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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좌우하는 엔비디아, 대체 어떤 회사길래?

  • 기사입력 2017.05.19 08:27
  • 최종수정 2017.05.19 15:41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자율주행을 위한 자동차 컴퓨터와 이를 이용해 AI를 실현하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엔비디아의 플랫폼 ‘DRIVE PX’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최근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제휴관계를 맺은 엔비디아(NVIDIA)란 기업이 자동차는 물론 전 세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토요타와 엔비디아는 지난 8일부터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가진 이벤트에서 제휴관계를 맺는다고 발표했다.

이어 토요타는 자율주행시스템에 AI(인공지능)를 활용, 몇 년 내에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토요타가 제휴 파트너로 선택한 상대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이나 삼성, 퀄컴 등이 아닌 업계 16위에 불과한 엔비디아란 회사다.

이번 토요타와 엔비디아의 제휴는 토요타가 도입을 예정하고 있는 자율주행 차량에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를 이용한 자율주행 플랫폼인 ‘DRIVE PX’를 탑재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DRIVE PX’는 자율주행을 위한 자동차 컴퓨터와 이를 이용해 AI를 실현하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플랫폼을 일컫는다.

‘DRIVE PX’는 이미 미국 테슬라 모터스, 독일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스웨덴 볼보 등이 사용하고 있으며, 토요타는 엔비디아의 다섯 번째 고객이 됐다.

엔비디아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현재는 게임머신용 반도체와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 자동차용 반도체 등 3개 분야를 핵심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왜 테슬라, 토요타, 아우디, 벤츠, 볼보 등 프리미엄 자동차업체들이 파트너로 선정한 것일까?

이유는 엔비디아가 AI 부문에서 세계 정상급의 반도체 제조업체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1993년 대만출신의 젠슨 황이 3명의 직원과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소규모 반도체 회사다.

처음에는 그래픽 처리를 하는 반도체(후 GPU로 불리게 됨)를 개발, 판매하는 업체로 시작했다. 1995년에 ‘NV1’라는 첫 번째 제품을 출시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창업 후 몇 년 동안 파산을 걱정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으나 1997년 출시한 ‘RIVA128’라는 2세대 제품이 대히트을 치면서 순식간에 PC용 GPU시장의 최대 공급업체로 떠 올랐다.

엔비디아에 또 한번의 큰 전환기가 찾아온 것은 2006년. 그때까지 그래픽 처리 전용으로 판매되고 있던 GPU에 더 일반적인 처리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 ‘CUDA(쿠다)’를 도입, 데이터 센터의 반도체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데이터 센터의 반도체는 이 분야 선두였던 인텔 제품을 능가하는 성능으로 반도체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AI(인공지능) 개발에 엔비디아의 GPU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GPU를 이용해 AI를 실현하면 인텔 등 다른 업체의 반도체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한 자리수가 다른 속도로 연산 할 수 있기 때문에 AI 연구자들이 대거 엔비디아 GPU를 구입하는 붐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엔비디아는 인텔 등을 제치고 AI 반도체 부문 최고기업으로 떠오르게 됐다.

엔비디아의 도약은 어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사의 GPU를 이용한 AI를 이번에는 자동차에 도입했다.

엔비디아의 GPU로 실현되는 AI는 훈련이 진행되면 카메라 등의 화상 정보 등을 바탕으로 항상 주위 360도 상황을 파악하면서 인간처럼 자동차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때문에 자율주행차 개발에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의 채용이 필수화가 돼 버렸다.

엔비디아가 지금처럼 AI용 반도체에서 최고기업이라는 위치를 확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정의 속도와 자원을 한데 집중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예컨대 엔비디아는 2010년부터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개발했고 그것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 처음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경쟁업체인 퀄컴이 창업 이래 계승해 온 강점인 모뎀 칩을 통합하면서 모뎀 칩을 없앴다.

엔비디아는 거기에 대항 할 수가 없어 당황하다가 영국의 모뎀 칩 제조업체를 인수했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보통 회사라면 무언가를 개선했는데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왜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유지 관리 모드로 전환한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그렇지 않았다. 시원스럽게 스마트 폰 사업을 포기하고 이를 자동차용 비즈니스로 전환, 개발 자원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것이 큰 성공을 거둬 토요타를 비롯한 세계 일류 자동차 메이커들을 매달리게까지 하게 된 것이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결단력은 젠슨 황 CEO의 강력한 리더쉽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공동 창업자로 늘 가죽 점퍼를 입고 등장하는 젠슨 황은 반도체업계가 향하는 미래의 방향을 앞서가며 투자뿐만 아니라 IT업계의 엔지니어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 관계자에 따르면 젠슨 황COEO는 타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온리 원의 기술을 만들어 내고 자신들이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분야에서 승부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세 때문에 엔비디아는 스마트 폰 사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오직 하나의 기술인 자율주행 사업에 올인했다.

반대로 스마트 폰 부문 선두가 된 퀄컴은 현재 자율주행 부문에서 엔비디아에 크게 뒤쳐져 있다.

엔비디아가 AI에 의한 자율주행 부문에서 확실한 선두로 올라섰지만 다른 반도체 업체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닛산 세레나에 적용되고 있는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는 이스라엘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 달러(17조3,196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텔의 경영진은 모빌아이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른 자동차용 반도체 메이커 인수를 통해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스마트폰용 반도체 점유율 1위 퀄컴도 자동차용 반도체 세계 1위인 NXP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초대형 반도체업체들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활을 건 치열한 생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 IC Insights에 따르면, 2016년의 반도체 기업 매출순위에서 인텔은 약 563억 달러로 1 위, 퀄컴은 154억 달러로 4위를 기록했으며 엔비디아는 63억 달러로 16위에 그쳤다.

규모면에서 양사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엔비디아가 온리 원 사업부문을 어떻게 키워 나갈지, 젠슨황 CEO의 다음 손에서는 어떻게 변할지에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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