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EV 전용 플랫폼 공개한 현대기아차, 배터리 조달은 어떻게?

  • 기사입력 2020.12.02 19:07
  • 기자명 박상우 기자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M오토데일리 박상우 기자]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전격 공개했다.

2일 현대차그룹은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기술적인 특장점과 새로운 고속화 모터 및 배터리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자동차 CV(프로젝트명) 등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집약적 신규 플랫폼이다.

E-GMP는 내연기관 플랫폼과 달리 바닥을 편평하게 만들 수 있고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차지했던 공간이 크게 줄어들어 실내 공간의 활용성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구조적인 한계로 불가능했던 새로운 자동차 실내외 디자인이 가능하다.

또 E-GMP는 모듈화 및 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이어서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단기간에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상의 복잡도가 줄어들어 생산효율이 높아짐에 따라 수익성 개선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다.

여기에 충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과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또 통합 충전 시스템(ICCU)과 차량 충전관리 시스템(VCMS)을 통해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도 일반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차세대 전기차를 내년부터 출시해 2025년까지 23개 전기차를 포함해 총 44개종의 친환경차를 투입해 친환경차 연간 판매량을 10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1년부터 45(개발코드명 NE), 프로페시, 내년에 공개될 3번째 차세대 콘셉트카 기반 전기차를 잇따라 선보인다. 또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2021년 처음으로 파생 및 전용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024년 이후에는 전동화 라인업을 본격 확대한다.

기아차는 2021년 첫 번째 전기차 전용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2022년부터 승용, SUV, MPV 등 전차급에 걸쳐 신규 전기차 모델을 투입, 2025년 총 11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선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그런데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도 구체적인 배터리 전략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배터리 내재화 관련 전략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완성차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전기차에 탑재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는 여러 배터리업체를 인수해 자체 배터리 및 생산공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중국, 독일에 세워질 배터리셀 생산공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의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배터리의 가격을 낮춰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함이다. 이런 이유로 테슬라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도 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리튬이온, 전고체 등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며 “때가 되면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글로벌 주요 배터리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 우리의 독자적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면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가 될 준비는 마쳤지만 기존 협력관계에 만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과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좌부터) 고영은 현대차그룹 아키텍쳐 담당 상무,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파예즈 압둘 라만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장(부사장), 정진환 전동화개발실장 상무가 E-GMP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화상회의 화면 캡처)

비어만 사장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는 배터리 업체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가 목표한대로 친환경차 연간 판매량을 100만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약 25GWh의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7.5GWh 규모의 배터리셀 생산공장 3개가 필요한데 자체적으로 구축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실례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 잭슨 카운티에 배터리셀 공장을 세우고 있다. 조지아 1공장은 10GWh 규모로 건설돼 여러 단계를 거쳐 2025년까지 연간 20GWh의 생산능력을, 조지아 2공장은 연간 11.7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를 위해 26억달러(약 3조원)가 투입된다.

차세대 친환경차를 개발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자체 배터리셀 생산공장 구축 계획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를 잇따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출시되는 준중형 SUV 아이오닉5가 중심인 1차분 사업에는 SK이노베이션을, 2022년에 출시되는 중형 세단 아이오닉6이 중심인 2차분 사업에는 LG화학과 중국 CATL을 공급사로 선정했다.

현재는 오는 2024년에 출시할 대형 전기SUV 아이오닉7에 탑재할 배터리를 공급할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급규모는 10조원 규모인 1차분과 16조원 규모인 2차분을 합친 것보다 많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 공급사는 총 2곳이 선정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제조는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장기간 기술 개발과 양산 역량 축적이 필요해 단기간에 이뤄내기가 어려워 당분간 배터리 수요의 상당부분을 배터리 제조업체와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라인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