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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 “스마트폰 앱으로 벤츠를 산다?” 30주년 맞은 한성자동차의 변화

  • 기사입력 2015.07.22 09:24
  • 최종수정 2015.07.23 15:25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지난 주말. 서울 한강공원의 반포지구 세빛섬에는 메르세데스-벤츠로 북적였다. 시승을 위해 들어가고 나오는 벤츠의 행렬이 가관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 한성자동차가 주최한 모터쇼 때문이다. 한강변에서 모터쇼라니 이해하기 힘든 행사지만 내용은 알찼다. 의외의 쇼에 의외의 고객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소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고급 자동차의 대명사 벤츠가 단독으로 모터쇼를 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벤츠코리아가 아닌 벤츠의 딜러 가운데 하나인 한성자동차가 행사를 단독 개최했다.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도 의외였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젊은 부부들이 많았고 연인으로 보이는 30대 커플이 주를 이뤘다. 간혹 50대 이상의 장년층 고객이 보였지만 이들은 VIP룸에서 상담을 마치고 주로 시승에 참여했다. 중장년층이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깨졌다.

▲ 서울 한강변 세빛섬에서 열린 한성자동차 모터쇼

 더 의외인 것은 이들의 반응이다. 벤츠를 주제로 4천만원부터 2억원이 넘는 차가 전시됐지만 젊은이들의 흥은 그대로였다. 첫날 DJ 행사는 클럽 파티를 연상케 했고 이튿날 차량 경매에서는 불꽃 튀는 경쟁도 벌어졌다.

 이틀간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어림잡아 5천여 명. 가장 의외인 것은 이들이 초대권을 받은 방식이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SNS를 통해 한성자동차는 자사의 앱(app)을 홍보했고 앱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만 모터쇼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해서 행사를 찾아온 고객이 5천여 명이니 한성자동차는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고객과의 소통에 한층 더 다가간 셈이다.

 한성자동차의 메르세데스-벤츠 모터쇼를 관람한 고객들은 반응도 달랐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행사에 등장했던 10명의 레이싱모델의 사진은 물론이고 이날 전시했던 벤츠의 각종 사진이 웹사이트에 올라왔다. 블로그에는 행사장 입구부터 전시된 차는 물론이고 VIP룸에서 했던 식사 메뉴까지 자세한 내용이 올라왔다. 한성차의 젊은 고객 사로잡기가 효과를 보였다. 심지어 한성차는 이틀간의 행사를 인터넷 동영상 웹사이트 ‘유투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두 시간 간격으로 시선을 끄는 유명인들이 등장해 차를 소개했다. 세빛섬을 찾아가도, 인터넷에서 접속해도 모터쇼를 즐기는 데는 부담이 없었다.

▲ 서울 한강변 세빛섬에서 열린 한성자동차 모터쇼

 한성자동차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가 한국 진출 30주년이기 때문. 1985년 우리나라에 벤츠를 판매하기 위해 들어온 이후 30년이 됐다. 그 사이 수입차는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엄청난 수입차의 성장세를 주도한 곳이 바로 한성자동차다. 최근에는 2013년 12월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세단 S클래스는 아직까지도 물량이 부족해 대기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1억원에서 2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자동차가 물량이 부족한 현상은 벌서 일 년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의 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성자동차는 작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수입차 딜러사에서는 최고 수준의 매출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와 같은 국내 수입차 법인들의 매출이 최근 2~3년 사이에 1조원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한성차는 단독 딜러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 서울 한강변 세빛섬에서 열린 한성자동차 모터쇼

 한성차 관계자는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보다 젊은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30주년을 맞은 한성차는 동갑내기 고객을 찾아 나섰다. 우리나라의 30대는 수입차를 가장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연령대다. 오히려 50대보다 구입에 적극적이다. 또, 이들이 주도하는 온라인 문화는 자동차 회사에서는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다. 이들의 입소문을 잡으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를 고려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젊은 층을 겨냥한 차를 속속 내놨다. 인기 좋은 C클래스 세단이 S클래스를 쏙 빼닮은 디자인으로 나와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S클래스의 고급 모델에만 있는 인텔리전트 서스펜션인 매직바디컨트롤을 C클래스에서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초의 2.0리터 엔진을 사용한 AMG 모델도 선보였다. C클래스의 가지치기 모델이라 할 수 있는 CLA클래스와 GLA클래스도 선보였고 소형차 A클래스도 들여와 3천만원대의 가격으로 젊은 층을 공략했다.

▲ 한성자동차의 미술영재 육성 프로그램 드림그림

 한성자동차의 젊은 층을 향한 전략은 적중하고 있다. 20대에서 시작해 30대로 이어지는 젊은 층은 가장 자동차 구매에 까다로운 집단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관련 정보를 빠삭하게 습득하고 차량의 제원이나 성능, 옵션의 변경까지도 확실하게 공부하고 구매에 나선다. 구매 과정에서도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한 견적을 받아내고 딜러에 대한 정보도 공유한다. 이들은 ‘벤츠’의 삼각별을 보고 구매를 결심하지만 정작 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는 한성, 효성과 같은 딜러사를 오가며 딜을 하는 정성을 들인다. 한성자동차의 이번 모터쇼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마케팅 방식도 모두 이같은 젊은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 한성자동차의 미술영재 육성 프로그램 드림그림

 이들 젊은 세대는 기부 문화에도 익숙하다. 모터쇼 행사에서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한성차가 후원하는 미술영재 지원 프로그램인 ‘드림 그림’에 기부했다. 총 40명의 미술 영재를 발굴부터 대학진학, 전시회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멘토를 만들어 지원하기도 하고 행사를 통해 미술 영재를 육성한다. 독특한 것은 매년 대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이 학교를 졸업해 성장하면 멘토가 되고 또 다른 한 명을 프로그램에 받아들이는 형식이다. 규모는 작지만 꾸준한 관심과 투자를 한다는 방식은 새롭다. 서른살 한성자동차는 이번 모터쇼를 포함해 수입차 업계가 나가야할 길을 보여줬다. 딜러 단독 규모지만 젊은 고객을 발굴하려는 취지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사회적 기업의 책임을 다하려는 장학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자동차 회사가 이렇게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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