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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퍼른 공정위 비웃는 독일차…안방 부진 몫 한국 소비자에 전가

  • 기사입력 2013.03.04 17:47
  • 기자명 이상원

[오토데일리 이상원 기자]폭스바겐코리아가 3월1일부터 소형차 골프를 제외한 전 모델의 시판가격을 1.4% 인상했다.
 
폭스바겐코리아가 판매중인 모델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2005년 법인 설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폭스바겐은 비싼 가격에 가져와 많이 남기는 다른 독일차업체들과 달리 낮은 가격대로 도입, 적게 남기는 게 폭스바겐의 전략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아우디, BMW 등 다른 독일차 업체들이 정기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때도 꼼짝을 않던 폭스바겐이 갑자가 가격을 인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공정위가 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을 투입, 신차 및 부품가격, 딜러들과의 불공정 행위 등을 찾아내기 위해 샅샅히 뒤지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좀처럼 납득이 어려운 결정이다.
 
폭스바겐코리아측은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한 본사 정책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경쟁이 너무 치열해 가격을 높일 수가 없어 버티고 버티다 결국 가격을 올렸다는 변명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한국시장에서 246억원과 219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양 브랜드를 나누더라도 폭스바겐은 최소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한국내 판매량이 1만8395대로 전년 대비 무려 47.9%나 증가했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지난해에 2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시장에서의 이익 폭을 약간만 줄인다면 굳이 시판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이번 가격 인상 조치는 본사의 정책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폭스바겐 본사가 한국 공급가격을 올린 이유는 안방인 유럽시장에서의 불안감 때문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에는 유럽 경기침체에도 불구, 3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순이익을 남겼지만 올들어서는 지난 1월 유럽시장 판매량이 무려 5.5%나 줄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하에서도 좀처럼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던 폭스바겐으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다.
 
안방인 유럽에서의 판매부진은 자칫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기 때문에 폭스바겐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아시아시장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서는 공급 가격을 다소 높이더라도 판매에 별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다른 독일차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1월 유럽 판매가 3.7%, BMW는 6.4% 증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대비 4% 증가에 그친 메르세데스 벤츠는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국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일부 지역에서 올해부터 판매딜러들의 마진율을 1% 높여주는 대신 재고량을 한달치 더 떠 안겼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까지 한국 딜러의 마진율을 9+3%를 적용해 왔으나 올들어서는 10+3%로 상향 조정했다.
 
BMW도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신형 7시리즈 등 일부 차종의 판매목표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폭 늘렸다.
 
이로 인해 BMW의 국내 판매딜러들은 최고 2500만원이 넘는 할인 판매에 나서는 등 처절한 할인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유럽 경기 부진에 따른 여파가 엉뚱하게도 한국 등 아시아지역 수입차시장의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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