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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스캔들] 한국의 디젤차 배출가스, 어떻게 개선해야하나(下)

  • 기사입력 2016.01.18 07:07
  • 최종수정 2016.01.18 17:47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폭스바겐의 배출가스스캔들이 세상에 공개된 지 4개월이 지났다. 폭스바겐은 위기를 맞았다. CEO는 사임했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의 소송이 시작됐다. 리콜 계획을 발표하고 소비자 보상안을 조금씩 내놓고 있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15일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르노자동차의 본사와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조사라는 소문이 퍼지며 르노의 주가는 한때 28.6%나 폭락했다. 그 전에도 BMW가, 메르세데스-벤츠가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루머가 퍼지며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디젤스캔들로 확산됐다.

 미국은 소비자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폭스바겐도 사과와 함께 일부 보상안도 내놨다. 반면, 유럽은 폭스바겐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생산지인데 소비자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독일 소비자들은 폭스바겐을 그래도 구입하겠냐는 질문에 54%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디젤차에 대해서는 좀 더 강한 입장이다. 유로6 기준이라면 구입하겠다는 소비자가 약 30%, 또 다른 30%는 절대 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40%는 연비가 선택의 중요 기준이라고 밝혔다. 디젤차의 근본적인 문제에 좀 더 집중한 모습이다.

누가 디젤차에 돌을 던질 것인가

 디젤 엔진을 승용차에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30~40년 전 일이다. 크고, 무겁고, 시끄럽고 떨림이 많아 승용차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유럽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승용차에 디젤 엔진을 얹기 시작했고 기술의 발전을 따라 단점은 보완됐다.

 우리나라에서 디젤 승용차를 본격적으로 판매한 것은 최근 10년 사이 일이다. SUV가 늘어나며 디젤 엔진 보급이 늘어났고 수입차에서는 푸조와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BMW, 벤츠 등이 디젤 고급 승용차를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산차가 디젤 승용차를 주도했다.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었고 이른바 ‘친환경 디젤’이라는 자동차 업체의 달콤한 수식도 뇌리에 박히기 시작했다.

▲ 1900년대 초기 루돌프 디젤이 개발한 디젤 엔진

 디젤 승용차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 565만대의 디젤차 가운데 승용차는 35%인 196만7000대였다. 10년 뒤인 2015년 3월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경유차는 810만대로 늘어났고 디젤 승용차의 비중은 51%로 치솟아 416만대에 이른다.

▲ 디젤 엔진의 발명가 루돌프 디젤

 지금은 디젤 자동차가 우리 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차로 자리 잡았다.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는 CNG 버스를 사용하지만 고속버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버스는 디젤 엔진이다. 또, 화물차와 승합차의 거의 대부분이 디젤 엔진이다. 최근에는 디젤 승용차의 비중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 배기가스 배출의 정도만 다를 뿐 모두가 디젤을 이용하고 배출하는 상황이다.

배출가스 실주행테스트

 디젤스캔들이 일어나자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판매한 폭스바겐의 동일 차종에 대해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점검하고 나섰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 1월부터는 2.5톤 이상 대형차를, 2017년 9월부터는 3.5톤 미만 중소형차에 대해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는 자동차 업계에는 가혹한 기준이다.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환경오염의 근원이 되는 물질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동차 업계는 치열한 생존 전략을 짜야했다.

▲ 유로x 기준에 따른 배출가스 저감 현황

 실도로 측정은 말 그대로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를 포집해 측정하는 방식이다. 실험실의 특정 조건에서만 측정하던 현재까지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현실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험실에서만 좋은 성적을 거뒀던 자동차에게는 가혹한 방식이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그간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2000년 이후 6배 강화했지만 실제 도로에서의 배출량 저감은 40%에 그쳤다.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가 힘을 얻은 이유다.

 그런데 배출가스스캔들의 중심에 선 회사의 대표 차종이 실제 주행 방식으로 측정한 실험에서는 가장 친환경적인 차로 나타났다.

 최근 영국 에미션스 애널리틱스가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골프가 148mg/km(기준치의 1.9배 초과)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해 디젤차 가운데 가장 환경친화적으로 나왔고 볼보의 XC90은 6.2배 초과, 피아트 500x는 10.6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상은 폭스바겐이 배출가스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여타 브랜드가 더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럽에서 각 자동차 브랜드는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업계는 2017년으로 다가온 실주행 도로 측정방식의 도입을 늦추려 했지만 이번 스캔들로 무산됐다. 결국 최근에는 허용수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방향을 틀었다. 디젤 자동차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생산하는 유럽에서는 자동차 업계가 환경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 디젤차에 돌을 던질 것인가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으로 물의를 일으킨 폭스바겐이 실도로 주행에서는 가장 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가장 가혹한 측정방식의 결과다. 소비자를 기망했다는 것을 제외하고 살펴본다면 가장 적은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차를 가장 앞세워 비난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둘러싼 고민은 여기서부터 이제 시작해야한다. 누가, 얼마나 배출하는지 따져야하고 가장 많이 배출하는 차부터 개선을 시작해야한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에는 2015년 3월을 기준으로 810만대의 디젤 엔진 자동차가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디젤 승용차다. 대기에 배출가스를 내뿜는 정도는 엔진의 크기가 클수록 높게 마련이다. 또, 오래된 엔진은 환경 규제가 약했고 노후했을 가능성이 높아 더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최근에 출시한 디젤차, 이 가운데 엔진이 상대적으로 작은 소형차, 승용차는 배기가스 배출이 가장 낮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차들은 법적 규정을 충족할 경우 1992년 유로1 규제의 차량에 비해 약 1/20 수준의 물질을 배출한다. 유로1에서 질소산화물을 9g/kWh 배출했다면 현재의 차는 0.4g/kWh 배출한다. 미세먼지의 배출도 0.4g/kWh에서 0.01g/kWh로 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유로3부터 규제를 시작해 현재는 유로6까지 유럽과 동일한 수준을 맞추고 있다.

 환경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질소산화물의 배출은 트럭, 버스, 건설기계와 같은 대형 엔진의 배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보일러와 같은 건물과 주택의 시설도 많이 배출한다.

 질소산화물을 기준으로 한 환경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배출량의 67.7%가 수송부분에서 발생하고 이 가운데 76%가 경유차에서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이 배출가스 스캔들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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