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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분석]현대차그룹, 고장력 강판에 몸무게 잔뜩 불어∙∙∙다이어트 시급

  • 기사입력 2012.03.13 10:10
  • 기자명 신승영

[오토데일리 신승영 기자] 현대차그룹이 질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시장에서 660만대를 판매하며,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양적 성장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자, 현대차그룹은 제품고급화와 수익극대화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소형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GM이나 폭스바겐 등과는 분명 차별화된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전략은 최근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공급과다에 따른 출혈경쟁 등 불안정한 시장상황에서 뛰어난 선견지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질적 성장의 핵심인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 현대차그룹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안방인 국내에서도 고급차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 프리미엄 세그먼트 핵심은 ‘소재’
 
지난 10년간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부문에서 V8 타우엔진이 지난 2009년부터 3년 연속 워즈오토 ‘세계 10대 엔진’으로 뽑혔다. 이어 2012년 감마 GDi 엔진으로 다시 한 번 10대 엔진에 선정, 뛰어난 엔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엔진과 함께 파워트레인의 핵심인 변속기도 120여개 이상의 특허를 확보한 8단 자동변속기를 필두로 독일 ZF, 일본 아이신 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디자인에서는 아우디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차 디자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으며, BMW 출신인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전격 영입한 현대차가 또 하나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각종 최첨단 편의∙안전 사양들도 속속들이 개발 및 생산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 독일 등 자동차 탑 메이커들과도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는 여전히 기본기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소재 영역이다.
 
사실 현대차그룹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문제다.
 
이달 초 제네바 모터쇼를 참관한 정몽구 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서 엔진 커버와 관련해 소음 및 열 관리를 언급했으며, 차체 기술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어 BMW 전시장에서는 알루미늄 소재를 많이 사용한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 스스로 프리미엄 메이커들의 장점이자 현대∙기아차의 부족한 점을 집어낸 것.
 
단적으로 플래그십 모델 간 공차중량만 비교해도 현대차 에쿠스의 경우 BMW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보다 200~230kg가량이 더 무겁다. 전체 무게에서 무려 10% 이상 차이가 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차 중량이 10% 낮아질 경우 연비는 5~7%가 향상되며, 가속력은 8%, 제동력 5%, 조향성능 6% 등이 개선된다고 밝혔다.
 
가벼울 수록 연비 뿐만 아니라 주행성능 전반에 걸쳐서도 민첩성과 응답성, 승차감이 대폭 향상된다.
 
특히 각종 편의안전사양이 추가되고 하이브리드와 같은 새로운 파워트레인 시스템이 탑재됨에 따라 무게 관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 대비를 위해서도 차량 경량화는 필수적이다. 
  
 
◆ 자동차 발목 잡은 철강 사업
 
현대∙기아차의 프리미엄 세그먼트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현대제철을 꼽을 수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철강사업은 자동차.건설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삼각축을 이루고 있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현대.기아차 프리미엄 세그먼트의 철강 소재 비중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현대제철에서도 무게와 두께를 줄이고 강성을 높인 신철강재를 개발, 공급해 오고 있다.
 
다만,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소재와 비교한다면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가령 포스코에서 개발한 차량용 마그네슘 판재만 해도 철강재 대비 78%나 가볍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차량에 사용되는 자재의 대부분을 현대제철에서 공급하는 고장력 강판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인해 알루미늄 소재 사용 비율은 BMW나 아우디, 재규어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또한 자동변속기 부문에서도 현대차는 기술 자립을 위해 6단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자체 개발, 현대 파워텍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에쿠스, 제네시스, K9에 장착된 8단 자동변속기는 ZF사나 아이신제에 비해 무게나 크기가 10% 이상 무겁고 커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이룰경우, 이익 극대화나 기술자립성은 달성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전 부문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제품력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차량에 장착되는 모든 제품을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다.
 
특히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는 지나친 계열사 챙기기로 인해 제품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이같은 문제점은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보다 더 수직계열화된 토요타도 소재 공급에서는 신일본제철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폭스바겐GM 등 일반메이커들도 소재 영역이나 주요 파워트레인을 전문화 시켜 제품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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