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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전쟁서 뒤진 美, 친환경 전략 고민 커지는 이유?

  • 기사입력 2021.02.23 16:38
  • 최종수정 2021.02.23 17:13
  • 기자명 이상원 기자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전략이 배터리 부문의 경쟁력 저하로 딜레마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이 전기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하고 저장하는 배터리 개발과 생산 경쟁에서 아시아와 유럽에 크게 뒤쳐져 있으며, 이는 자동차산업 뿐만 아니라 차량과 장비의 전동화가 계획돼 있는 미군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명 데이터 제공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93개의 리튬 배터리 셀 제조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2030년까지는 14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유럽은 17개, 미국은 겨우 10개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이 배터리 공급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나 다른 국가에 의존하게 만들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 공급망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전 세계 배터리 원료 공급 비중이 23% 정도에 불과하지만 원자재 가공부품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리튬 배터리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량의 6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배터리 셀 생산 비중은 73%에 달한다.

한 마디로 중국을 거치지 않고서는 전기차용 배터리 셀과 배터리 원자재를 공급받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미국 정계와 산업계에서는 미국에서 기술을 유지하고 기업이 미국에서 배터리 셀과 관련 원자재 및 부품을 생산하도록 장려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미 연방정부가 중국이나 한국, 유럽정부처럼 배터리와 원자재의 미국 내 제조를 촉진하기 위한 공격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미국이 태양전지판과 5G 모바일 네트워크 장비분야와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다음 무역전쟁에서 전기자동차를 둘러싼 산업이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전기차용 2차 전지 분야다. 현재 미국의 2차전지 생산은 테슬라의 파트너사인 일본 파나소닉이 2020년 기준 35GWh, GM과의 합작 파트너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5GWh, 닛산 자회사인 AESC 3GWh 등 총 43GWh 규모에 불과하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의 합작 공장에서 2021년 70GWh, 2023년 105GWh로 늘릴 예정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2023년 35Gwh로 확대한다.

또, SK이노베이션이 예정대로 공장 건설이 진행된다면 2021년 10GWh, 2023년 20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 배터리공장

계획대로라면 이들을 모두 합친 미국의 2023년 배터리 셀 공급능력은 163GWh 정도다. 이는 연간 300만대의 차량에 공급할 수 있는 분량이다.

만약 이들 배터리기업들이 배터리 셀 공급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간다 해도 연간 1,700만 대 이상 신차가 판매되는 미국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커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최근의 LG-SK간 영업비밀 관련 소송으로 CATL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만 생산이 가능해 미국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전략의 밑바탕에는 배터리 셀 산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분야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이후 미국에서는 배터리 셀 공급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지아 주지사는 SK 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공장 건설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미국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ITC 역시 배터리 공급차질을 우려, SK 부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10년으로 결정하면서도 공급을 받는 포드자동차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공급을 허용하는 유예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 배터리 셀과 함께 미국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미국내 자동차공장들이 속절없이 생산을 중단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구매력, R&D, 세금, 무역 및 투자정책에서 연방정부의 모든 수단을 사용, 미국을 전기자동차 및 소재.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 매김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테슬라에 공급하는 파나소닉 기가팩토리

이를 위한 우선 조치로 미국 우정청을 포함한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업무용 차량 65만대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5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하고, 전기차 구매자를 위한 세금공제 제한을 연장하는 한편, 가스구동차량의 연비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산업전체에서 가장 취약한 2차 전지 분야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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