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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오토바이족 몰려든다.

  • 기사입력 2005.05.30 18:46
  • 기자명 이상원

지난 22일 오후 4시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남쪽의 '참새언덕'(옛 레닌언덕) 주위가 귀를 찢는 듯한 오토바이 엔진소리로 요란했다. 대낮에도 헤드라이트를 환히 밝힌 오토바이들이 언덕 주변 도로를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했다. 앞바퀴를 치켜세운 채 뒷바퀴로만 달리며 아슬아슬한 묘기를 연출하는 사람도 있었다.

참새언덕은 모스크바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바로 뒤쪽에 모스크바대학이 있는 관광 명소다. 동시에 모스크바 오토바이족들의 모임장소다. 평일 오후 7시 이후나 주말 오후가 되면 100~300여 명의 오토바이족들이 몰려든다. 이날도 100여 명의 오토바이족들이 모였다.

모스크바 오토바이족들은 겨울을 제외한 4~10월 초 참새언덕을 찾는다. 지난달 9일 열린 오픈 행사에는 2500여 명의 오토바이족들이 1km 이상 줄을 지어 시내 도로를 달리며 퍼레이드를 벌였다. 교통경찰들도 이들이 이동하는 도로의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하는 등 협조했다.

오토바이족들은 회사원.사장.의사 등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주류다. 불량배들과는 거리가 멀다. 연령대도 10대 중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여성들도 많다. 오토바이 종류도 독일 BMW, 일본 가와사키.혼다 등 2만~3만 달러짜리부터 3000여 달러짜리 러시아제 우랄.드네프르까지 섞여 있다.
 
그러나 오토바이족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속도와 자유에 대한 열망이다. 의회 신문 여기자인 마리아 소콜로바(24)는 "오토바이족 하면 난폭하고 술에 취한 폭주족들을 떠올리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오토바이족은 1980년대 말에 생겨났다. 이후 개방의 물결 속에 급증했다.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선 국제 오토바이족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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