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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자동차의 미래 보여준 BMW 럭셔리 세단 7시리즈

벤츠 S클래스와 다른 노선, 미래 기술로 기본기를 강화한 젊은 럭셔리 세단

  • 기사입력 2016.01.26 22:53
  • 최종수정 2016.01.27 17:27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BMW의 최고급 세단 7시리즈를 시승했다. 7시리즈가 속한 최고급 세단 라인업은 국내에서는 2년 정도 먼저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인기를 끌면서 출고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고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의 EQ900 역시 초기 사전계약만 1만5000대를 넘기면서 대형 세단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BMW는 7시리즈로 작년 국내 시장을 노크했다. 코드네임 B57의 3.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주력으로 상륙했다. 신형 7시리즈는 대형 세단이 얼마나 날렵하고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새로운 모델이다. 이를 위해 차체를 경량화하고 무게중심을 낮췄으며 에어서스펜션을 바탕으로 한 전자식 차체자세제어장치는 커다란 차의 운동능력 한계를 극대화했다.

 
 
 

 시승을 위해 키를 건네받고 앞모습을 봤다. 영락없는 BMW다. 상징적인 키드니그릴과 바로 맞붙은 LED 헤드램프는 이 차가 BMW임을 증명한다. 차체 길이 5.3미터에 이르는 롱휠베이스의 7시리즈가 날렵해 보인다. 옆모습 때문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높이를 낮추면서 보닛에서 앞, 뒤 문짝과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숄더 라인은 더 단단하게 가다듬었다. 누가 봐도, 휙 달리는 모습만 봐도 이 차가 BMW임을 증명하는 두 번째 증거다. 앞과 옆이 날렵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뒤는 품위 있는 디자인을 지켰다. 뒤따라오는 차가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뒷모습은 두 줄로 이어진 브레이크등과 범퍼 속으로 감춘 배기파이프로 우아하지만 스포티한 인상을 남긴다.

 이 차의 진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차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기 전에 묵직한 리모컨 키가 인상적이다. 국내 최초로 BMW에서 적용한 ‘디스플레이 키’는 자동차와 wi-fi로 통신한다. 차의 문이 열리고 닫힌 상황을 전달하고 즉시 혹은 맞춰둔 시간에 따라 냉난방을 가동한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차에서 내린 상태로 키를 이용해 주차 라인 속으로 마치 무선조종 하듯 전진과 후진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스마트폰 절반만한 크기의 초대형 키를 눌러 실내로 들어가면 BMW의 신기술이 곳곳에 박혀있다. 운전석에서 시동을 걸면 익숙한 계기반이 펼쳐진다. 붉은 빛을 기본으로 한 디자인은 BMW의 고유명사다. 동그란 계기반 속에는 TFT LCD가 들어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완전히 LCD 화면으로만 구성했다면 BMW는 과거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속에만 LCD를 적용한 조화를 보여줬다. LCD 화면을 활용한 것은 공조장치도 마찬가지다. 장갑을 껴도 작동이 가능한 터치 방식의 버튼으로 시트의 열선을 작동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은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보여준다. 기존과 다른 것은 ‘터치’의 지원.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각종 기능을 사용하면서 정보의 입력이 더 빨라졌다. 기어레버 옆에 있는 다이얼에서도 정보 입력이 가능하다. 독특한 것은 다이얼 위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면 화면에서 한글 인식을 진행한다는 점.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고집을 부리던 BMW가 좀 더 개방적인 변화를 꾀한 부분이다.

 
 

 사방의 카메라를 통해 차량 전체를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 시스템은 한 단계 진화했다. 주차시에 하늘에서 본 듯한 영상과 후방 카메라 영상을 분할해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주차 상황에 따라 차체를 화면에 넣어 보여주는가 하면 앞과 뒤를 동시에 보여줘 운전에 도움을 준다. 특히, 앞뒤로 오가는 주차 상황에서 전진 시에도 후방 화면을 잠시 유지해주는 기능은 실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 편리하다.

 옆 좌석으로 잠시 눈을 돌리면 은은한 조명이 실내를 비춘다. 대시보드 라인 아래와 도어포켓까지 비추는 앰비언트 라이트와 라이트 카펫은 야간에 실내에서 안락함을 더해준다.

 전동조절식 시트는 머리, 어깨, 허리 부분을 따로 조절할 수 있으며 키가 큰 운전자도 허벅지 길이에 맞춰 시트를 늘릴 수 있다. 시트를 조절하기 위해 버튼에 손을 대는 순간 센터콘솔의 대형 화면에는 관련 옵션이 나와 조작을 돕는다. BMW가 일찍부터 오디오 단축 버튼에 적용했던 터치 기능을 시트에도 확장 적용한 셈이다.

 
 

 뒷좌석은 이 차의 백미다. 롱휠베이스의 시승차는 일반 모델에 비해 14cm 더 길다. 그만큼 실내 공간을 확보했는데 이는 대부분 뒷좌석에 할애했다. 첨단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는 브랜드답게 뒷좌석 중앙 암레스트에는 삼성전자의 태블릿 PC 갤럭시 탭이 장착됐다. 차 안의 선 블라인드부터 오디오를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모두 조작할 수 있다. 겉모습은 날렵한 스포츠 세단처럼 생겼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안락한 공간이 탑승객을 반긴다.

 장거리 시승을 위해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에 올라갔다. 디젤 엔진인 만큼 소음과 진동이 있다. 다만 미세한 수준이다. 동급의 가솔린 엔진이 워낙 정숙해서 마치 전기차와 비슷할 정도라면 이 차는 멀리에서 엔진이 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다. 소음과 진동은 달리기를 시작하면 급격하게 줄어든다. 특히, 시속 80km/h~120km/h 사이에서는 매우 정숙하다. 고속도로 크루징에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시속 35km/h를 넘기면 차체는 자동으로 낮아진다. 에어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이 기본 장착됐다. 일단 주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승차감이 무엇인가 달라진 것을 말해준다. 고속도로의 램프를 다소 과격하게 들어가도 타이어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다. 시승차에는 미쉐린의 윈터타이어가 장착돼 하절기용 타이어 수준의 퍼포먼스는 아니지만 코너를 빠져나가기에는 충분하다.

 

 이 차에 최초로 적용한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는 댐퍼를 노면에 맞춰 조절하고 전자기계식 안티 롤 바를 추가해 과격한 코너링에서도 차를 잡아준다. 6기통 디젤 엔진의 부드러운 가속감과 함께 8단 자동변속기가 쉴틈 없이 변속을 해 차의 성능을 끝까지 끌어낸다.

 고속도로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반자율주행장치들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크루즈컨트롤은 기본이고 차선을 인식해 스티어링휠을 일부 조작한다. 휠에 손을 얹고 있을 때 작동하는 느낌이 기묘하다. 손에 힘을 빼고 있을 뿐인데 차선을 읽고 스스로 손을 끌고 유도하는 모습이 기특하기까지 하다. 자율주행의 바로 직전 단계지만 안전을 위해 손을 뗄 경우 경고음이 울린다.

 
 

 운전하는 자세가 여유로우니 음악도 틀어봤다. 볼륨 조절은 손동작으로 한다. 이른바 제스쳐컨트롤이다. BMW가 최초로 적용한 기술로 룸미러 위의 센서가 손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인식해 동작한다. 기본적인 몇 가지 움직임은 사전에 등록돼있고 추가 기능은 등록할 수 있다. 시승 초기에는 인식률이 낮아 쓸모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하루 이틀 차를 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제스쳐컨트롤을 사용하게 됐다. 일단은 볼륨 조절에서 시작해 인포테인먼트 조작 등 여러 기능을 맞춤 형태로 추가할 수 있었다. 잠깐의 시승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능이고 실제 차를 운행하다 보면 편리하게 쓸 것으로 보이는 기능이다.

 짧은 시간 7시리즈를 시승하면서 이 차의 품질이나 기능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느꼈다. 이 차는 단순한 럭셔리 세단의 의미보다 BMW가 제시하는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 담겨있다. 카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감량’을 이뤄냈고 동작 인식 센서를 활용해 제스처컨트롤을 구현했다. 전자 제어식 서스펜션과 차체자세제어장치들은 기존 공학적 한계에 머물렀던 자동차의 움직임을 한 단계 높여놨다. 이 차를 타기 전에 이름조차 복잡한 기능을 외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차를 오래 타며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BMW는 6세대 7시리즈로 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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