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BMW·벤츠·아우디폭스바겐’ 獨 3사, 올해 경영평가 결과는?

  • 기사입력 2014.12.31 19:55
  • 최종수정 2015.01.02 10:57
  • 기자명 이다일 기자

[편집자 주] 2014년 자동차 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사상 첫 글로벌 800만대 도전과 역대 최대 판매 기록 경신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내수 시장, 그리고 연 20만대에 육박한 수입차시장까지 역사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환경적으로 원고엔저 등 환률로 인한 수출 부문 타격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이 대폭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내부적으로는 수 많은 논란 끝에 저탄소세협력금제의 시행 연기와 싼타페·코란도 스포츠 등 일부 차종의 연비 과장 논란, 그리고 이에 따른 집단 소송 등도 큰 관심을 모은 한 해였다.

오토데일리는 2014년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국산 및 수입차 업체별 실적과 함께 주요 신차의 소비자 반응, 그리고 내적인 성숙도와 경영진의 리더쉽에 대한 평가 내용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좌측부터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브리타 제에거 사장, 폭스바겐코리아 토마스 쿨 사장, 아우디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사장

[오토데일리 이다일 기자] 독일차의 질주는 올해도 계속됐다. BMW는 디젤 중형세단의 인기가 이어지며 무난하게 1위를 지켰고 S클래스와 E클래스, C클래스 등 주력 모델을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2개 브랜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각각 3만대에 조금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결과는 모두 좋았지만 과정은 달랐다. BMW의 김효준 사장은 14년째 한 자리를 지키며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굵직한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각각 2년차에 들어선 폭스바겐 토마스 쿨 사장과 3년차에 들어선 아우디 요하네스 타머 사장, 벤츠 브리타 제에거 사장은 한국 시장에 적응을 마쳤다.

◆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 한국에 드라이빙센터 개장, R&D 센터 유치 

 수입차 시장이 올해도 25% 이상 성장한 19만5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4대 중에 1대는 BMW였다. BMW코리아는 지난 11월까지 4만2666대를 판매해 전체 수입차 판매의 23.80%를 차지했다. 12월 판매분까지 합하면 4만700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BMW의 성과는 디젤 수입차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지만 100종이 넘는 다양한 차량 라인업도 힘을 보탰다. 주력모델인 320d와 520d(xDrive포함)를 합하면 1만5000대 수준으로 판매의 한 축을 담당했고 수십에서 수백 대 판매량을 기록한 다양한 모델이 BMW의 또 다른 축을 이뤘다.

 BMW의 올해 판매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경쟁 구도였다. 벤츠는 지난 7월에 단 4대 차이까지 월간 판매량을 늘렸다. 수입차시장 1위를 올해도 지켜낸 BMW는 여타 수입차 국내법인들과 다른 생각을 해왔고 올해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 7월 아시아 최초로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 센터를 열었다. 2020년까지 770억원을 투자할 것이란 계획도 발표했다. 또, 한국에 위성 연구개발센터의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BMW그룹 코리아 사무실과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내에 본사 인력을 포함한 20여명 규모의 연구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사회공헌에서는 수년째 이어온 ‘BMW미래재단’을 계속했고 골프대회를 개최하려던 예산 10억원을 고스란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한 성금으로 기탁했다.

 반면, 성장통도 있었다. BMW의 판매와 서비스, 고객관리를 담당하는 각 지역 딜러들은 할인경쟁에 시달려야했다. BMW코리아와 각 지역 딜러 모두 손실을 기록했던 10년 전과 상황은 다르지만 BMW 딜러들은 올해도 표정이 밝지 않다. BMW코리아는 사상 최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수입차 1위에 올라섰지만 우아한 백조의 다리처럼 수면 아래에서는 치열한 할인 경쟁이 계속됐다.

 BMW코리아의 2015년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내세울만한 뚜렷한 신차가 없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인 i8과 2시리즈액티브투어러를 예정이지만 일부 연식변경 모델을 제외하고는 시장을 이끌어나갈 신차가 없다. 내년 가을로 예정된 신형 7시리즈가 나올 때 까지는 기존 차종의 마케팅에 전념해야한다. BMW그룹 차원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 새로운 ‘깜짝 소식’을 기대해볼만하다. BMW그룹은 젊은 CEO를 발탁하며 미래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49세의 하랄드 크루거가 미래를 맡는다. 업계에서는 김효준 사장과의 친분도 있고 한국의 ‘BMW미래재단’과 같은 새로운 사업에 상당한 호감을 가진 인물로 평가한다.

◆ 신차효과로 올 성장세 뚜렷...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브리타 제에거 사장

브리타 제에거 사장이 공언하던 ‘3만대 판매’는 무난하게 달성했다. 이미 11월까지 판매량이 3만2498대로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18.13%의 점유율도 가졌다. 화려한 성적은 신차의 힘에서 나왔다. 벤츠가 지난 연말 발표한 신형 S클래스는 이미 3000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가격이 1억2980만원이고 2억을 훌쩍 넘는 차종도 있다. 비싼차가 수익성이 좋다는 말이 자동차업계에는 있다. 벤츠가 높은 가격을 고집하면서 조금 덜 팔더라도 가격을 지키는 이유다. 역시 2013년 완전 신 모델을 내놨던 E클래스는 올해 디자인을 바꿔 또 다시 등장했다. BMW의 5시리즈와 경쟁하는 E클래스는 주력모델 4개 차종이 1만4000대 수준의 판매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다. 하반기 출시한 신형 C클래스도 젊은 층의 호응을 받으며 월간 600대 수준의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3월로 취임 2년을 채우는 브리타 제에거 사장은 한국에서의 짧은 시간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올해는 회의를 이유로 빠졌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BMW와의 경쟁구도에서 신차를 내놓으며 정면 돌파하는 모습도 보였다. 브리타 제에거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 신차를 출시하는 첫 데뷔무대에서 약 15분에 이르는 긴 연설을 모두 외워서 발표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세 쌍둥이의 엄마로, 온 가족이 한국에 날아와 생활하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이끌었다.

 브리타 제에거 사장 취임 이후 벤츠는 수입차시장의 문제점을 정면 돌파하고 나섰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3월 R&D센터 기능을 하는 전담팀을 배치했다. 독일에서 연구원 2명이 왔고 현재는 3~4명 규모지만 향후 연구 인력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올해 서비스 부문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후 지난 8월 520억원을 투자한 안성 부품물류센터를 오픈했다. 벤츠는 2020년까지 판매 네트워크를 지금보다 15개가량 늘린 50여개 수준으로 확장하고 판매량도 현재의 2배에 가까운 연간 5만대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판매’ 잘나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주변 돌아보지 않아 원성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단일 판매법인으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AVK)의 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 11월까지 아우디는 2만5881대, 폭스바겐은 2만8125대를 판매해 각각 14.44%와 15.6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브랜드는 2개로 나뉘었지만 회계처리 등을 모두 함께하는 두 회사를 합해 생각해보면 점유율 30%의 공룡이 등장한다. 두 회사는 고급차는 아우디가, 대중 브랜드로는 폭스바겐이 시장을 공략한다. 차체는 물론 파워트레인 등 대부분의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옵션과 구성, 디자인을 달리하면서 전혀 다른 소비층을 목표로 했다.

 불과 22개 차종을 판매하는 폭스바겐은 잘 팔리는 주력 모델을 위주로 성장했다. 대표 모델 골프의 인기를 바탕으로 디젤 수입차 시장의 부흥기를 누렸고 연비 좋은 SUV라는 이미지의 티구안을 바탕으로 ‘골프와 또 다른 차’를 찾는 수입차 고객을 공략했다. 골프의 주력모델 2.0 TDI는 11월까지 4754대가 팔리며 연말까지 약 5000대가 될 전망이다. 또, ‘없어서 못 판다’는 SUV 티구안은 연비과장 논란에도 11월까지 7061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과 달리 63개의 차종을 판매하는 아우디는 ‘고성능’과 4륜구동 ‘콰트로’를 바탕으로 BMW와 벤츠에 이어 고급 독일차 이미지를 통해 판매를 늘려갔다. 주력모델 A4, A6 중심의 판매는 SUV인 Q시리즈와 고성능 모델 S와 RS까지 판매가 늘어나며 3만대에 조금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각각 취임 2년과 3년차를 맞이한 폭스바겐의 토마스 쿨 사장과 아우디 요하네스 타머 사장은 한국법인을 통해서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전통적으로 해마다 1월에 3%가량 가격을 인상한다. 부품값 등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본사에서 할당받은 차를 딜러에 다시 할당하면서 판매량은 늘어나지만 현장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일본차 업계나 한국에 기여하겠다는 BMW, 벤츠의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외형상으로는 성장하지만 속앓이를 하는 이유다. 지난 2013년 일부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무슨 일 있는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있었는데 올해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임직원은 또 회사를 떠나갔다. 임원급 인사가 다른 수입차 업계의 임원으로 옮겨갔고 직원들 역시 동종 업계로 이직했다. 어느 회사나 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AVK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딜러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할인경쟁에 제 살 깎기를 하고 있다. 올 초 딜러사가 한 자리에 모여 출혈경쟁 자제를 결의했지만 몇 달 가지 않아 할인 경쟁은 계속됐다. 딜러의 수수료가 9~10%로 업계 평균 15%에 비해 크게 낮은데다 할인 경쟁까지 벌여 딜러들은 판매 대수에서 성장은 했지만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올해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인 딜러와 직원 그리고 더 나아가 소비자를 생각하는 자세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