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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아우디A8 정면충돌의 진실은?

  • 기사입력 2008.01.12 13:09
  • 기자명 이상원

세계 고급차 시장을 향한 현대차의 도전이 시작됐다. 현대차는 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제네시스(GENESIS) 신차 발표회를 열고 본격 시판에 돌입했다.
 
제네시스는 지난 4년간 5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프리미엄 세단으로 현대차 내부에서는 "40년 기술력과 열정이 결집된 차"로 불린다.
 
제네시스는 출시 전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왔다. 화제가 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 공중파에서 방송된 정면충돌 광고. 양쪽에서 제네시스와 외제차가 달려와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며칠 지나 이 외제차는 독일 아우디(AUDI)사의 최고급 세단 A8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우디 A8은 국내 소비자가격(2억4610만원)이 제네시스(5280만원)의 5배 가까이 된다.
 
광고 속에서 제네시스와 정면으로 부딪친 아우디 A8의 전면 보닛은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제네시스의 범퍼가 아우디 A8의 운전석 바로 앞까지 밀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광고는 충돌 장면을 느린 화면까지 동원해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광고만 보자면 아우디보다 제네시스가 더 안전하다는 인상을 받기 십상이다.
 
과연 광고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을까. 제네시스의 광고 화면은 분명 합성된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을 보여주진 않는다. 광고에 나온 충돌은 '오프셋(off-set)'이라는 방식이다. 이는 완전한 정면충돌이 아니다. 서로 반대편에서 시속 50㎞로 달려온 자동차 앞면의 일부분(광고의 경우 왼쪽)만 서로 충돌하게 하는 것이다. 즉, 광고에 나오는 '시속 100㎞ 실차 정면충돌 테스트'라는 문구는 시청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실제론 앞면 일부분만 부딪쳐 
 
전문가들은 아우디 A8의 앞쪽 보닛이 크게 부서진 것은 A8의 탑승자 안전성이 더 높다는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고급차는 대부분 정면충돌 시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보닛이 크게 찌그러지는 크럼플존(Crumple Zone)을 적용해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번 충돌 실험 광고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촬영됐다. 남영연구소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다양한 차량을 실험용으로 쓰고 있다. 이런 차량들은 연구원들에 의해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면서 세밀하게 분석된다.
 
아우디 A8이 제네시스와의 충돌 차량으로 선정된 이유는 일단 A8이 최고급 세단인 데다, 연구소에서 이미 다양한 실험을 마친 모델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점, 안전성 면에서도 유명 브랜드와 대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A8이 선정됐다는 얘기다. A8 이외에 충돌 차량으로 거론됐던 모델은 렉서스의 GS였다. 제네시스와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될 차량이고, A8에 비해 훨씬 저렴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었다고 한다.
 
광고를 보면 충돌 차량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상태다. 도대체 어떻게 달렸을까. 차량 밑에 와이어 로프를 고정 설치해, 사람이 타서 액셀러레이터를 계속 밟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두 차량이 충돌한 속도는 각각 시속 50㎞. 각 차가 250m 정도는 달려야 시속 50㎞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에는 500m 이상의 긴 공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실험이 가능한 곳은 국내에서 건설교통부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를 비롯해 5개 국산 완성차 업체 연구소 등 7곳뿐이다.
 
일반적으로 차량의 안전도 테스트는 고정된 벽에 차량이 충돌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벽에 시험 규격대로 완전 정면이나, 차량 일부만 충돌하는 오프셋 방식으로 충돌해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광고에서 사용된 차 대 차(car to car) 충돌 방식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특정업체에만 유리한 환경이나 일방적인 분석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광고 촬영만을 위해 들어간 비용은 약 3억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파손된 차량 2대의 값이다. 각 최고급 모델의 국내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제네시스는 5280만원이고, 아우디 A8은 2억4610만원이다. 광고 촬영에는 제네시스와 A8 모두 한 대씩만 사용됐다. 실험을 위한 공간, 고속촬영 장비, 센서가 설치된 인체모형, 충돌 결과 분석을 위한 장비 등은 기존 연구소의 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돌 장면은 고속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한 것으로, 1초에 1000~3000프레임을 촬영해 작은 파편의 움직임까지 잡아냈다.

인체모형 탑승 안시켜 충격분석 미흡 
 
일반적인 충돌 실험에서는 다양한 안정성을 분석하는 기술이 동원된다. 충돌 시에 사람의 몸이 얼마나 다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인체모형 교정 기술이 사용된다. 차체와 인체모형에 설치된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계측해 분석하는 데도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하다. 또, 충격으로 인해 연료가 새어 나오는지, 충돌로 변형이 생긴 후에도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는지 등도 분석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 광고로 방송된 충돌 실험에는 정교한 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충돌 시에 인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운전석에 인체모형을 탑승시켜야 하는데, 광고 영상에서는 인체모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제휴뉴스=하영선 조선닷컴 카리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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