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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우버스, 어디로 가나?

  • 기사입력 2005.10.27 08:10
  • 기자명 이상원
대우버스가 파업 한달 째를 맞으면서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임금 및 단체협상 문제로 지난 9월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대우버스는 오늘까지 정확히 26일 째 부산공장 라인이 스톱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대우버스가 직장을 폐쇄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다.
 
이때문에 대우버스를 주문한 국내 버스업체는 물론이고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 업체들로부터 인도지연에 따른 항의가 잇따르는 등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버스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노조파업으로 인한 단순한 생산차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버스는 대우그룹 붕괴이후 표류중이던 지난 2003년 초 모자 전문 생산업체인 영안모자가 인수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인수 2년이 지난 지금, 대우버스는 오히려 표류 당시보다 더 혼란스런 모습이다. 당시에는 직원들이 똘똘뭉쳐 자력으로 살아보려는 의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조직 내부에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안모자가 인수하면서 기존 경영진과 영안모자 경영진과의 마찰이 자주 빚어졌고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진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영업실적도 크게 줄어들었다.  국내시장에서의 판매실적은 대우그룹 시절인 지난 2001년만 하더라도 대우버스는 전체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1%로 39.8%의 현대차와 19.1%%의 기아차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시작한 2002년에는 40%로 40.8의 현대차에 선두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36.8%로 곤두박질치면서 44.9%의 현대차에 무려 8%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졌으며 올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38.8%로 43.2%의  현대차에 크게 뒤져 있다. 
 
급기야는 한 때 60%이상을 차지하던  고속버스를 단 한대도 수주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수출에서도 올 상반기에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버스를 수출, 해외로 뻗어나가는 대우버스로 보도되기도 했으나 기술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대우버스가 표류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존 대우버스 경영진과 영안모자 백성학회장과의 경영방식에 대한 인식차이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 상반기까지 대우버스를 이끌어왔던 최영재 고문은 기존방식과 기존 인물을 고수해온 반면, 백회장측은 지금까지 해온 영안모자의 경영스타일을 고집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버스는 지난 7월 최영재 당시사장을 대우버스 글로벌 부회장으로 빼는 대신 박수찬상무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동시에 기술연구소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승용부문을 담당하던 임원을 중용하는 대신 대우버스 개발을 이끌어왔던 중역은 대우버스 글로벌 해외사업 개발부문으로 전출시켰다. 즉, 당시 실제 대우버스를 움직이던  두사람을 격리시켜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이달 19일 다시 전격적인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박사장이 건강악화로 병원에 입원하자 중국 합작사인 계림대우객차유한공사 사장을 맡고 있던 여성국씨를 신임사장에 임명하고 기술연구소 책임임원도 기존 중역으로 대체시켰다.
 
대신 그동안 대우버스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해 왔던 최영재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했으며 그동안 백회장 아들이 맡아왔던 해외사업부문인 대우버스 글로벌도 백회장이 직접 맡았다. (사진 하 대우버스 매각 당시의 백성학회장(좌)과 최영재사장(중))
 
즉, 최영재부회장을 제외한 기존 대우버스 경영진을 복귀시키면서 백회장 자신이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기는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동시에 공장조직 역시 대대적인 메스가 가해지고 있다. 대우버스 부산공장은 생산 부문을 제외한 기획, 경리, 총무 등 관리부문은 모두 부평 영안모자 본사로 이전시켜 백회장이 직접 관리하고 부산공장은 생산기능만 남겼다.
 
노조측에 대해서도 백회장은 강력한 청산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경우, 공장의 장기 폐쇄까지도 갈 수 있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백회장의 이같은 의지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노조파업을 이번기회에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대우버스에 몸담고 있는 약 1천명의 노조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로 국내 자동차업체들 가운데 가장 높다.
 
이들은 근무기간 동안 가급적 좀더 많은 수익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는 이미 영안모자가 부산공장 부지를 대우자동차판매에 팔아 넘겼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조만간 공장을 언양으로 이전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우버스는' 버스'하면 '대우'라는 단어가 연상될 정도로 한 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버스업체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만큼 버스에 대한 많은 노하우도 갖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의 버스업체인 경기여객도 여전히 대우버스를 사용하고 있을 만큼 대우버스의 '탄탄함'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살아있다.
 
때문에 대우버스로서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문제는 어떻게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려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느냐이다.
 
현대차의 경우, 한 때 포기하다 시피했던 상용사업부를 최근 글로벌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돌파구를 찾아 나가고 있다.
 
중국업체에 갈수록 밀리고 있는 가격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현지공장 설립도 서두르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 주력시장인 동남아, 중동 등지로 수출하게 되면 중국업체들에게 밀릴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나아가 국내시장에도 중국산을 반입하게 되면 그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대우버스는 현대차보다 중국시장에 먼저 진출, 계림대우객차유한공사를 설립하는 등 이미 상당한 기반을 구축해 놓은 상태여서 현대차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때문에 튼튼하고 품질좋은 차를 만든다는 예전의 대우버스 이미지를 회복시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우버스 경영진과 직원들의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특성상 제때 인도가 되지 않으면 영업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는 버스업계에서 해마다 직장폐쇄로 차량인도가 늦어진다면 어느 고객이 대우버스를 찾겠는가?
 
대우버스 직원들에게는 '몸은 늙었으되 마음은 무한한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며 경영진도 직원들을 영원한 동반자로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대우버스를 아끼는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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