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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타이어, 최악의 서킷 세팡서 그 성능을 증명하다[서킷 체험 기고]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익스피어리언스에 가다

  • 기사입력 2015.07.29 19:08
  • 최종수정 2015.08.01 20:20
  • 기자명 이상원 기자
르망 LMP2 머신의 서킷 주행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 그가 뛰는 모습을 떠올릴 때 트랙을 맨발로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긴 쉽지 않다. 100m를 9.58초(새계 신기록)에 주파하는 43보의 뜀걸음에서 발생하는 충격과 마찰은 엄청나다. 이를 완화해주는 고성능 러닝화가 없다면 신기록 달성은커녕 발에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제 자동차로 넘어가 우사인 볼트를 스포츠카, 러닝화를 타이어로 바꿔보자. 제 아무리 최고출력 500마력이 넘는 슈퍼 스포츠카라도 결국엔 네 바퀴에 달린 타이어에 의지해 달리고, 돌고, 선다. 타이어 한 개가 지면에 닿는 면적은 A4용지 절반 정도다. 자동차가 지면과 맞닿는 면적은 총 A4 용지 두 장 정도인 것이다. 1.5t 안팎의 자동차를 지탱하는 타이어가 기술의 집약체여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이어가 중요하다는 걸 알아도 성능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일반 소비자들이 알아차리기 힘들다. 겉보기엔 비슷하니 제품 가격과 타이어 장착점 직원의 언변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타이어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자사 브랜드와 제품을 각인시키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한다.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이 매년 개최하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익스피어리언스(MPSE)’가 대표적인 예다. 파일럿 스포트는 미쉐린의 고성능 타이어 제품명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이 대회는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에서 7~8월 두 달에 걸쳐 진행된다.

 세팡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1(F1) 경기가 2000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경주장이다. 일본의 스즈카 서킷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곳이다. 미쉐린이 이 경주장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주변에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국이 많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F1 드라이버들조차 체력적인 고통을 호소할 만큼 가혹한 기후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0도를 훌쩍 넘는 기온과 높은 습도는 드라이버와 차량 모두에게 부담이다. 특히 타이어는 내구성과 효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

 

세팡 서킷에서 택시 드라이빙 준비

미쉐린이 세팡 서킷에 매년 전 세계의 딜러사 관계자, 고객, 저널리스트들을 초청해 타이어의 극한 성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MPSE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그만큼 제품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MPSE는 투어링카, 랠리카에서 포뮬러 머신에 이르기까지 실제 경주에 투입되는 차량들이 등장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총 4대의 차량을 타본다. 소형차인 르노 클리오를 튜닝한 투어링카(경주차의 일종)와 시트로앵 DS3 랠리카, 포뮬러4 머신을 직접 운전한다. 마지막은 프로 선수가 운전하는 차량 옆에서 극한의 주행을 맛보는 택시 드라이빙 순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주대회 중 하나인 르망 24시 레이스 참가차량을 타고 길이 5.543km의 서킷을 내달린다. 참가자들이 먼저 경험하는 차량은 르노 클리오4다. 엔진 배기량 1.6L, 최고출력 220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소형차라 차체가 작고 무게가 1080kg에 불과해 220마력으로도 역동적인 주행감을 맛볼 수 있다.

미쉐린의 랠리용 타이어

 미쉐린의 레이싱 슬릭 타이어를 끼운 클리오4 투어링카는 호쾌한 주행성능을 자랑했다. 무늬가 없는 슬릭타이어는 노면과 닿는 면적이 더 넓기 때문에 그만큼 접지력이 좋다. 차량의 급격한 중심이동에도 노면의 그립을 놓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차량의 개선도 주행성능 향상에 도움을 줬다. 패들시프트가 장착돼 있어서 처음 출발할 때 외에는 변속 시 일일이 클러치를 따로 밟을 필요가 없었다. 조작이 간편해지니 온 신경을 드라이빙에 쏟아 부을 수 있었다. 최고시속 220km의 속도로 레코드라인을 따라 달렸다. 깊은 코너에선 속도를 충분히 줄인 후 다시 탈출해야 한다. 이 때 타이어는 감속과 회전, 가속이라는 차량이 주는 스트레스를 온전히 감당해냈다. 노면의 높은 온도와 마찰열은 타이어 표면을 녹이고 벗겨냈지만 이 역시 견뎌냈다. 성능을 제대로 내면서 손실은 최소화하는 것이 레이싱 타이어의 임무였다.

 클리오 주행을 마친 후 서킷 인근 랠리 경주장으로 향했다. 랠리는 쉽게 말해 오프로드를 달리는 경주다. 울퉁불퉁한 노면과 돌, 나무, 웅덩이를 극복하며 최대한 신속하게 결승지점을 통과해야 한다. 랠리 체험장에는 랠리용 머신으로 개조한 시트로엥 DS3 R1 두 대가 도열해 있었다. 차량은 클리오의 밋밋한 슬릭타이어와 상반되는 울퉁불퉁한 인상의 랠리용 타이어가 장착됐다.

랠리용 타이어는 트레드(무늬)가 깊고 두꺼웠다. 거친 노면에서 타이어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타이어 바깥 부분, 즉 사이드월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단단하게 만들지만, 가운데 부분은 노면을 잘 타고 지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했다.  톡특한 패턴의 트래드는 거친 노면이 수직으로 전하는 충격은 흡수하면서, 토크를 내뿜으며 노면을 박차고 나가기 쉽게 디자인됐다.

르노자동차의 클리오 투어링카

랠리용 타이어의 또다른 특징은 펑크가 나도 80km 정도 더 달릴 수 있는 런플랫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미쉐린의 랠리용 타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랠리 경주인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 강팀들이 사용하고 있다. 폭스바겐, 시트로엥은 물론 WR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현대차도 미쉐린 랠리용 타이어로 달리고 있다.

 랠리카의 무게는 1180kg, 1.6L 엔진은 최고출력 130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차량은 경쾌한 움직임을 보이며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나갔다. 랠리카는 주행방식이 일반 차량과 다르다. 미끄러지기 쉬운 오프로드의 특성상 이를 예방하기 보다는 오히려 충분히 활용하면서 달리는 주법을 사용한다. 드리프트가 바로 그것이다.

코너에서 차량이 미끄러질 때 이를 기다렸다가 탈출 방향으로 정렬하면 다시 가속하는 방식으로 주행을 했다. 초반에는 낯선 주법과 도로 상황에 당황하게 되지만, 반복해서 연습할수록 점차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변속기는 수동이었지만 코스가 짧아 2단에 놓은 뒤에는 멈출 때까지 따로 변속하지 않았다.

 랠리카 주행은 서킷 주행과는 또다른 맛이 있었다. 오프로드이면서도 상당한 속도를 내기 때문에 박진감이 있었다. 시트로엥의 또다른 매력을 실감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랠리카 주행이 끝난 뒤에는 포뮬러4 머신의 시트에 앉았다. 포뮬러4는 포뮬러1 드라이버를 꿈꾸는 주니어 선수들의 입문용 경주다. 이 차량 역시 클리오처럼 처음 출발할 때만 클러치를 사용한 뒤 이후에는 패들시프트로 변속한다. 차량의 최고출력은 160마력으로 그리 높지 않지만, 차체가 탄소섬유로 만들어져 무게가 470kg에 불과하다. 가속성능이 가장 발군이었다. 차고가 낮고, 타이어가 차체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 시승 차량 중 가장 타이어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무늬가 없는 슬릭타이어는 뜨거운 노면을 접착제 삼아 강한 접지력을 선사했다.

시트로엥 DS3 랠리카의 주행 모습

 깊은 코너에서도 차체는 미끄러지지 않았고, 가속 시에는 노면을 움켜쥐며 차량을 앞으로 밀어냈다. 변속을 할 때 마다 머리가 앞뒤로 요동쳤다. 스티어링 휠을 따라 즉각적으로 방향을 트는 포뮬러4 머신을 처음 경험하는 참석자들도 몇 바퀴를 돌며 비벤덤의 신뢰하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마지막 순서는 포뮬러 르망 택시 드라이빙 체험이었다. 이날 탄 차량은 배기량 3.6L짜리 콜벳 엔진을 얹은 최고출력 430마력, 최고시속 340km의 르망 머신이었다. 드라이버는 올해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포르쉐 머신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뉴질랜드 출신의 얼 밤버였다. 그는 직선구간에선 시속 270km, 코너에서도 130km 이상의 속도로 내달렸다. 현역 드라이버답게 차량을 능숙하게 다뤘고, 정교한 변속이 돋보였다. 깊은 코너에서는 일반 중력가속도의 7~9배에 달하는 압력이 좌우로 전해왔다. 극한 상황에서 차량을 컨트롤하는 드라이버의 실력도 감탄스러웠지만 그걸 온전히 받아내는 타이어의 성능도 놀라웠다. 택시 드라이빙이 끝난 뒤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은 참가자들의 감탄사와 함께 MPSE 행사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기술의 발달로 제품의 질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향 평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선두주자와 큰 격차를 보이던 후발주자가 빠른 시일 내에 선두주자의 등 뒤까지 접근하는 게 최근 자동차 산업의 동향이다. 중국의 약진이 대표적이다. 타이어도 예외는 아니다. 미쉐린과 브리지스톤 굿이어 등 글로벌 빅3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한국타이어도 그들 중 하나다.

중요한 건 글로벌 빅3 업체들 역시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들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하며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또한 타이어의 성능을 보다 강한 마케팅 수단을 통해 알림으로써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올해 10회째를 맞이한 MPSE는 미쉐린이 고객을 사로잡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며, 그 기저에는 기술로 무장한 비벤덤의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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