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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가 안방인 북미서 세단 생산. 판매를 중단하는 진짜 속사정은?

  • 기사입력 2018.05.04 12:00
  • 최종수정 2018.05.07 15:37
  • 기자명 이상원 기자
미국 포드자동차가 지난 달 25일 북미에서 세단 판매를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미국 포드자동차가 지난 달 25일 북미에서 세단 판매를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

전체 라인업 중 스포츠카 머스탱과 뉴 포커스 액티브 등 2개 차종만 남기고 피에스타와 포커스, 퓨전, 토러스 등의 북미지역 판매를 향후 몇 년 내에 중단한다는 것이다.

1903년 창업해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했던 포드의 본국에서의 세단 판매 중단 선언은 전 세계 자동차업계에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드가 미국에서 판매를 중단하는 차종은 세단 뿐 만이 아니라 피에스타와 포커스 해치백 모델도 포함된다. 머스탱, 미니밴과 SUV, 픽업트럭을 제외한 전 차종이다.

포드는 올해 5월 중 포커스, 2019년 3월에 토러스, 2019 년 3월에 피에스타가 각각 생산을 중단한다.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중형세단 퓨전은 오는 2020년까지 생산을 이어갈 예정이다.

포드가 북미 승용차시장에서의 철수를 결정한 것은 미국 자동차시장이 세단에서 SUV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 만은 아니다.

세단시장은 비록 규모가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연간 1,700만 대에 달하는 신차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600만 대 규모의 이 시장을 한 차종으로 약 40만 대 씩 팔리는 토요타 캠리나 코롤라, 혼다 어코드, 시빅, 그리고 현대 엘란트라,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 등이 차지하고 있다.

포드의 세단시장 철수의 가장 큰 이유는 구조개혁 지연과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포드는 세단 판매의 상당 부분을 할인 폭이 큰 렌터카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반 개인 판매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할인과 자동차업체가 금리를 보조해 주는 장기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비행기로 무려 6시간이나 걸리는 광활한 미국에서는 비행기와 렌트카 여행이 기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2만개 이상의 렌터카업체가 약 230만 대의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렌터카 판매를 통하지 않고서는 차량 유통이 불가능하다.

차가 팔리지 않을 때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은 렌터카나 법인 등 플릿 판매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우며 결국,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도 원가가 높은 신차를 재고로 세워두면서 금리나 재고금융을 부담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도매시장으로 넘어간 차량은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중고차시장으로 다시 넘어가게 된다. 주행거리가 많지 않고 새로운 연식의 중고차를 저렴한 가격대로 살 수 있게 되면서 해당모델은 신차로서는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현대. 기아자동차가 지난해부터 판매 격감의 위험을 무릎 쓰고 플릿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도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포드 퓨전도 주행성능이나 사양은 괜찮은 차량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렌터카시장에 나와 있는 숫자가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미국의 베스트 셀링카였던 토러스가 2006년 모델 체인지시 이름을 바꾼 이유의 하나는 토러스는 깎아주는 차 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SUV가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포드는 팔리지 않는 세단 차량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할인 판매라는 인식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포드 뿐만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나 크라이슬러, 토요타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GM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60만 대에 달하는 신차를 렌트카로 처리해 왔다. 메리바라CEO는 유럽사업 부문을 정리한 것처럼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2016년 렌터카 판매를 45만 대 수준으로 줄였고 2017년 3월에는 30만 대 수준까지 낮췄다.

덕분에 GM의 미국시장 판매량은 2016년 304만 대에서 2017년 299만 대로 줄었다.

GM은 적자사업인 유럽부문 매각과 수익성이 없는 렌터카 유통사업 정리로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최근에는 주가도 오르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이미 2년 전인 2016년에 스포츠카만 남겨놓고 세단 판매에서 철수해 버렸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를 이끌고 있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가 내린 결정이었다.

최근 FCA크라이슬러코리아도 한국에서 세단 판매를 중단하고 지프 브랜드에만 올인하기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09년에 연방 파산법 적용 이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회생한 GM과 크라이슬러가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반면, 당시 자력으로 리먼사태를 넘긴 포드자동차는 구조개혁이 늦어지면서 경쟁력이 약화돼버렸다.

포드의 마크 필즈 전 CEO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재임하면서 효율성과 EV.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전략 부재로 GM에 뒤처지면서 결국 2017년 5월에 CEO 자리에서 해임됐다.

이어 신임사장으로 지명된 제임스 헤켓 CEO가 내세운 효율성 개선의 전략이 바로 세단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것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구 온난화 환경 규제에 대한 회의적인 쟁책도 포드의 세단시장 철수 결정에 한 몫을 했다.

미국환경보호국(EPA)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7년 1월, 아직 1년 이상 남아 있던 환경규제 심의를 중단했고, 올 4월에는 EPA가 공식적으로 환경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연비 기준 상향 조정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치적 흐름을 본 포드는 당분간은 소형차나 세단 세상이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포드의 세단 생산 중단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연비가 좋은 소형차와 세단 생산을 포기할 경우, 앞으로의 미래는 괘찮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다시 소형차나 세단시대가 되돌아오게 되면 포드는 멕시코나 유럽에서 생산되는 소형차 피에스타와 포커스를 미국으로 들여 올 수가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아반떼(엘란트라)와 쏘나타, K5, 포르테 등이 소형세단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현대. 기아차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참고해 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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