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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수소, 그린에너지 이상의 가치가 있다.

미래모빌리티연구소 김태년소장

  • 기사입력 2020.10.15 15:14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정부는 지난 해 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40년 수소경제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밑그림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은 모든 운송수단의 파워트레인을 수소연료전지로 전환함으로써 탈탄소화를 촉진하고, 수소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여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 2040년에 연간 부가가치 43조원과 42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업측면에서는 2040년까지 국내 수소차 290만대를 보급하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수소보급가격을 현행 kg당 8,000원에서 2040년 3,000원으로 인하하겠다는 계획도 포함시켰다.

그런데 환경론자들은 물론이고 에너지 전문가들조차 제기하는 반론 중 하나는 에너지 효율측면에서 ‘전기를 그냥 사용하면 되지 굳이 수소로 변환하여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전기를 써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투입할 수밖에 없고, 에너지 손실이 불가피하므로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수소 추출과정에 이산화탄소 등이 다량 배출되므로 온실가스 문제도 크다는 주장이다.

일면 맞는 말이지만, 전기든 수소든 다양한 생산방식에 따라 친환경성의 차이가 크고, 장기적으로 수력, 풍력, 태양광, 지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안고 있는 불규칙한 발전량과, 생산과 소비 시점 간 불일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소의 에너지저장(ESS) 기능을 감안하면 단순히 에너지효율과 친환경성만 갖고 논할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수소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엄청난 인프라 구축비용과 흔히 우려하는 안전성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수소는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지속가능성 등 국가에너지정책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정부는 수소의 주요 공급 방법으로 4가지(추출수소, 부생수소, 수전해, 해외수입)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석유화학이나 제철공장의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되는 약 5만톤의 부생수소는 산업시설의 에너지로 소비되고 있는 데다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장기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7,000만 톤의 수소가 생산되고 있는데, 전체 생산량의 76%는 천연가스, 23%는 석탄을 이용해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천연가스를 이용한 스팀매탄개질(SMR) 방식과 석탄을 이용한 석탄가스화 방식 이외에도 수소 생산방법에는 바이오매스의 가스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직접 수소생산, 폐기물을 이용한 가스화, 해조류를 이용한 생물학적 수소생산 등이 있으며, 호주 등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입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수소의 생산 대안별 장단점을 보면, 석탄 및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경제성은 우수하지만 이산화탄소(CO2)를 다량 배출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IEA에 의하면 석탄의 경우, 수소 1톤을 생산하면 약 20톤의 이산화탄소(CO2)는 물론, 황산과 같은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천연가스 추출방식에서도 약 9톤의 CO2가 발생하는데, CO2 포집 및 저장(CCS) 설비를 추가할 경우에는 단위당 생산비용이 상당히(수소생산비의 50~100%) 증가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에서도 문제가 많다.

다행히 최근에는 수소 추출과정에서 발생되는 CO2를 플라즈마공법으로 에너지화(DME)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장기적으로 이를 대체에너지로 사용할 경우, CO2 감축은 물론 생산원가를 상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할 경우 CO2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환경성 측면에서는 매우 우수하지만 다른 방식들에 비해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가스화력발전,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브라운수소)에는 전력의 생산 과정에서 CO2가 다량 발생하고 있어 완전 친환경에너지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석탄가스화 또는 천연가스개질 방식을 통한 수소의 생산(블루수소)보다 더 많은 CO2가 배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신재생 또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이용해 수소를 수전해 생산하는 경우(그린수소) CO2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입하는 방안은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호주와 같이 갈탄을 이용하는 경우 글로벌 차원의 온실가스 발생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수소 운송을 위해서는 높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수소 생산의 장단점들을 감안하여 정부는 전반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 정책과 환경정책, 산업정책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검토와 함께 수소 생산 및 공급방식에 대한 가장 친환경적이고 비용효율적인 대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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