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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스트레스 싹] 명절증후군 예방법

  • 기사입력 2006.01.20 14:18
  • 기자명 변금주


 
‘온 몸은 찌뿌드드하고, 속은 더부룩하고, 머리는 띵하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모(40)씨의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마다 찾는 광주 본가까지는 자동차로 평균 8~10시간. 짧은 명절 기간에 왕복으로 장시간 운전을 하고 나면 어깨, 등허리는 묵직해진다.

또 하루 종일 집안에 들어 앉아 자꾸 내오는 음식만 먹다 보니 속은 늘 꽉 찬 느낌. 더욱이 오랜 만에 만난 친척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김씨의 아내 박모씨(40)도 명절이 끝난 후 온 몸이 뻐근하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몸이 힘든 것보다는 명절 때만 되면 늘 닥치는 ‘불만감’이 더 힘들다.

박씨의 불만은 “서울에서는 집안 일을 꽤 도와주던 남편이 본가에만 가면 방바닥에 붙어서 움직일 줄 모르고, 나만 부엌데기처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가에만 갔다 오면 배탈이 난다든지, 감기에 걸린다든지 하는 애들도 박씨에겐 또 다른 명절 골칫거리다.

어느 때부턴가 명절이 즐겁기만 하다는 생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민족 대이동’에 맞춰 고향을 찾아 나서는 물리적인 고난도 있지만, 명절 후유증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때문에 의사들은 온 가족이 건강하고 즐거운 설을 보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고향길 운전 2시간마다 휴식을

오래 운전을 하다 보면 하품이 나오고 졸리게 돼, 운전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난방이 되는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다 보니 이산화탄소가 몸 안에 쌓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맥경화나 심장질환 등으로 혈액 순환 장애가 있는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장딴지 근육의 움직임이 정맥피를 순환시키는 주동력인데 오랫동안 한 자세로 운전을 하게 되니 정맥피 순환 속도가 늦어져 정체되고 심할 경우 혈전이 만들어진다.

때문에 고향에 내려갈 때는 최소한 2시간 운전마다 10분 정도는 차에서 내려 쉬는 게 좋다. 이때 간단한 맨손체조라도 하면 나중에 몸이 훨씬 개운하다. 또 한 시간에 1~2회 정도는 창문을 열어 차 안을 환기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 과식과 과음은 명절 단골병

명절 때 병원 응급실의 단골은 복통, 급체 환자들이다. 평소보다 줄어든 활동량, 평소보다 많아진 음식이 주범이다. 특히 ‘지지고 볶는’ 명절 음식은 고지방, 고칼로리가 특징인 만큼 이는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환자들에게 더욱 좋지 않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과식을 피하려면 명절 때 음식을 천천히 먹도록 노력해보자. 전, 산적 등 보다는 다양한 나물이나 야채 쪽으로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공복에는 술을 삼가고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먹지 말아야 한다. 만약 술 종류를 섞어 먹어야 한다면 도수가 약한 술부터 독한 술로 옮겨가는 것이 좋다.

▲ 생활습관 변경은 연휴후유증의 원인

명절이라고 평소 생활 습관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친척들과 밤샘 고스톱을 치거나 텔레비전에서 하는 ‘설날 특선 명화’에 빠져 새해를 졸린 눈으로 맞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특히 사흘 이상 불규칙한 생활을 계속하면 신체 내 생체 리듬 유지 기관의 적응력이 떨어진다. 이는 심신의 항상성 유지 기능을 저하시킴으로써 연휴 후유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연휴후유증은 만성피로, 졸림, 작업능률 저하, 전신 근육통, 두통 등. 이 후유증에서 벗어나려면 보통 1~2주 정도나 걸린다. 때문에 연휴 기간에도 평소와 같은 수면 시간, 운동 시간 등을 유지하는 게 좋다.

▲ 주부명절증후군 퇴치를 위해 주부를 돕자

명절 때 일거리가 많아지는 사람들이 바로 주부다. 남편에게는 휴식일지 몰라도 평소보다 많은 노동, 시댁 식구들과의 생활은 주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주부들은 명절이 끝난 뒤 신체적 고통 뿐 아니라 심한 피로감, 두통, 소화장애, 불안, 우울 등의 스트레스성 질환을 호소하기도 한다.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은 주부의 가사노동을 분담해주고, 다양한 대화를 통해 주부들이 느낄 수 있는 불만을 덜어 주는 게 좋다.

▲ 아이들 안전사고 주의

명절 때 아이들은 의외로 관심의 사각 지대에 놓이게 된다. 엄마들은 부엌일에 바쁘고, 아빠들은 친척들과 만나느라 별로 아이들을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명절 때 찾아간 할아버지 집 또는 친척 집은 아이들에게는 낯선 환경이기에 사고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언 호수에서 썰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진다든지, 논두렁 야산에서 미끄러지는 사고 등이 대표적이기에 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 아이들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므로 도시, 아파트에서 지내던 아이들이 이 보다 추운 시골, 단독 주택에 가게 될 경우 미리 내복을 입혀 가는 것도 좋다.

▲ 설날 문 연 약국, 응급실 체크

설날 연휴 기??대부분의 병원과 약국들은 휴업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갑작스럽게 약을 찾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어 큰 낭패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소화제나 두통약, 해열제 같은 간단한 상비약은 미리 챙겨서 고향에 갖고 가면 좋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설날 연휴 기간 동안 문을 여는 병원이나 약국을 미리 챙겨보는 것도 유비무환의 자세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주저없이 119로 전화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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