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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성능으로 압도한다…닛산 스포츠 세단 ‘맥시마’

3.5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으로 시원한 달리기 성능

  • 기사입력 2015.10.15 17:03
  • 최종수정 2015.10.16 11:24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우리나라는 3.5리터 가솔린차의 지옥이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그렇다. 살아남은 차가 없다. 토요타의 아발론, 혼다의 레전드 그리고 포드의 토러스까지 모두 미국에선 좀 팔린다는 차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맥을 못췄다. 여기에 닛산이 뛰어들었다. 어찌 보면 무모하다. 연간 1200대 남짓한 3.5리터 가솔린 수입차 시장에서 약 480대를 팔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괴이한 모양에도 달리기 성능은 뛰어난 스포츠 세단 맥시마를 시승했다.

 
 
 

 14일 인천 영종도에서 만난 한국닛산 상품기획 담당 정승민 과장은 자신감이 있었다. 정 과장은 “이번 맥시마는 가격 책정부터 무척 공격적이다”라며 “본사를 계속 설득해 한국 실정에 맞는 가격으로 차를 내놨다.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과장의 자신감 뒤에는 한국닛산의 조용한 성장이 있었다. 2008년 국내에 진출한 닛산 브랜드는 최근 2~3년간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40%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고 목표로 했던 5500대는 무난하게 초과 달성할 전망이라고 다케히코 키쿠치 대표는 말했다.

▲ 한국닛산 타케히코 키쿠치 사장

 그간 큐브, 쥬크, 패스파인더와 같은 독특한 차종을 들여온 닛산은 맥시마의 출시로 정통 세단 라인업 공략을 시작했다. 알티마는 2.0리터급 중형세단으로 맥시마는 3.0리터급 대형 세단으로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이 배경에는 닛산의 VQ엔진이 있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으로 14년 연속 워즈오토의 세계 10대 엔진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파생한 모델이 닛산의 3.5리터에 들어갔다. 이 차에 들어간 VQ35DE 엔진은 기존 대비 61%의 파트를 새로 개발했다. 또한, 닛산의 무단자동변속기(CVT) 기술도 달리기 성능에 한 몫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저가의 경차에 CVT를 적용한 기억이 강렬해 첫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다양한 차종에 CVT가 들어가면서 이미지 개선에도 성공한 파워트레인이다.

 
 
 
 

 한국닛산은 맥시마를 ‘프로그레시브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벤츠, BMW와 같은 독일차는 ‘트레디셔널 프리미엄’이라고 분류했다. 어찌했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벤츠, BMW의 엔트리급 세단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무모하지만 과감한 도전이다. 닛산 브랜드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겨냥하고 나섰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이 도전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맥시마를 시승했다.

 정면에서 본 디자인은 다른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괴하다. 마치 닛산이 스포츠카 370Z에서 강조하던 ‘Z’ 디자인과 일본 만화 건담에 나오는 ‘V’ 디자인이 혼재된 느낌이다. 라디에이터그릴에는 건담의 머리 모양 같은 V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는 Z가 들어있다. Z나 V나 각지고 뾰족한 모습이니 전반적인 차의 인상도 그렇다. 인피니티의 FX와 니산 쥬크, 큐브에서 보여줬던 둥근 모습은 흔적만 남았다.

 
 

 옆모습은 진보적이다. 날렵한 유선형 디자인이 살아있다. 특히, C필러에 들어간 라인에 힘을 줬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자동차가 선호하는 라인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영향일까 추측해본다. 뒷모습은 이 차에서 가장 평범하다. 부메랑 형태의 브레이크등이 인상적이고 빨간색의 방향지시등 역시 인상적이지만 무난하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방향지시등을 그대로 가져왔다. 한미 FTA 때문에 합법이다.

 한국닛산은 맥시마의 시승코스로 영종도를 선택했다. 차가 많지 않아 한가한 것이 장점이지만 과속을 유발하는 길이다.

 노멀 모드로 길을 나섰다. VQ 엔진은 역시 부드럽다. 게다가 요즘은 보기 드문 자연흡기 방식이다. 3.5리터 시장은 이제 전 세계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미국에서만 명맥을 유지한다. 중국도 3.0리터 이상 엔진에 대해 매우 강력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글로벌 차 회사들은 3.0리터 미만의 엔진에 주력한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더 보기 힘들어질 것 같은 자연흡기 3.5 리터 엔진은 애착이 간다.

 
▲ 한국닛산은 이날 맥시마를 출시하며 스포츠 주행성능을 강조했다. 상품담당 정승민 과장의 소개 이후에는 전문 드라이버를 따라 시승코스에서 고성능 드라이빙을 체험했다

 엔진회전수를 올리자 무단자동변속기가 속도를 올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급가속을 시도했다. 순식간에 70, 80km/h. 속도가 올라간다. 변속의 구분이 없다. 단수가 없는 변속기니 당연하다. 숨 쉴 틈 없는 변속이 오히려 부드러움으로 느껴진다. 시속 100km/h까지 가속은 부드러우면서 빠르다.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바꿨다. 버튼만 누르면 된다. 차의 엔진소리가 달라지고 사용하는 엔진회전수도 바뀐다. 좀 더 고회전을 사용한다. 역시 닛산의 VQ엔진은 고회전이다. CVT 변속기는 수동모드로 바꿨다. 무단변속기에 있을 수 없는 1단, 2단, 3단, 4단...기어 변속기 표시된다. 닛산은 CVT 변속기를 마치 일반 변속기처럼 사용하도록 프로그램 했다. 킥다운도 재현했다. 달리는 재미를 주려고 한 꼼꼼함이다.

▲ 맥시마의 D컷 핸들. 닛산, 인피니티의 대부분의 차가 동일한 모양을 사용한다.
▲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8인치 스크린
 
 

 맥시마는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일반적으로 플래그십 세단은 고급스럽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지만 이 차는 다르다. 뉘르부르크링에서 포르쉐를 눌러버렸던 닛산의 고성능 스포츠카 GT-R이 상징하듯, 맥시마는 스포츠 세단임을 강조한다. 시트는 몸의 좌우를 알맞게 잡아주고 D컷의 스티어링휠은 대형 세단인 것을 잊게 한다. 사운드 제네레이터를 통해 들리는 엔진음은 그간 봤던 플래그십 세단과 전혀 다른 이미지다. 엔진회전수를 왼쪽에 보여주는 계기반은 고성능 고회전 엔진을 자랑하는 듯 하다.

 고성능이 장점인 스포츠 세단인 만큼 몇 가지 단점도 눈에 띈다. 아주 사소하지만 조수석은 높낮이 조절이 안 된다. 단일 트림으로 출시해서 옵션 조정은 불가능하다. 향후 또 다른 트림이 출시할 가능성은 있다고 하지만 패들쉬프트가 없는 것도 아쉽다. 연비는 포기했다. 아쉽다고 말할 꺼리가 아니다. 익숙하게 봤던 3.5 VQ 엔진이기에 리터당 1km~2km를 더 달리는 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다. 영종도에서 이 차를 혹사시킨 것을 생각하면 리터당 7km의 연비는 나쁘지 않다. 일반적인 시내주행과 고속주행을 합하면 리터당 10km 언저리는 나올 듯하다. 3.5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서는 괜찮은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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