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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대체부품 인증제 본격 시동’ 국산 부품사 눈치보기…법 개정 절실

  • 기사입력 2015.04.07 16:43
  • 최종수정 2015.04.09 11:21
  • 기자명 이다일 기자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순정부품이 아니라서 차가 달리다가 주저앉았다’,  ‘중국산 짝퉁이 활개친다’라면서 경찰과 검찰이 이른바 ‘비순정품’ 자동차 부품의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어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던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애프터마켓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라인이 모두 떨어져나가기 시작했어요. 결국 현대모비스에 납품해서 ‘순정품’ 마크를 붙여야 판매할 수 있었어요. 불과 13년 전 이야기인데요, 지금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거든요. 당시 현대모비스가 출범하면서 ‘순정품’을 강조하던 상황이었는데 부품 제조사는 지옥 같은 시절이었습니다. 무척 어렵게 그 시기를 이겨낸 업체가 많은데 만약 대체부품 인증 신청이라도 했다가 눈 밖에 나면 그 시절이 재현될까봐 걱정하는거에요”

 

 자동차대체부품 인증제가 시작된 지 4개월째 들어섰지만 2000여 곳에 이르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요지부동이다. 인증심사를 요청한 업체 10곳은 모두 대만산 수입 업체로 국내부품은 한 곳도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계는 현대모비스와 같은 완성차 업체의 그늘에 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소규모 그룹으로 나뉜다. 완성차 업체가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대체부품 인증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나름대로 대체부품 제도에 대해 문의도 하고 자료도 조사했다. 하지만 나서서 회사이름을 내놓고 대체부품 사업에 뛰어들 형편은 아니다. 다음 (완성차 업체와의)계약에서 밀려나거나 여러 가지 형태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의 대체부품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시작한 대체부품 인증제가 시작된 지 4개월째 들어섰지만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곳은 10개 업체에 불과하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 김용민 과장은 “올해 1월8일부터 대체부품 인증 작업에 들어갔다”며 “매일 1건 이상의 문의전화가 올 만큼 대체부품에 관한 관심은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국산 자동차 부품사의 참여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사는 어림잡아 2000여 곳. 모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산차에 납품하는 것을 주 수익원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약 250곳 정도가 국내 완성차 업체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고 생존하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략 90%의 부품사는 완성차 업계에 종속된 상황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는 대체부품 제도 활성화를 통해 자동차 부품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세계 선진국의 자동차 부품 업계 환경을 살펴보면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디자인보호법 등 제도적인 걸림돌과 함께 ‘납품’ 이라는 고리를 통한 보이지 않는 걸림돌도 작용하고 있어서 대체부품 제도의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체부품인증제도는 올 하반기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일부 부품에 대해 대체품을 인정하고 보험수리 등에서도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산 자동차 부품 업체의 참여는 극히 일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대체부품제도 활성화가 제도적 바탕을 먼저 만들고 부품사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대체부품인증제가 성공하려면)일단 디자인보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4월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자동차 부품에 대한 디자인을 지나치게 보호하면서 소비자의 부품 선택권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우리나라에서 차와 부품을 수출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강한 제도적 걸림돌에 막혀있다”고 전했다.

 이어 “디자인보호법이 개정되면 국산 부품업체의 숨통이 일부 트일 것으로 보인다”며 “부품업체가 인증제를 통해 독자 유통에 나서고 해외 수출까지 이뤄진다면 완성차 업체나 대형 부품사에 종속되는 구조가 서서히 깨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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