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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갑자기 LPG 하이브리드카로 급선회한 이유는?

  • 기사입력 2007.09.18 11:53
  • 기자명 이상원

현대.기아자동차 이현순 연구개발총괄본부사장이 지난달 24일 1년 반 안에 신개념 하이브리드카를 내 놓겠다고 한 조찬강연회에서 전격 발표했다.
 
이사장은 이날 이 신개념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했지만 이 신개념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이나 디젤과 다른 LPG와 배터리를 결합한 LPG 하이브리드카를 뜻한다고 현대차측은 밝히고 있다.
 
현대차는 LPG 가격이 워낙 싸고 우리나라가 LPG 엔진기술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국산 LPG 하이브리드차가 출시되면 국내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기회있을 때마다 일본 토요타에 버금가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오는 2010년 출시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LPG하이브리드카는 한국에서만 사용할 뿐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제3국에도 수출이 어려운 그야말로 국내용 하이브리드카다.
 
이런데도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 개발 방향이 왜 갑자기 가솔린에서 LPG 하이브리드카로 바뀌어버린 것일까?
 
사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나 이보다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중인 연료전지,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면서 말못할 고민을 해 오고 있다.
 
현대차가 안고 있는 고민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은 기술력 부족이다. 가솔린이나 디젤엔진과 배터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카는 토요타가 핵심기술과 관련된 7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해가기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토요타는 세계 주요국에 하이브리드와 관련된 특허를 출원, 경쟁사들의 하이브리드카 기술도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 때문에 GM이나 크라이슬러, 포드 등은 이보다 진보된 플러그 하이브리드나 디젤엔진의 친환경성을 보강한 새로운 개념의 디젤엔진으로 돌파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이기상이사도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기술력으로 보면 토요타의 70-80% 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특허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따른 막대한 비용부담이다. 현대차는 경쟁력있는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매년 핵심기술  및 관련 부품 개발에 1년치 순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7-8천억원 정도를 투입해야 하지만 이같은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리드카를 연간 40만대 이상 판매하고 있는 토요타자동차도 수익은 커녕 현재 매년 수천억원씩을 하이브리드카 개발 및 생산에 쏟아붓고 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이익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연간 100만대 이상은 팔아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나마 토요타의 경우는 덴소나 무라타 등 재정이 탄탄한 부품업체들이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초기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하이브리드시스템에 장착되는 배터리 등 핵심부품 개발을 LS산전 등 몇몇 중소 부품업체들에 의뢰했으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수요확보와 메이커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개발 자체를 거절 당했다.
 
현대차는 결국, 연간 2만대 이상의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LPG하이브리드카로 방향을 선회했다.
 
국내에서 일정규모의 수요를 확보, 부품업체들의 수익성을 확보한 다음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 개발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최근들어 LPG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 조심스럽게 LPG하이브리드카의 중국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와 GM 등이 가정용 전기로 충전시킬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양산단계까지 진출해 있는 마당에 국제적인 경쟁력이 없는 LPG 하이브리드카 개발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기술 및 재정적인 부담에 열악한 부품수급  문제까지 겹쳐 원하는대로 친환경차량을 개발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은 회복 불능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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