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올바른 자동차 문화 정착을

  • 기사입력 2005.05.21 13:43
  • 기자명 이상원

                                                                                               김진범 (주)탱크웨어 대표이사

 

얼마 전의 일이다.

그 날 아침도 한바탕 출근전쟁을 치루고 회사로 들어서는데,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죠?" 라고 부하직원이 인사를 건넨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차창 밖으로 난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매일 아침 길가에 떨어져 있을 낙엽을 볼 새도 없었구나!" 그저 오늘도 무사히 교통지옥을 빠져 나오는 데 온갖 신경을 곤두세웠던 게... 왠지 씁쓸한 기분 마저 드는 것이다.

 

서로 먼저 가겠다고 다투고, 조그만 틈이라도 생기면 끼어들기 일쑤인 데다가, 여기저기서 가차없이 터지는 경적 소리... 아무리 단속을 하고 범칙금을 올려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무질서가 난무하고, 여기저기서 얼굴 붉히는 일이 허다하다.

 

대한민국 서울,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에서 출퇴근을 맞고 있노라면 기다리고 참는 것이 이렇게나 힘든 일이었던가 새삼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우리의 자동차 문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생활 필수품이라기 보다는 소위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자연히 대중적인 의미로서의 자동차 문화가 올바로 정착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확실히 자동차가 편한 교통 수단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졌지만 문제는 '한시라도 떼어놓고 싶지 않은 것'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휴일에 가끔 가족들과 백화점이라도 갈 때면 이건 쇼핑도 하기 전에 주차하는데 진을 다 빼 버리고 만다. 그럴 때면 문득 우리 모두가 자동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교통지옥'이라는 단어를 생활 속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지겹게 듣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내가 꼭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건가" 라고 스스로에게 반문해 봐야하지 않을까?


운전을 처음 배울 때 흔히 '방어운전'을 하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선진 자동차 문화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겐 남을 배려하는 '양보운전'이 우리에겐 소위 교통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 같은 것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얼마 전 '올 들어 대폭 강화한 교통단속 덕분에 사고가 크게 줄어서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어 던지게 됐다' 라는 신문기사를 접했다. '단속' 이라는 단어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라는 말을 다시 뒤집어 생각해보면 '나와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라는 말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데 말이다.

 

운전하다 누구나 미안하고 또 고마운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땐 큰 소리로 인사하자. 손도 들어보고, 안되면 또 웃어 보는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운전할 때 뿐 만이 아니다. 생활 습관 곳곳에서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일.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언제나 용기 있는 자 만이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이니까.


과연 지금처럼 운전하면서 짜증나고 신경 곤두서는 일이 언제쯤이면 즐겁고 신나는 일이 될 수 있을까? 그 때 까지는 운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좀 우스운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자동차 문화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매너 있는 운전으로만 이해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 자동차 문화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듯한 여유 있는 자동차 생활을 만들어 나갈 때 올바로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

 

몇 해 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조카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번은 새로운 나라에 처음 도착해 숙소를 찾느라고 애를 먹고 있는데, 차 한 대가 후진해서 서더라는 것이다. 바쁜 출근 시간인데도 손수 운전을 해서 숙소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 그 분의 친절, 그리고 특유의 여유로운 운전습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자동차가 단순한 교통 수단만은 아니다.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때만 비로소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최상의 문화적 혜택일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라는 외국 영화를 보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행하고 이것이 점차 가지가 뻗듯 퍼져 나가면서, 세상은 비로소 아름답게 변한다는 평범한 진리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자동차 문화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부터 차 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지니고 생활할 때, 여유롭고 안전한 자동차 문화를 이루고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켜가는 작은 힘의 위력이 어떤 곳 보다 지금 서울의 도로에선 절실하다.

 

초겨울 늦은 저녁 퇴근길, 삭막한 아스팔트 도로에서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