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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기함 아슬란은 왜 3년 만에 사라졌나?

  • 기사입력 2018.02.08 11:58
  • 최종수정 2018.02.09 10:27
  • 기자명 이상원 기자
현대차의 전륜 프리미엄 세단 아슬란이 출시 3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현대자동차의 대형세단 아슬란이 지난해 말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 1월에도 20 대가 판매된 것으로 기록됐지만 이는 재고량 처리 차원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아슬란은 지난 2014년 10월에 출시, 만 3년을 버티다가 결국 라인업에서 사라졌다. 아슬란은 첫 해에 2,551 대, 2015년 8,629 대, 2016년 2,246 대, 2017년 490 대, 2018년 20대 등으로 지난 달까지 겨우 1만3,936 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처음부터 아슬란은 국내 전용 모델로 투입됐기 때문에 사실상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아슬란은 포지셔닝으로 보면 현대차브랜드의 플래그 쉽(기함) 세단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에쿠스(EQ900)와 제네시스(G80)가 프리미엄 제네시스 브랜드로 편입되면서 원치 않았던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원치 않은 플래그 쉽이란 의미는 정통성을 가진 신차종이 아닌 급조된 파생모델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아슬란은 세대를 이어가는 정통 라인업이 아닌 끼워넣기 식으로 탄생된 모델이다. 당시 현대차는 고급차 부문에서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형편없이 밀리면서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수입차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하다 독일 수입차들이 한 개 차종에서 많게는 10여개의 파생 차종들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 이에 대한 대책으로 3-4천 만원대 프리미엄 세단을 생각하게 됐다.

이 결과로 탄생한 아슬란은 그랜저 플랫폼에 윗 급인 제네시스의 편의사양들을 대거 적용, 프리미엄 전륜세단이란 캐치 프레이즈로 출발했다.

프리미엄 후륜구동의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이어 전륜 프리미엄 아슬란으로 독일 수입차에 맞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아슬란의 존재감은 좀처럼 드러나지 못했다.

출생 자체가 파생모델이란 성격이 짙은데다 아래로는 수 십년 동안 터를 닦아 온 그랜저, 위로는 현대차 역사상 가장 잘 만든 차로 평가받는 제네시스가 버티고 있었다.

이런 두 차종 사이에 어정쩡하게 태어난 아슬란이 버티기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2016년에 등장한 신형 그랜저IG는 아슬란의 퇴장을 더욱 재촉했다.

현대차는 그랜저를 쏘나타에 이은 제2의 국민차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중형 쏘나타는 물론 윗급인 아슬란까지 아우르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가격대를 설정했다.

덕분에 그랜저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월 평균 판매량 1만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쏘나타는 판매가 크게 위축됐고 아슬란은 라인업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대차가 실패했던 90년대의 준대형급 마르샤와 대형급의 아슬란, 그리고 중형 i40가 갖는 공통적인 특징은 어정쩡한 제품 아이덴티티다.

아반떼나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등 현대차의 정통 라인업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BMW GT나 볼보 크로스 컨트리처럼 확실히 차별화된 디자인과 용도성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수입차들과의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차종들이 개발돼야 한다. 일시적으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욕심보다는 수 십 년을 갈 수 있는 확실한 차종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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