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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기사) 현대차의 러시아 도박, 과연 성공할까?

  • 기사입력 2010.10.05 15:12
  • 기자명 이상원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현지공장이 우여곡절 끝에 결국 지난 9월 완공돼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어진 이 공장은 내년 1월부터 러시아 현지형 모델인 쏠라리스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게 된다.
 
러시아 현지공장은 현대차의 여섯 번째 해외공장이지만 완공되기 까지는 가장 많은 진통과 논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달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에서 만난 현대차 사업기획팀의 한 간부직원은 ‘러시아공장은 러시아경제가 갖고 있는 높은 위험성(리스크)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격론이 많았으며. 결국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 연산 15만대의 완성차공장을 짓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려는 큰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정몽구현대.기아차회장은 고심끝에 러시아 투자를 결정했다. 물론, 러시아에 대한 이번 투자는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사실, 러시아 경제상황을 자세히 뜯어보면 현대차의 러시아 완성차공장은 하나의 도박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 신차시장은 지난 2003년 121만대, 2005년 153만대, 2007년 256만대를 기록한 데 이어 2008년에는 290만대를 넘어서며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 2009년에는 전년대비 무려 50%가 감소한 147대로 폭락했다.
 
올 들어서는 러시아정부의 폐차 인센티브 정책과 유가 회복 등의 영향으로 점차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지난 8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13.8% 증가한 113만4천대를 기록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러시아 시차시장 규모는 17% 늘어난 171만대, 그리고 2011년에는 190만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의 러시아시장 판매량도 러시아 경제사정과 함께 등락을 거듭해 왔다.
 
국내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러시아로 수출, 판매해 온 현대차는 지난 2006년 10만685대. 점유율 5.3%에서 러시아 자동차사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8년에는 19만2천719대, 점유율 6.6%로 GM 시보레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2009년에는 7만4천607대로 3분의1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점유율에서도 5.1%로 4위로 밀렸다.
올 들어서는 지난 8월까지 판매량이 5만3천282대. 점유율 4.7%로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부침이 심한 경제적 특성은 해외 자동차업체들의 대러시아 투자를 망설이도록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신차시장이 올 들어 점차 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 경제는 에너지산업이 전체 경제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실업률 때문에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때문에 외국 자동차업체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러시아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이번 러시아 완성차공장에 대한 투자는 엄청난 도박으로밖에 볼 수 없다.
 
현대차의 올해 월평균 러시아시장 판매량은 약 7천대 정도이며 올해 전체 판매량은 대략 9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내년부터 소형차 쏠라리스 4도어 및 5도어 해치백 모델이 생산을 개시한다.
 

천귀일 현대차 러시아법인장은 2011년 러시아 시장 판매목표는 13만대이며 이 중 10만5천대 가량을 러시아 현지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기아차의 병행 생산도 검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외 지역으로의 수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의 러시아 완성차공장은 단일 외국 자동차업체로는 가장 많은 생산능력인 연산 15만대 규모와 함께 프레스에서 차체, 도장, 의장 공정 등 전 완성차 생산설비 및 부품 물류창고, 차량 출하장 등 각종 부대시설까지 갖춘 러시아 최초의 완성차 공장이다.
 
현대차는 이러한 시설을 갖추는데 모두 5억달러, 우리돈으로 5천800억원을 투입했다. 함께 러시아에 진출한 현대모비스 등 11개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투자규모가 무려 7천억원에 달한다.
 
현대차의 이 같은 생산규모는 르노자동차의 24만대, 폭스바겐. 스코다의 21만6천대, 포드의 20만대에 이은 4번째 규모로 도요타나 GM, 닛산 PSA< 미쓰비시보다 훨씬 많다.
 
그나마 르노나 폭스바겐의 경우도 대부분의 부품을 자국에서 들여와 러시아에서 조립, 판매하는 정도여서 투자단위로 본다면 현대차가 압도적으로 많은 투자를 한 셈이다.
 
때문에 만약 러시아경제가 또다시 부진을 겪게 된다면 현대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신치시장 규모가 연간 300만대를 울돌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현대차 외에 다른 메이커들도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최근 프랑스 푸조 씨트로엥그룹(PSA)과의 러시아 현지 합작공장에서 SUV 생산을 개시했다.
 
미쓰비시차는 지난 9월부터, 모스크바 남서부에 위치한 카르가주 현지공장에서 SUV 아웃랜드의 현지생산을 시작했다.
 
미쓰비시는 올해 푸조와 씨트로엥을 합쳐 1만5천대 가량을 생산하며 2012년도에는 12만 5000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미쓰비시 역시 절정기였던 지난 2007년에는 러시아 판매량이 10만대를 웃돌았지만 2009년에는 4만대 이하로 폭락했다.
 
아웃랜드는 미쓰비시차의 첫 현지 생산모델로 향후에는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닛산자동차도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지난 6월부터는 주야 2교대제로 전환, 연간 생산대수를 당초계획의 2배인 3만5천대로 끌어 올렸다.
 
닛산차 러시아공장은 현재는 2개 차종만 생산중이지만 내년부터는 무라노도 생산을 시작한다.
 
또, 판매망도 올해 안에 현재보다 25% 증가한 120개로 늘려 올해 판매대수를 9만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최대 자동차업체인 아브토바즈와 제휴중인 르노닛산은 아브토바즈와의 차대공용화와 생산협력 등으로 3사를 합쳐 러시아 시장점유율을 2009년 30%에서 2015년에는 40%까지 높일 예정이다.
 
러시아시장에서는 후발업체인 도요타자동차도 신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8월 모스크바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SUV 하이랜더 신모델을 공개하는 등 러시아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JATO에 따르면 러시아의 2009년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절반수준인 146만대였지만 올해 1~8월 기간 동안에는 14% 증가한 113만대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자동차 전문가들은 수년 내 러시아 신차시장 규모가 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예측대로 러시아 신차시장이 성장해 준다면 현대차는 시보레를 제치고 러시아 수입차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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