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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피습 받았지만 멀쩡합니다"

  • 기사입력 2005.06.10 09:21
  • 기자명 변금주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 에스텍(069510)은 거래소기업인 동성화학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3월 동성화학과 에스텍 내부 직원이 공모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스피커 제조업체인 에스텍은 내부 분열등 인수합병 후유증을 극복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2003년 수준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격적인 인수합병 소식.."회사 넘겨라"

작년 2월27일 중국 출장에서 복귀한 김충지(64) 에스텍 사장(사진)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동성화학이 장외기업을 통한 지분 매입을 통해 에스텍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3월1일 동성화학 쪽에서 이미 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사장은 "인수합병을 주도한 임직원 5명은 인수합병 기사를 사원들에게 돌리면서 이미 회사가 넘어갔고 살려거든 우리한테 붙어야 한다고 선동하고 다녔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 땀이 난다. 동성화학이 이미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했다면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99년 LG정밀에서 분사한 에스텍은 종업원 지주회사로 적대적 인수합병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우리사주조합을 비롯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23.86%이었지만 최대주주인 김충지 대표이사 지분율은 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는 `적전 분열` 상황이었다.

◇동성화힉 10% 이상 지분 확보 `역전승 발판`

하지만 동성화학이 실제 확보한 지분은 50%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3월12일 현재 18.89%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고 200만주(18.33%)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 상태였다. 결국 다수 지분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었다.

김 사장은 회사가 넘어가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며 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역으로 동성화학 지분을 10% 이상 매입해 두 회사가 관계사로 묶이게 함으로써 동성화학의 의결권 행사를 무력화시켰다. 결국 지난해 9월1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에스텍 경영진과 동성화학의 지분경쟁은 기존 경영진의 역전승을 끝났다.

동성화학은 공개매수를 통해 에스텍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하고서도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정관변경, 우호지분 확보..경영권 방어대책 마련

에스텍은 경영권 방어 대책을 찾기에 골몰했다. 우선 임시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 새 이사 5명을 선임하면서 동시에 이사수를 9명으로 제한했다. 새 이사를 선임하려면 전체 지분의 3분의 2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동성화학이 51% 지분을 확보해도 당장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또 대한투자증권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였다. 현재 대투는 에스텍 지분 200만주(18.33%)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쪽에 김충지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27.58%로 대투 보유지분과 합하면 45.91%에 달한다.

안팎으로 경영권을 튼튼히 했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지난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동성화학 지분을 매입한 뒤 되파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인수합병 후유증 극복 `실적회복 기대`

김충지 사장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하는 과정에서도 고객을 놓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액은 2003년 883억원에서 1027억원으로 16% 늘었다.

김 사장은 또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기존 고객인 하만쪽 공급물량을 늘리고 최근에는 2006년부터 마쯔시다에 홈시어터용 스피커를 공급키로 했다.

에스텍은 올해 매출액 1100억원, 경상이익 85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 사장은 “자동차와 홈시어터, 휴대폰, 노트북용 스피커 매출액 확대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스텍은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부산 양산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주력 공장은 전체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베트남 공장이다. 자동차용 스피커가 전체의 58%를 차지하며 주 고객은 현대차, 기아차, 하만, 혼다, 알파인 등이 있다.

김 사장은 “자동차용 스피커 고객기반을 확대하고 핸드폰이나 PDA 등 정보기술(IT) 장비에 들어가는 초소형, 고성능 제품을 개발해 새 도약을 시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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