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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토요타 86, 진정한 ‘스포츠’카의 기준

  • 기사입력 2012.06.18 17:43
  • 기자명 신승영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지난 15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토요타 86(GT86)’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수 년간 토요타는 글로벌 판매 1위를 목표로 베스트셀링카를 만드는데 주력해왔다. 전 세계 시장에 통용되는 가치를 중심으로 ‘잘 팔리는 차’를 생산해왔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은 글로벌 판매 증가로 이어졌지만, 개성 넘치고 재미있는 제품들이 사라져갔다.
 
평범한 토요타는 토요타 아키오의 사장 취임과 변화가 시작됐다. 이전부터 ‘토요타의 제품이 매력적인가?’라는 의문을 품어왔던 그는 자동차의 본질인 ‘달리는 즐거움과 기분 좋음’을 구현할 것을 결심했다.
 
이는 보급형 후륜 스포츠카 86의 부활과 토요타의 새로운 가치인 ‘Fun to Drive’로 이어졌다.
 
앞서 올해 출시된 렉서스 신형 GS와 올-뉴 RX에 이어 한 층 더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한 토요타 86을 만나봤다.
 
◆ 즐기기 위한 ‘스포츠’카  
 
토요타 86은 지난 1987년까지 생산된 스포츠카 AE86의 이름을 계승했다. 사실 외형적으로 두 모델의 같은 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AE86 이전 세대 토요타 스포츠카인 ‘800’이나 ‘2000GT’의 선명하면서도 우아한 곡선을 이어받았다. 직선의 AE86과 달리 전체적으로 유려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은 공기역학적 성능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그럼에도 ‘86’이란 이름이 사용된 것은 제품이 가진 본질적인 정신 때문이다.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가격으로 많은 이들에게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토요타의 의지를 담고 있다.
 
더욱이 만화 ‘이니셜D’를 통해 알려진 AE86의 명성을 잇는 것도 마케팅적으로 효과적이다. ‘이니셜D’는 공도 레이스나 차량 튜닝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일종의 입문서와 같은 만화다. 이 만화의 백미는 극중 주인공 ‘타쿠미’가 구형 AE86을 가지고 내리막 길 구간에서 드리프트로 고성능 스포츠카들을 추월하는 장면이다.
 
토요타 86은 유려한 외형과 달리 최근 스포츠카의 흐름과 상반된 실내 인테리어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절제를 넘어 단순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실내에 직접 앉으니 아쉬운 점들이 곳곳에 띈다. 이곳저곳 최신 장비를 달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일반적으로 튜닝을 좋아하는 완성차 업체는 없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란 말처럼 완벽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86은 설계 당시부터 커스터마이징을 염두한 제품이다.
 
실내 기본 오디오부터 엔진 사운드와 차체 바디의 강성 등 수 많은 부분을 간단한 조정만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다.
 
86을 개발한 타타 테츠야 수석 엔지니어는 “86의 개발진은 고객들의 튜닝이 싫지 않다. 오히려 전 세계적 모든 86 오너들이 모두 다른 86을 타기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또한 부족한 실내 인테리어는 가격적 측면에서 스포츠카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스포츠카는 사치스런 제품이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가격은 끝없는 스펙 경쟁으로 최첨단 장치와 럭셔리한 인테리어를 갖추며 수 억원을 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 86은 눈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작하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를 추구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 주행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최소화한 모습이다.
 
◆ 프로의 기준은 ‘구속보다 제구’
 
자리에 앉으니, 86이 ‘달리는 즐거움’ 하나만을 보고 만들어진 모델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트는 탑승자의 승·하차 편의성과 바지가 바닥에 쓸리지 않도록 적당한 높이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86은 극단적으로 낮은 시트 위치로 운전자의 무게중심을 낮췄다. 낮게 위치한 버킷 시트는 운전자가 차량의 움직임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거기다 짧은 시프트노브와 시인성 높은 디지털 속도계, 무광 대쉬보드, 365mm에 불과한 스티어링 휠 등 모두 주행에 극대화된 요소들이다.
 
시트를 조절한 뒤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출발 직후 가속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터보 엔진이 장착된 동급 배기량의 차량들보다 부족하다.
 
그러나 곡선 및 슬라럼 구간에서 초반 가속력의 부족함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선사했다. 운전대 조작에 따라 깔끔하면서도 민첩한 반응은 자유자재로 차량을 통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반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운전자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방향으로 차량이 움직인다.
 
물론, 무리한 과욕을 부리다 고속직선구간에 이은 급커브 지역에서 스핀을 경험하기도 했다.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인 점은 스포츠 모드의 수동 변속 반응이다. 이에 대해 타타 테츠야 수석 엔지니어는 패들시프트 및 수동기어조작 시 변속충격 완화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변속반응시간을 극한으로 단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주행은 물론, 차량의 제작에서도 토요타 86은 폭발적인 가속력이 아닌 차량의 절대적 컨트롤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터보나 슈퍼차저가 아닌 자연흡기방식을 적용한 엔진과 운전석으로 흡기음을 전달하는 사운드 크리에이터 모두 다양한 속도 영역에서 순간순간의 세밀한 출력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가속력보다 핸들링에 더 민첩한 반응을 위해 앞부분 무게가 높인 53:47 전후 무게 배분을 갖췄다. 수평대향형 박서엔진과 낮은 무게 중심(460mm) 또한 급격한 방향 선회에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게 한다.
 
이 같은 차량 제어 성능은 운전자의 감각으로 차와 하나가되는 일체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유명 드라이버 타니구치 노부테루 선수는 5대의 86을 소유했던 이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19세에 길거리 레이서로 출발해 드리프트 선수 경력을 거쳐 20대 후반 정식 레이스 드라이버로 데뷔했다. 프로 드라이버로서 늦깎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3대 그랜드 투어링 대회 중 하나인 슈퍼GT 300클래스에서 우승을 거두며 최정상에 올랐다.
 
이날 행사에서 만난 타니구치 노부테루 선수는 5대의 AE86을 통해 드라이빙 스킬을 익혔다며 자신의 비결을 밝혔다. AE86의 이름을 계승한 새로운 86이 향후 어떤 프로 드라이버를 만들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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