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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첨리-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대표

  • 기사입력 2005.05.19 14:51
  • 기자명 변금주

내수 불황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신용카드 연체율 하락과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증가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국내 시장 경제는 호전될 것이 분명합니다.”

웨인 첨리(51·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대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하 암참)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을 미뤄볼 때 국내 시장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단 국내 경기 회복세는 일단 불이 붙었지만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선 한국 기업이 국내보다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은 내수 경기 활성화와 외자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변화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국내 경제의 장기적 숙제이고, 올 11월 부산에서 열릴 APEC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경제와 리더십을 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첨리 회장은 지난 5월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5월9일부터 예정된 연례 워싱턴 방문에서 미국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한국을 투자 대상국으로 적극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불거진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 외국 기업은 북핵 문제를 기업 활동이나 투자에 큰 위험 요소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계 투자 펀드에 대한 국세청 세무 조사에 반발해 암참이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청와대를 공식 방문할 계획이라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암참은 “소득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당한 세금을 징수하거나 법률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한 국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항의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도, 청와대를 방문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암참 회장으로 재임 기간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일은 무엇입니까.

“존스 전 회장이나 오벌린 전 회장이 해온 것처럼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한국 정부와 협조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도 한국 정부가 더 많은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당장 올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제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얻은 부수적인 효과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을 통해 한국의 경제 발전과 아시아에서의 한국의 리더십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 회장께서는 지난 1월18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외국 기업은 불안해하지 않는다”면서 “한국 내의 심리적인 불안이 문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외국 기업이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2005년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2004년은 한국 경제에 있어서 매우 좋은 한 해였으며, 2005년은 그보다 더욱 성공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04년 한국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는 97%가 상승하여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수치인 127.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47.3억 달러를 투자, 계속해서 한국의 가장 큰 투자국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e베이의 맥 휘트먼 등 많은 미국 기업 CEO들의 관심이 한국에 집중되었던 해였습니다. 2005년 한국 경제에 대해서 긍정적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 좀 시각을 좁혀서 살펴봤으면 합니다. 최근 백화점·할인점 등 국내 유통 업체의 매출이 다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내수경기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반면 ‘더 내려갈 데가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일시적인 상승 효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내수 경기는 소비자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야 좋아집니다. 한국 정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신용카드 사용량, 휘발유 소비량, 자동차 판매 등이 늘었다고 합니다. 소비심리를 움츠리게 했던 가장 큰 이유인 신용카드 연체율도 지난해 7월 이후로 꾸준히 감소했으며, 가계 빚도 안정세를 찾아 가고 있다고 합니다.

또 기업이 생산 시설에 투자를 늘리고 있고, 고가 상품에 대한 수입이 두 자릿수대 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한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에도 경기가 좋지 않다는 시각은 여전합니다. 내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암참과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암참은 외국 기업의 R&D 센터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해외 관광· 골프·유학·의료 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32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맞먹는 13조원(12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육성 등으로 그 돈이 국내 시장에서 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 문제가 하루빨리 해소돼야 합니다. 일자리가 있고 돈을 벌게 되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될 것은 뻔합니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필요할 때 구조 조정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 노동 유연성 문제는 암참에서 수년에 걸쳐서 강조해 왔던 부분입니다. 한국 정부에서 하루 속히 해결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집사람과 그 친구들이 매우 왕성한 구매를 통해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고 있습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쇼핑하는데 저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웃음)”


- 오벌린 전 암참 회장도 인터뷰에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 부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국이 기술은 중국에, 유연성은 일본에 앞서는 ‘샌드위치 기회(sandwich opportunity)’를 맞이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합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회사가 문을 닫기 전엔 구조 조정이 어렵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합니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2003년 사스가 아시아를 강타했을 때, 가장 피해를 많이 입었던 곳은 숙박 업소였습니다. 홍콩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한 자릿수 아래로 떨어졌으며, 싱가포르는 20%를 밑돌았습니다. 한국도 역시 객실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한국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노동 시장이 경직되어 있어서 구조 조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동 유연성이 정착되면 실업률이 증가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기업은 경제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고용하기도 하고 정리 해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더 직원을 고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빨리 이러한 노동 유연성이 자리잡지 못하면 앞에서 언급했던 샌드위치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 회장께서는 벌써 9년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으므로 국내 기업인과 소비자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미국 CEO는 내수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고 하는 반면에 한국 CEO는 해외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국내 시장이 미국 시장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 기업인의 글로벌 마인드와 외국 시장에 대한 적극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이 들어오기도 전에 한국 기업이 한국을 벗어나는 경우가 우려됩니다. 외국 기업은 한국 기업이 한국에도 꾸준히 투자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내 경기가 안정이 되어야 외국 기업이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모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소비자는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 매우 빠릅니다. 따라서 한국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테스트 시장으로 적합합니다. 신기술의 상용화가 용이하며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친숙도가 높고 익숙해 지는 데 짧은 시간이 걸리는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한 조건입니다.”


- 국내에 있는 일부 대형 외국계 유통 업체의 외국인 CEO는 현지화 전략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1위를 달리는 업체가 한국에선 실패를 맛보는 이유는 현지화 전략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초기에는 외국 기업 CEO로 활동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됐지만 정부의 규제 정책이나 일반 국민의 외국 기업과 제품에 대한 오해 등도 외국 기업 활동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을 갖고 접근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도 이런 노력으로 한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됐으며 신뢰도 함께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변화를 빨리 수용할 수 있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CEO이시니 여쭙겠습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제조· 판매 수준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대와 기아는 외국의 권위 있는 자동차 평가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어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아시아 등 국제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차의 해외 시장 점유율의 상승세 및 수출 증가는 어느 정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제조에 대해 현대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5~10년 후에 대한 대비를 좀더 철저히 했으면 하는 점입니다.

품질을 향상시키는 관건은 부품 공급 업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인 만큼 적극적인 육성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가 중요합니다.

부품 업체에 전가하는 원가 절감 노력은 한계에 봉착할 것입니다. 최근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는 장기적 투자를 늘리는 것이 향후 세계 시장에서 현대의 위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판매의 경우도 국내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북미 시장에서도 큰 폭의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한계가 올 것입니다. 무보증 수리 기간의 연장에 대한 비용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성장의 정체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며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적 다변화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웨인 첨리 회장은] 한국 잘 아는 세계적 기업인

웨인 첨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지한파(知韓派) 미국 기업인으로 꼽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때는 다임러크라이슬러그룹 이사회를 서울에 유치해 월드컵을 간접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1996년 9월 크라이슬러코리아세일즈 사장으로 임명되었다가 99년 4월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에 따라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의 사장을 맡고 있다. 부인 조앤 룩셈버거 첨리와 두 딸 제시카, 캐산드라와 함께 서울 역삼동에서 살고 있다.

현재 암참 회장 및 주한미연합봉사기구(USO)의 의장직을 역임하고 있으며, 암참 산하 비영리 자선 단체인 ‘미래의 동반자 재단’의 이사로서 다양한 자선 사업에 참여하는 한편, 워싱턴D.C.의 자동차 무역 정책 협회(ATPC)의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 부임하기 전 일본 주재 크라이슬러그룹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부 매니저로서 활동했으며 일본·한국·중국·대만 및 호주 시장의 판매 및 서비스 전반을 총괄한 바 있다.

인터내서널하베스터 사에서 10년간 근무한 이후 86년 크라이슬러 그룹에 입사하여 텍사스 주 서비스 매니저를 시작으로 크라이슬러와 인연을 맺었다.

한편 그가 수장을 맡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한국 시장 내 크라이슬러·짚·닷지 제품의 수입과 배급 및 상용밴의 글로벌 마켓 수출을 책임지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상용 트럭의 국내 수입과 유통 업무, 그리고 본사 직영의 중고차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몸이 하나로는 부족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첨리 회장은 주말이면 아내, 두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가족이 모두 한국 문화 유적에 대해 관심이 많아 경복궁·인사동·경주 등 한국 문화가 물씬 풍기는 곳을 자주 찾는다. 부대찌개·김치찌개·비빔밥 등 한국 음식도 즐겨 먹는다는 첨리 회장은 가끔 한국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요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 경력
1976 미국텍사스A&M대학교 농공학 학사
1977 미국텍사스A&M대학교 대학원 농공학 석사
1981 인터내셔널하베스터 세일즈 매니저
1983 인터내셔널하베스터 상품프로모션 매니저
1985 인터내셔널하베스터 마케팅 매니저
1986 터네코 세일즈 매니저
1994 크라이슬러그룹 아시아 태평양 서비스 그룹 매니저
1996 [現]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1996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부회장
2004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부회장
2005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 - 미국 시장 교두보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약칭으로 AMCHAM (암참)이라 불린다. 지난 1953년 창립된 이 단체의 설립 목적은 한국 내에서 회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한국 및 미국 정부에 대하여 회원들을 대표하여 의견을 전하고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원들에게 한국의 기업과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 및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 기업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하에 산업별로 24개 위원회가 있으며 각 위원회는 월별 모임을 열어 관련 사안을 논의한다. 일반 회원을 위한 월 정기 회의도 열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주로 한국 정부나 기업의 주요 인사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미국에 투자하려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무비자 프로그램을 후원하며, 미국 정부에 대하여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활동도 함께 벌이고 있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하여 한국 경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문 역할도 맡아 한다. 회원 기업은 한국 기업을 포함하여 1,000여 개사이고 회원 수는 약 2,000명이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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