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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이오랩, ‘1리터카’ 먼 미래가 아닌 바로 눈 앞

  • 기사입력 2014.10.07 15:58
  • 최종수정 2014.10.13 17:50
  • 기자명 신승영 기자
 

[파리=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르노가 2014 파리 모터쇼에서 1리터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이오랩(EOLAB)’을 공개했다.
 
폭스바겐 XL1 등 일명 ‘1리터카’의 개발 배경에는 유럽 내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오랩 역시 프랑스 정부의 탄소저감 정책과 ‘2리터/100km’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약 100여가지 혁신 기술이 집약된 이오랩을 직접 만나봤다.
 
이번 시승은 프랑스 파리에 60km 떨어진 모르트퐁텐(Mortefontaine)의 쎄람(CERAM) 테스트 트랙에서 진행됐다. 
 

 

이오랩의 외관은 물방울 형태에 가까운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루프라인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급격히 떨어진다. 좌우 폭도 뒷편으로 갈수록 좁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공기저항계수(Cd)는 르노 클리오보다 30%나 낮은 0.235를 달성했다. 
 
액티브 라이드 하이 기술을 통해 출발 직후부터 속도에 맞춰 차량 지상고가 조절된다. 실제로 출발 직후 차량 높낮이가 달라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70km/h 이상에서 작동하는 액티브 프런트 스포일러와 액티브 리어 플랩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난기류를 해결하는 등 공기역학적 움직임을 극대화한다. 
 

 

이오랩은 MINI 쿠퍼 클럽맨이나 현대차 벨로스터와 같이 ‘2+1’ 비대칭 도어 형태다. 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는 B필러가 없는 수어사이드 도어가 장착된 반면, 시승차로 마련된 프로토타입 모델의 뒷문은 일반적인 구조다. 특징은 B필러 소재다. 뒷문이 위치한 좌측 B필러는 충돌 안전성과 밸런스 등을 고려해 탄소섬유 소재가 사용됐다. 
 
인테리어는 간결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5개의 크고 작은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다. 운전석의 계기판은 2개 화면이 나란히 배치됐다. 주행 속도, 배터리 및 연료 상태, 내비게이션 등 정보가 표시된다. 
 

 

이오랩은 사이드 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했다. 좌우 도어에 위치한 디스플레이가 사이드 미러 역할을 한다. 프로토타입 모델답게 운전석에서 좌측 카메라 각도는 조절할 수 없지만, 시인성은 나쁘지 않다. 
 
센터페시아는 스마트 패드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룸미러를 대신한 후방 카메라가 패드 상단에 표시된다. 더불어 운전 습관 및 도로 상태, 타이어 공기압, 차량 무게 등 다양한 주행 정보를 제공한다. 속도에 따른 최적의 에너지 효율을 보여주며 산악지대와 같은 지형에 따른 에너지 소비율을 나타낸다. 이 같은 운전 패턴 정보는 다른 이와 공유도 가능하다. 
  
실내 공간은 생각보다 넓다. 클리오보다 작은 크기로 인해 매우 협소할 것으로 생각됐으나, 뒷좌석에도 충분히 탑승할 수 있다. 헤드룸에 주먹 하나가 들어갔다. 
 

 

이오랩은 기존 르노의 실내 디자인과 전혀 다른 구조이다. 개발 과정에서 뒷좌석 탑승자 머리가 루프에 닿아 전면 설계 변경을 거쳤다. 승차감까지 고려한 다양한 디자인 설계 변경 과정이 뒤따랐다. 결과적으로 시트는 150mm 당기고 헤드룸과 레그룸 공간을 바꿔 클리오 수준 이상의 탑승 공간을 확보했다. 물론, 트렁크는 매우 비좁다.
  
이오랩의 디자인은 폭스바겐 XL1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XL1의 공기저항계수(Cd: 0.189)는 이오랩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2인승인 XL1과 달리 이오랩은 4인승이다. 보다 넉넉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며 개방감도 우수하다. 외형도 직선적인 XL1과 달리 이오랩은 부드럽고 감각적이다. 
 

 

이오랩 개발 담당자는 “에어로다이내믹 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매우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했다”며 “콘셉트카임에도 구매 욕구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했고, 엔지니어에게 이를 무시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르노그룹 디자인총괄 로렌 반 댄 애커 부회장과의 지난 인터뷰가 떠올랐다.
 
반 댄 애커 부회장은  독일과 프랑스의 디자인 차이에 대한 질문에 “지향점이 다르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프랑스 자동차 디자인은 프랑스가 가진 문화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다”며 “매혹적이고 감각적이지만,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탑승자 모두를 배려하는 디자인을 구현한다”고 정의했다.
 
반면 “독일 자동차 디자인은 성능과 기술, 기계적인 측면을 지향한다”며 “때문에 프랑스에 비해 독일차는 다소 차가운 느낌을 가진 것 같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오랩은 연비를 위해 무게를 대폭 줄였다. 바디(-130kg), 파워트레인 및 서스펜션(-160kg), 트림 및 장비(-110kg) 등 400kg을 줄였다. ‘Z.E.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145kg)’이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차중량은 955kg이다.
  
르노는 경량화를 위해 차량 모든 부분의 소재를 재검토했다. 초고강도 스틸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그리고 폴리머 화학 소재 등 각 부위 및 특성에 따라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에 노력했다. 한국의 포스코를 비롯해 생고방, 포레시아, 미쉘린, 콘티넨탈 등 각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이오랩 제작에 참여했다.
 
이오랩과 XL1의 또 다른 차이는 기술 상용화의 범위다. 르노는 경량화와 함께 소재의 호환성과 비용을 철저히 고려했다. 새로운 소재를 기존 생산 라인에서 취급할 수 있도록 심도있게 검토했다. 또한 부품을 단순화시키고 편안하게 조립 및 조절할 수 있는 설계를 추구했다.
 

 

바디에 사용되는 초고강도 스틸은 플레이트 열처리 온도를 낮추고, 각 부위별로 알루미늄 및 마그네슘 소재와의 적용 비율을 조정했다. 브레이크는 에너지 리커버리를 비롯한 각종 기능을 포함하고도 작은 부피로 설계의 유연성을 충족시켰다.
 
내연기관의 배기 라인은 매우 짧게 설계해 뜨거운 공기가 빠르게 빠지도록 제작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등 열에 약한 소재를 보호하고 배터리 및 연료탱크 공간을 확보했다. 
   
XL1은 바디부터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소재(CFRP)가 대폭 적용됐다. 공차중량 795kg 등 경량화에 성공했지만, 가격과 생산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XL1 250대 한정 판매 가격은 11만 유로(1억5천만원)에 달한다. 
 
르노 관계자는 “콘셉트카와 달리 테몬스트레이터 차량에는 후드 등 외판에 마그네슘 소재가 대폭 사용됐다”고 밝혔다.
 

 

마그네슘 소재를 공급하는 포스코측 관계자는 “신소재 공급에서 르노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기존 생산 라인과의 호환 여부”라며 “단순히 연구개발용 차량에 사용될 소재가 아니라 실제 양산차 공급을 염두한 부품”라고 전했다. 
  
이오랩은 르노의 새로운 Z.E.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57kW(75hp)급 1.0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과 40kW급 전기모터, 3단 클러치리스 변속기, 그리고 400V 6.7kWh 배터리로 구성됐다.
 
르노 100% 자체 기술로 개발된 Z.E.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약 40여개 이상 특허 기술이 관련된 만큼 공개된 정보도 제한적이다. 초기 설계 단계부터 콤팩트한 엔진과 작고 심플한 시스템을 유념해 개발됐다.
 

 

이오랩의 Z.E.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특징은 경량화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 다양한 시스템의 총 무게가 145kg에 불과하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늘린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엔진 경량화와 함께 배터리 다운사이징을 통해 무게를 줄이고 공간을 확보했다. 이는 연비 향상은 물론,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기술적 특징은 클러치 없이 변속이 가능하다. 전기 모드로 출발할 수 있지만, 배터리가 없다면 가솔린 엔진으로도 시동을 걸 수 있다.
 
또한 엔진과 전기모터가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0~70km/h, 70~125km/h, 그리고 125km/h 이상 등 각 속도 구간에 따라 파워트레인 구동 영역이 구분된다. 엔진 및 모터는 0~15km/h, 15~25km/h, 25~70km/h, 70~75km/h 등 보다 세분화된 속도과 주행 환경에 따라 총 9가지 콤비네이션을 이룬다.

 

다이얼 방식의 기어는 주행(D)과 중립(N), 후진(R) 등 3가지 뿐이다. 주차시 기어 다이얼을 중립으로 돌리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버튼을 누른다. 수동 변속기 방식이다.
 
출발 직후부터 저속 주행 구간은 일반 전기차와 흡사하다. 전기 모터의 우수한 토크와 가벼운 차량 무게로 인해 가속감이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 조작 반응도 경쾌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에너지 재생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BMW i3와 비교해 전반적인 주행 성능은 살짝 부족함이 느껴진다.
 
속도가 올라가자 가솔린 엔진이 작동하는 소리가 순간 들렸다. 토요타 프리우스 PHEV의 경우 가솔린 엔진 작동 여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전환이 부드러웠으나, 연구개발용 차량인 이오랩은 한계를 보였다. 양산차가 아닌 만큼 로드노이즈가 발생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고속 선회시 서스펜션이 롤링이나 피칭을 제어하는 능력도 다소 떨어졌다. 다만, 풍절음은 매우 억제됐다. 

 

이오랩은 순수 전기 모드로 66km(유럽 기준)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후 가솔린 1리터를 사용해 27.8km를 움직인다. 1리터로 100km에 조금 못미친다. XL1의 경우 순수 전기 모드로 50km, 디젤 1리터로 약 61km 등 총 111.1km를 주행할 수 있다. 일상적인 전기 모드의 효율성은 이오랩이, 장거리 주행의 내연 기관 연비는 XL1이 각각 앞선다. 
 
이오랩은 단순한 연구 개발용 콘셉트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혁신적일 연비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양산차에 가까운 성능을 갖췄다. 또한 일반 차량과 생산 단가를 좁히는 것에 개발 초점이 맞춰졌다. 이오랩은 르노의 약 100가지에 달하는 실현 가능한 혁신 기술이 탑재됐다. 르노는 해당 혁신 기술 중 2016년 20~30%, 2018년 50%, 2020년 80%까지 점진적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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