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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의 진정한 승자는 토요타였다.

  • 기사입력 2016.06.22 16:38
  • 최종수정 2016.06.23 12:01
  • 기자명 이병주 기자
     
 
   
 
 
 

[오토데일리 이병주기자] 아침을 맞이한 르망 24시는 여전히 2대의 토요타를 1대의 포르쉐가 외롭게 쫓고 있었다.

오전 7시 30분 쯤 서킷 위에 멈춘 차를 처리하기 위해 20분 가량 세이프티카가 발령됐다.

2대의 토요타 TS050 하이브리드는 피트인을 하며 드라이버 교체, 선두에는 세바스티앙 부에미가 운전하는 토요타 5호차가 코스를 나섰고 마이크 콘웨이가 운전하는 6호차가 뒤를 따랐다.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2호차는 3위로 다시 토요타를 추격했다.

 

레이스 종료 5시간 전. 3대의 선두 머신들이 다시 피트인을 했다. 타이어 교체와 급유를 하는 토요타에게 포르쉐가 승부를 걸었는지 타이어 교체를 하지 않고 한발 앞서 코스인에 들어섰다.

현지 리포터들의 말을 빌려보면 포르쉐는 토요타보다 한번 주유로 달릴 수 있는 랩이 한바퀴 가량 적다.

이는 피트에 들어가는 횟수가 더 많아 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을 벌어두지 않으면 포르쉐는 토요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토요타는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면 됐다. 경기가 끝날때까지 토요타는 포르쉐보다 2번 적은 28회 피트인을 했다.

 

피트인 시간을 줄여 선두로 올라왔지만 포르쉐의 전략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었다.

교체시기를 미룬 타이어는 새로운 타이어로 갈아 끼운 토요타보다 빨리 달릴 수 없었고, 상대와 격차를 벌리긴 커녕 거리는 좁혀졌다.

토요타는 포르쉐보다 직선추월, 연비가 뛰어났기 때문에 포르쉐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레이스 종료 4시간 전 포르쉐는 1위를 노리기보단 2위인 토요타 6호차를 공격하자는 생각을 한 듯 싶었다.

포르쉐는 고바야시 카무이가 운전중인 6호차를 공격했고 압박을 받은 카무이는 혼자 스핀을 하고 자갈이 가득한 안전지대에 빠진다.

다행히 전기모터로 앞바퀴를 굴려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TS050머신은 자갈밭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바디 워크가 손상돼 이를 복구하기 위한 피트인을 한다.

고바야시 카무이가 운전 중인 토요타 6호차는 자갈밭에 빠졌으나 4륜구동 시스템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6호 차가 코스에 돌아왔을땐 토요타 5호차와는 3바퀴 차이. 포르쉐에게도 2위 자리를 내줬다. 이로써 토요타의 원투 피니시는 어려워졌다.

레이스 종료까지 2시간 20분. 여기서 포르쉐는 처음으로 토요타와 같은 랩을 돌게 됐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포르쉐는 토요타와 같은 급유로는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천하의 포르쉐가 기술적으로 토요타를 따라잡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었다. 남은 시간은 계속 흐르고 1위 토요타와 2위 포르쉐의 사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레이스 종료를 10분 남짓 남겨두고 포르쉐 2호차는 피트인을 해 타이어를 교체한다. 우승은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빠른 랩을 기록, 혹은 2위 자리를 지키려는 의도로 보였다.

모두가 토요타의 우승을 확신하면서 토요타와 포르쉐의 마지막 주행을 지켜보고 있을때 나카지마 카즈키가 운전하는 최선두 토요타 5호차가 갑자기 페이스를 낮추기 시작했다. 다급한 목소리의 카즈키가 'I have no power'를 연신 외쳤다.

포르쉐와의 격차는 2바퀴. 이 속도로는 919 하이브리드로 부터 도망치기 힘들어 보였다. 토요타 관계자들의 목이 바짝 타들어갔다.

나카지마 카즈키가 운전중인 5호차는 결국 포르쉐 2호차에게 추월 당한다.
경기 종료 3분을 버티지 못하고 메인 스트레이트 한 쪽에서 침묵 중인 토요타 5호차

이내 토요타 5호 경주차는 메인 스트레이트 오른쪽으로 천천히 멈췄다. 이 상황을 알리 없는 토요타 6호차 드라이버 스테판 사라잔에는 '나카지마 카즈키(5호차)가 마지막 랩을 나와 같이 돌기 위해 기다려준 것'으로 생각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1분 정도 지나고 그 옆을 포르쉐 2호차가 지나간다. 포르쉐 피트는 온갖 함성이 오가는 반면 토요타 피트는 침묵했다. 포르쉐는 지난해에 이어 르망 24시를 2연패 했고 총 18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갱신했다.

우승 체커기를 받는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2호차
우승 체커기를 받는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2호차

그 뒤를 토요타 6호차, 많은 문제를 겪었던 아우디 R18이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포르쉐가 승리를 만끽하고 있을때 토요타 5호차는 천천히 주행을 재개했지만 규정 시간이내 마지막 랩을 달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우승은 커녕 완주 취급도 받지 못했다.

현재까지 토요타는 5호차가 리타이어한 원인에 대해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비극의 순간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나카즈마 카즈키는 '이겼다는 교만한 생각을 할 때 차가 멈춰섰다. 내년이야 말로 트로피를 수상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토요타는 토요타 아키호 회장의 지시 아래 이번 레이스를 위해 칼을 날카롭게 갈았다. 작년 이 곳에서 6위와 8위로 끝난 TS040 하이브리드를 대폭 개량해 최고출력 1000마력을 발휘하는 TS050 하이브리드를 제작했다.

파워 유닛은 토요타 히가시후지 연구소에서 만든 2.4리터 V6트윈터보 엔진과 8MJ에 대응하는 하이 파워형 리튬이온 배터리방식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미됐다.

새로운 샤시는 독일 퀼른에 있는 TMG에서 개발했다. 거의 모든 부품을 새로 설계했고 중량, 퍼포먼스 양면에 최적화를 꾀했다.

무지개는 토요타가 아닌 포르쉐의 소원을 들어줬다.

토요타가 올해 가장 뛰어난 기계를 만들어 낸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투에서 승리하는 장수가 전쟁을 반드시 이긴다고 할 수 없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계라도 꺼져버리면 아무 소용없고 그런 기계를 만드는 사람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토요타의 싸움과 그 결말을 목격한 우리는 다시 한번 르망 24시간 레이스의 장렬함을 알게됐다. 그래서 그 승자에게는 큰 기쁨이, 관객에겐 최상의 감동이 선사된다.

포르쉐 관계자는 미리 18연승을 자축하는 티셔츠를 만들어 오기도 했다. 하마터면 작년에 다시 챙겨와야 할 뻔 했다.

전쟁을 승리했지만 전투에서 패배한 포르쉐는 내년 더욱 강력한 시스템을 준비하고 올 것이다. 아우디 또한 이대로 물러서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6월 18일 오후 3시에 시작된 충격적인 드라마는 내년 경주를 더욱 재밌게 하기 위한 속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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