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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하는 친환경 정책’ 탄소배출 많은 경차 세제혜택 늘리고 전기차는 줄여

  • 기사입력 2021.12.31 14:31
  • 최종수정 2021.12.31 14:39
  • 기자명 박상우 기자
캐스퍼.

[M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정부가 취득세 감면 혜택 기간을 연장하는 등 경차 관련 세제지원 강화에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로 종료 예정이었던 경차 취득세 감면 혜택을 2024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고 감면 한도를 기존 50만원에서 75만원으로 확대했다. 또 경차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20만원 환급을 2023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등 경차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했다.

정부는 경차 판매가 상승 추세 등을 반영하고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취득세 감면 혜택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경차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캐스퍼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경차 세제지원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차급 엔트리급 SUV로 크기가 전장 3,595mm, 전폭 1,595mm, 전고 1,575mm로 국내 경차 규격인 전장 3,600mm, 전폭 1,600mm, 전고 2,000mm를 충족하는 만큼 취등록세 면제, 고속도로 및 유료도로 통행료 50% 할인 등의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엔진 라인업은 기아 모닝과 같은 최고출력 76마력을 발휘하는 1.0 가솔린 엔진과 최고출력 100마력을 발휘하는 1.0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구성되며 변속기는 4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다.

캐스퍼의 생산은 현대차가 광주광역시와 광주형 일자리 일환으로 합작 설립한 완성차 생산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탁생산하며 판매, 마케팅, 홍보, 광고, AS는 현대차가 맡기로 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이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는 지역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민·정 경제주체간 고용, 투자, 복리 후생 등 분야 합의에 기반한 사업이다.

이를 통해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투자해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설립, 지난 9월 양산을 개시했다. 이 공장은 연간 최대 10만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으며 그 첫 모델이 바로 캐스퍼다.

이 GGM에서 생산되는 캐스퍼는 지난 10월 판매가 개시돼 11월까지 두달동안 총 5,903대가 판매됐다. 캐스퍼의 합류에도 경차 판매량은 감소했다.

자동차통계연구소 카이즈유가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의 신차등록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경형자동차 판매량은 8만7,608대로 9만488대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이 중 기아의 레이가 27.9% 늘어난 3만3,317대를 기록한 반면 모닝이 22.4% 줄어든 2만8,361대, 한국지엠의 스파크가 31.1% 줄어든 1만8,086대에 그치며 감소세를 보였다.

경차 판매가 이같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중 하나인 광주형 일자리를 성공시키기 위해 캐스퍼 판매량을 늘리고자 경차 세제지원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정부의 탄소배출량 감소 관련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수송부문 탄소배출량을 1천만톤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2018년 기준 수송부문 탄소배출량은 9,810만톤이다.

그 일환으로 2030년까지 수송부문의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37.8%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대, 수소차 88만대, 하이브리드카 400만대 등 친환경차를 총 850만대 보급한다.

그런데 캐스퍼의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량은 136g/km로 최대 112g/km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닝, 최대 131g/km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레이보다 많다. 특히 최대 133g/km를 배출하는 기아 K5 2.0 가솔린과 현대차 쏘나타 2.0 가솔린보다 많은 편이다.

중형세단인 쏘나타, K5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음에도 캐스퍼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세제지원을 강화한 것이다.

반면 친환경차 관련 지원은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말로 종료 예정이었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및 취득세 감면을 연장했다.

그러나 내년 전기 승용의 대당 국고보조금을 올해 700만원보다 100만원 줄어든 600만원에 책정했다. 국고보조금이 축소된 만큼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기준 판매가격을 기존보다 500만원 낮춘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판매 가격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다. 기준인 판매가격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장도가격에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합한 금액으로 산정되며 6천만원 이하 전기차는 보조금 100%를, 6천만원 초과 9천만원 미만 전기차는 보조금 50%를, 9천만원 이상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내년부터 5,500만원 이하 전기차는 보조금 100%, 5,500만원 초과 8,500만원 미만 전기차는 보조금 50%, 8,500만원 이상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이 내년 7월에 일몰돼 폐지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전기자동차 충전용 전력에 부과하는 전기요금의 기본요금 할인율을 기존 50%에서 25%로 전력량 요금 할인율을 30%에서 10%로 낮췄다.

이로 인해 환경부 환경공단의 급속충전 요금이 현 kWh당 255.7원에서 300원대로 민간 업체의 완속충전 요금이 최대 200원대에서 최대 300원대로 인상됐다.

무엇보다 정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구매보조금이 올해부터 지급되지 않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주유와 충전을 병행하는 자동차로 하이브리드카와 순수전기차의 중간 단계에 있어 전기차의 약점인 충전과 주행거리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유럽, 미국 등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친환경차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환경 개선 효과가 더 큰 순수전기차 보급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지급되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국고보조금을 올해부터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과 미국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최근 연구개발(R&D) 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없애고 전동화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이는 내연기관차 개발을 중단하고 전동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파워트레인담당을 전동화개발담당으로 조직 명칭을 바꾸고, 배터리개발센터를 신설했다. 엔진개발센터를 없애는 대신 센터 산하에 있던 엔진설계실은 전동화개발담당 안에 두기로 했다. 또 엔진개발센터 산하에 있던 조직을 연구·개발본부 내 여러 센터 등으로 이관, 엔진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가 친환경차 관련 지원을 축소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경차 세제지원을 강화하기로 해 탄소배출량 목표를 달성할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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