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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스캔들] 독일서 본 유럽車 업계, 반디젤 정서의 흐름은? (上)

“어느 회사도 배출가스 검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독일인 53% 폭스바겐 사태 이후에도 “구입하겠다” 밝혀

  • 기사입력 2016.01.04 17:36
  • 최종수정 2016.01.05 09:44
  • 기자명 이다일 기자

[독일=스케치북다이어리] 지난 해 9월 19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일반 관람객을 맞은 첫 날 박람회장 주변은 자동차로 가득했다. 라디오에서는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안내멘트가 계속 흘러 나왔고, 고속도로와 시내 도로 일부가 극심하게 막히고 있으니 우회하라는 교통정보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독일인들은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디젤차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디젤게이트의 시작이다.

 

반디젤 정서에 기름을 부은 디젤게이트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디젤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 사건이 있기 몇 년 전부터 프랑스 등이 보인 반디젤 정서가 주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 배출이라는 친환경성에만 초점을 맞추던 유럽은 인체에 유해한 스모그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등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로 인해 파리 등 유럽 여러 도시들이 스모그로 몸살을 앓게 되었고, 이제는 디젤 억제책을 통해 질소산화물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디젤게이트가 터졌다. 언론과 친환경단체, 그리고 정치인들까지 나서 디젤 자동차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반디젤 정서와 디젤게이트가 맞물려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형성됐다. 이대로 디젤은 사라지게 되는 걸까? 많은 유럽인들이 디젤의 운명을 전망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만 그러겠어?' 
자동차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다른 브랜드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많은 이들이 과연 폭스바겐만 이런 속임수를 썼겠냐며 전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가 나서 10여개 이상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디젤차들을 RDE방식(실험실이 아닌 실제 주행 상황에서 조사하는 방법)으로 조사하기로 했고 조만간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폭스바겐 외에는 이런 조작 프로그램이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작프로그램의 사용 여부에만 문제는 머물지 않는다.

 

 실제 RDE 방식을 통해 폭스바겐 말고도 많은 브랜드의 디젤차들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당장 현행법으로 RDE 방식으로 드러난 기준치 초과에 대해선 처벌을 할 수 없지만 제조사에 대한 도덕적 비판까지 피해갈 수는 없게 됐다. 

 앞서 밝혀진 국제청정운송위원회(ICCT)의 조사에서는 한 차 종을 제외하고 14대가 RDE 방식으로는 유로6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환경보호 평가 연구소에서 실시한 RDE 방식의 배출가스 측정에서도 실험에 참여한 마쯔다6, BMW 320d, 그리고 폭스바겐 CC 등이 모두 기준치를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또, 독일 운전자클럽 아데아체(ADAC)는 실험실에서 신 연비측정법 모드에 맞춰놓고 테스트(Well-to-wheel)한 질소산화물 수치를 공개해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자그마치 80여개 디젤차의 결과였는데, 이중 13개 모델이 유로6 (킬로미터당 80km/g 배출) 기준치를 지켰고 4개 모델이 기준치에 근접했을 뿐, 그 외 나머지는 모두 기준치를 넘긴 것으로 발표된 것이다.

 특히, 레인지로버 스포츠 하이브리드 3.0 SDV6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1600mg/km까지 내뿜은 것으로 드러났다. 닛산 X-trail, 볼보 S60 D4, 르노 에스파스, 지프 레니게이드, 르노 그랑세닉, 그리고 현대 i20과 현대 싼타페 2.0 CRDi 등이 뒤를 이었다. 항간엔 아데아체가 독일차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자료 일부가 국제청정운송위원회 보고서에 반영된 것을 보면 단순히 자국차 구하기 관점으로만 볼 순 없을 것 같다. (기준치 초과 명단엔 독일 차도 여럿 있다)

▲ 신연비모드에 맞춰 배출가스 테스트 중인 모습 / 사진=아데아체

배출가스 RDE 테스트에서 나온 뜻밖의 결과

 폭스바겐의 프로그램 조작과 별개로 디젤 전반에 대한 불신은 여러 자료들이 공개되며  점점 커져갔다. 물론 비판의 중심엔 폭스바겐 그룹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현행 연비 및 배출가스 측정방법의 비현실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갔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가 실시한 디젤차 RDE 비교테스트는 뜻밖의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RDE 테스트 기사 일부

 독일의 양대 자동차 매체 중 한 곳인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이하 AMS)는 디젤 차 8대와 가솔린 차 1대, 총 9개의 자동차를 가지고 실제 도로를 달릴 때 배출가스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했다. 기획은 AMS가 했지만 실제 실험을 담당한 것은 영국 기업 에미션스 애널리틱스였다. 이들은 국제청정운송위원회에 RDE 실험 결과를 보낸 곳 중 하나로, 가장 많은 RDE 배출가스 데이터를 축적해 놓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AMS는 제조사들의 사전 작업을 막기 위해 통상적인 성능 테스트인 것처럼 차량을 요구했고 시내, 국도(평지 구간, 오르막 구간 별도), 고속도로 등에서 동일한 조건에 맞춰 주행하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조사했다. 이 중엔 조작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는 아우디 Q3(유일한 유로5 기준)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VW 골프 가장 좋은 결과
가솔린도 질소산화물에서 안심할 수 없어

 실험에 참여한 9개 모델의 구간별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종합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위 : 포드 몬데오 가솔린 (킬로미터당 평균 96mg 배출, 가솔린 기준 1.6배 초과)

2위 : 폭스바겐 골프 (킬로미터당 평균 148mg 배출, 기준치 1.9배 초과)

3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킬로미터당 215mg 배출, 기준치 2.7배 초과)

4위 : 마쯔다 CX-3 (킬로미터당 평균 284mg 배출 , 기준치 3.6배 초과)

5위 : BMW X5 (킬로미터당 평균 462mg 배출, 기준치 5.8배 초과)

6위 : 오펠 모카 (킬로미터당 477mg 배출, 기준치 6.0배 초과)

7위 : 볼보 XC90 (킬로미터당 평균 498mg 배출, 기준치 6.2배 초과)

8위 : 피아트 500x (킬로미터당 평균 845mg 배출, 기준치 10.6배 초과)

9위 : 아우디 Q3 (킬로미터당 평균 864mg 배출, 유로 5기준 4.8배 초과)

▲ 테스트에 참여된 차량들 / 사진=각 제조사

 유로6 기준인 골프가 가솔린 모델인 몬데오를 제외하고는 가장 적은 양을 배출한 것이다. 최근 EU가 새로 정한 유로6 기준치에 따르면 유일하게 합격을 받는 수치였다. 반면 테스트를 기획한 AMS는 피아트 500X의 경우 너무 편차가 커 의심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이번 테스트에서 눈에 띈 대목은, 가솔린 엔진도 질소산화물 배출에서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전체적으로 디젤 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지만 시내 구간에서는 기준치 (가솔린에 대한 유로6 NOx 기준치는 60mg)의 5배나 많은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이는 실험에 참여한 모델들 중 VW 골프, 오펠 모카, 그리고 BMW X5 디젤 보다 많은 양이다. 이번 테스트는 배출가스 문제가 디젤뿐 아니라 가솔린을 포함한 자동차 전반에 대한 관점에서 봐야 함을 보여줬다.

어느 회사도 배출가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디젤 차 배출가스 검증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자체 조사는 물론, 환경단체 등이 나서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을 하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엔 푸조-시트로엥 그룹이 자사 신차에 대해 RDE 테스트를 진행해 그 수치까지도 함께 고객에게 제공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자신 있는 제조사들은 적극 방어에 나설 것이며, 그렇지 못한 곳들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좀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확인한 테스트 결과를 보더라도, 어느 제조사도 디젤 배출가스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업계 전체의 직면 과제가 됐다. 특히 RDE 방식을 도입하니 마니 하는 논란이 끝난 점은 소비자에겐 다행스런 부분이다. 2017년부터 실험실 테스트와 RDE 테스트 결과를 모두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한 발 물러선 EU의 신 배출가스 기준

 2017년 9월부터 적용될 배출가스 기준치가 현재의 80mg/km 보다 많이 완화된 것이다. 몇몇 나라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원래 기준치 보다 3.3배 많은 배출량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다시 협의가 이뤄져 제조사와 제조협회 등은 2.7배까지 허용해 달라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게 된다. 

 

 결국 EU는 현실론을 앞세운 제조사와 여러 유럽국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2017년 9월부터 새롭게 인증받는 차량의 경우 현재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치(80mg/km)의 2.1배를 넘지 않도록 했다. 168mg/km까지는 유로6 기준에 넣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 1월부터는 1.5배(120mg/km)로 낮춰야 한다. 또 현재 유로6 인증을 받은 자동차는 2019년 9월과 2021년 1월로 1년씩 새 기준 적용을 늦춰주기로 했다.

 한-EU FTA 합의에 따라 이 기준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결국 지금까지 지켜진 유로6 기준은 실제 도로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반면, 비록 후퇴를 하긴 했지만 제조사들은 이 기준을 달성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숨가쁘게 달려온 디젤게이트 이후의 유럽 상황은 현재 이 정도까지 진행되어 있다. 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생각들일까?

친환경 디젤과 클린 디젤

 한창 디젤게이트로 시끄럽던 지난 해 하반기 독일에서는 디젤 자동차 관련한 다양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아우토빌트는 '지금 디젤 차를 구입하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이 중 5,634명(30%가)이 현재 유로6 기준이라면 구매하겠다고 답을 했다. 반대로 5,655명(30%)은 절대 디젤 차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대답했으며, 7,318명(39%)은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연비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답했다. 

 또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장본인 폭스바겐의 차량에 그럼에도 관심이 있냐는 또 다른 기관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4%가 폭스바겐 차량 구입에 관심이 있다고 답을 했다. 상황을 지켜본 후에 결정하겠다는 응답자도 35%나 됐다. 반대로 문제를 일으킨 폭스바겐의 차량 구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은 11%였다. 

 개인적으로 100여 명의 우리나라 네티즌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도 절반 가까이가 디젤 차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한 독일 전문가는 디젤게이트 이후 더 깨끗해질 거라는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도 디젤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요인 중 하나로 봤다. 또, 여전히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디젤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렵다. 가솔린 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디젤이 가진 친환경 딱지를 당장 떼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클린디젤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더 이상 쉽지 않게 됐다. 인체에 유해한 질소산화물과 분진 등이 가솔린 보다 더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파리 시장은 점진적으로 디젤 차의 파리 진입을 줄여나가 차후 완전히 디젤 차 없는 파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의 환경부 또한 디젤 차의 도심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지만 질소산화물 배출은 높은 이 대립되는 가치의 싸움이 지금 유럽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틈을 파고 들려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성장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유럽 운전자들에게  디젤의 장점은 외면하기 어렵다. 결국 제조사들은 더 깨끗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어야 하며, 여기에 더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대안에 대한 투자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책 자체가 전기차 등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은 예전과 같은 높은 인기를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완전히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것 역시 지금 당장 예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강화되는 규제에 얼마나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냐는 것이고, 친환경성과 인체 유해성에 대한 믿음을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심어주느냐가 디젤의 재도약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스케치북다이어리=본명 이완. 독일에서 현지의 자동차 문화를 블로그(http://humandrama.tistory.com)에 연재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칼럼리스트로 활동을 넓히며 독일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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