 법인 설립 작업에 착수하자 노조는 청와대 앞 시위와 간부들의 파업으로 별도법인 설립에 항의하고 있다.

법인 분리 강행으로 노조뿐만 아니라 산업은행과 인천시 등 관계 기관들도 덩달아 한국지엠 압박에 나서고 있다.

19일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2대 주주 산업은행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8천억 원을 지원하면서도 GM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 다니느냐는 질타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면서 한국GM에 애초 약속한 지원 금액 4,200억 원(3억7500만 달러)의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지난 5월 한국GM과 경영정상화 합의 당시 약속한 8,400억 원(7억5,000만 달러) 가운데 절반만 지급한 상황이다.

여야 의원들은 오는 29일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장에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을 불러 한국지엠의 철수설과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따질 예정이다.

또, 인천시는 한국지엠이 연구개발(R&D) 법인을 분리할 경우, 2005년 한국지엠과 맺은 '청라기술연구소 토지 임대차계약'의 유효성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05년 한국지엠에 청라국제도시 내 47만5천㎡ 규모의 땅을 최장 50년간 무상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지엠은 2007년부터 '한국지엠 청라 프루빙그라운드'(주행 시험장)를 운영하고 있다.

계약대로라면 한국GM은 2055년까지는 무상으로 청라 프루빙그라운드를 사용할 수가 있다. 청라 프루빙그라운드를 뺏는 명분은 R&D 법인을 분리되면 신설 법인이 프루빙그라운드를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GM이 R&D 부문을 분리하면 지금까지 한국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해 준 모든 것을 빼앗겠다는 것이다.

언론들도 한국지엠과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GM이 군산공장 폐쇄와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또 다시 전개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국회의원, 언론들이 지적한 대로 GM은 정말 한국을 떠나기 위해 연구개발 부문 분리를 서두르고 있는 걸까?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려 했다면 지난 4월 합의 이전에 벌써 짐을 쌌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GM은 어떻게든 한국법인을 살려보려고 애를 쓰는데 한국정부와 노조가 나가라고 등 떠미는 꼴인 셈이다.

외투기업(외국투자기업)도 한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고, 고용을 일으키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국내기업과 꼭 같은 기업인데도 마치 한국에서 등쳐먹고 도망가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밝히고 있는 연구개발 부문을 분리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지엠 연구개발 부문에 맡기고자 하는 차세대 컴팩트 SUV 개발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의도다.

GM 본사는 차세대 컴팩트 SUV 개발을 한국지엠 R&D 부문에 배정하더라도 강성 노조가 여러 이유로 발목을 잡지 않을까를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인 차세대 컴팩트 SUV가 당초 계획한 일정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출시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한국지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시장에서 대응해야 하는 GM본사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가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글로벌 투자기업인 GM으로서는 어쩌면 이런 판단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전체 글로벌 비니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인을 회피하는 조치는 반드시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GM의 연구개발 부문 분리에 대한 GM측의 이런 해명이 사실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아직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궤멸 직전에 몰려 있는 한국지엠의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으로선 법인 분리에 대해서도 믿어 줄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 정상화 합의 이후 판매량이 잠시 회복하는 듯했으나 7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면서 1~9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대비 15%나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정부와 관계기관들의 압박이 계속되고 노조와 갈등이 이어진다면 GM 스스로도 한국사업장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최근 GM의 투자자들은 메리바라CEO가 많은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 합리화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일부 불합리한 사업장들 때문에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GM 경영진을 압박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메리바라CEO의 다음 선택은 과연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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