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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쉐보레-맨·유 ‘잘못된 만남’…GM, 유럽 악몽 지속

  • 기사입력 2014.01.20 16:22
  • 기자명 신승영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20일 새벽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에서 첼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1로 이겼다. ‘흑표범’ 사무엘 에투의 해트트릭과 돌아온 조세 무리뉴 감독의 프리미어리그 최단 경기 100승 등이 화제가 됐다.
 
더불어 지난 시즌 우승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몰락을 두고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 FA컵 64강 탈락에 이어 리그 7위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순위는 다른 팀의 팬들에게도 익숙지 않다.
  
이날 경기를 시청하며 제너럴 모터스(이하 GM)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간 파트너십 계약이 문득 떠올랐다. GM과 맨유는 지난 2012년 8월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GM은 다음 시즌부터 맨유 유니폼에 쉐보레 브랜드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총 7년간 5억5900만 달러(한화 6000억원)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시즌 종료되는 맨유와 Aon의 스폰서십 계약(4년·1억3120만 달러)과 비교해 몇 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날 맨유를 이긴 첼시와 삼성 간 유니폼 스폰서십 계약 금액도 연 750만 파운드(한화 130억원)에 불과하다.
 
GM이 이 같은 파격적인 후원 계약을 체결한 것은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북미 시장에서 100년 전통의 브랜드 역사와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한 쉐보레도 유럽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신규 브랜드다. 
 
쉐보레는 최근 수 년간 GM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유럽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로 꼽혔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딜러망 확장과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신규 고객층을 급격히 늘려갔다. 불과 1년 전 만해도 ‘2016년 유럽 시장 100만대 판매’란 목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GM은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결정한다. 또 다른 브랜드인 오펠과 복스홀을 살리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오펠과 복스홀을 포기하고 쉐보레를 키우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1999년 오펠 인수 후 GM유럽사업부의 누적적자는 150억 달러(한화 16조원)를 훌쩍 넘겼다.
  
사실상 GM이 오펠과 복스홀을 포기하는 것은 여러 어려움이 있다. 각국 정부 및 노조와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러나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한다고 해서 그 시장을 오펠과 복스홀이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GM은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통해 6천억원이란 마케팅 비용도 버리게 됐다. 맨유가 2014-15시즌부터 쉐보레 브랜드를 노출하더라도 유럽에서 판매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GM에서는 최근 맨유와의 스폰서십 계약을 두고, ‘유럽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시장을 겨냥한 후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맨유가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GM이 맨유를 후원하는 첫 번째 목표는 유럽 내 쉐보레 브랜드 인지도 개선이었다. 더욱이 유럽 축구팀들의 글로벌 투어가 늘어남에 따라 맨유의 인기도 하락세다. 특히 이번 시즌 부진으로 리그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불투명하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GM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폭스바겐에게 9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안방인 미국에서도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차의 공세가 거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정된 쉐보레의 철수가 유럽 시장 내 GM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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