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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폐차 재활용율 향상, 폐차업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

미래모빌리티연구소 김태년 소장

  • 기사입력 2020.09.16 15:58
  • 기자명 온라인팀

작년 한 해 국내에서 수명이 다되어 폐기된 자동차는 97만5,411대였다. 하루 2,672대가 폐차된 셈이다.

매년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에 폐차대수도 갈수록 늘 수 밖에 없다. 폐차가 늘어나면 그만큼 환경보호를 위한 재활용문제도 심각해지게 된다.

특히 배터리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폐차처리와 관련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폐차동차 처리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토부 자동차관리법에서 자동차해체 재활용업을 규정하고 있고, 재활용 의무와 관련해서는 환경부가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폐차업계는 국토부 산하에 있고,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은 환경부 소관 사항이니 서로 협조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이러다 보니 자동차업계에 추가적인 분담금을 부과하여 재활용에 필요한 소요비용을 지원토록 하는 폐자동차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도입을 정부가 추진했지만 지난 수년간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이해관계 차이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사실 자동차제작사들은 자원순환법에 따라 이미 폐차 재활용 시스템에 적합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단계에서는 재질‧구조개선 등을 통해 9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이미 설계하고 있고, 4대 중금속(납, 수은, 6가크롬, 카드뮴) 사용을 금지했으며, 폐차 처리단계에서는 재활용기술개발 및 폐차업자 등에게 기술지원 및 해체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폐차 가치보다 처리비용이 많이 들 경우에는 소비자로부터 무상으로 폐차를 회수하고 있다.

폐차의 재활용에 관여하는 업체로는 자동차관리법상의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와 자원순환법상의 파쇄재활용업자, 파쇄잔재물재활용업자, 폐가스류처리업자 등이 있으며, 자원순환법에서 각 주체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폐차업자는 폐자동차를 최대한 재활용하고 남은 폐자동차의 잔여 부분은 파쇄재활용업자 등에게 인계해 재활용되도록 해야 하며, 파쇄재활용업자는 인계받은 폐자동차의 잔여부분을 파쇄해 금속류 등을 최대한 회수하고 남은 파쇄잔재물은 파쇄잔재물재활용업자에게 인계해 재활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쇄잔재물재활용업자는 파쇄잔재물 중 금속류를 최대한 회수하는 등 재활용하거나 파쇄잔재물로부터 에너지를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각 단계별로 재활용 및 회수가 제대로 되는지 서면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실사와 과학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법체제 하에서는 자동차생산자가 폐차업계 가치사슬에 참여해 폐차 회수 및 처리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재활용 목표를 이행해야 하는 책임주체인 자동차제작사와 실제 폐차 처리 이행주체인 폐차업계가 상이함으로써 제작사가 재활용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과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폐차업계가 비유가성 물질을 선별 분리하지 않고 폐기 처리할 경우 자동차업체들은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으며, 따라서 재활용율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다.

또한 적정 재활용업체로 인계하지 않고 불법으로 처리할 경우에도 최종 책임은 자동차제작사가 져야 하는 불합리성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하에서 회수율이 부진한 비유가성 물질 처리비용을 자동차업계에 부담시키겠다는 것은 재활용율 제고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폐차 재활용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전국적으로 공식업체만 해도 600여개나 되는 폐차장이 난립하고 있어 폐차 매집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폐차의 부적정 처리 등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폐차 전체에 대한 유가성을 고려하지 않고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유가성 물질에 대한 비용만을 자동차업계에 부담시키는 EPR 도입 경우, 유가성 폐기물의 수익성만을 보고 폐차업계가 더욱 난립하게 되고 폐차업계간 경쟁이 심화되어 재활용 비용 상승과 이에 따른 자동차업계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폐자동차 재활용목표 95%는 자동차업체, 폐차업체, 슈레더업체 등 폐차처리 생태계의 각 주체가 공동으로 노력해서 달성해야 하는 정책 목표이다.

이를 위해 폐차 및 폐차 잔재물이 기준에 따라 처리되고 적정 재활용업체에게 인계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폐차가 적정 재활용업체에게 100% 인계될 경우, 재활용비율 96% 달성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현재 재활용율은 9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영세 폐차업계가 난립하지 않도록 폐차업계를 현대화, 대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재활용업체들에게 적정한 환경(시설)기준과 재활용기준을 제시하고 재활용업계 스스로 재활용 능력을 향상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잔존 경제가치가 없는 물질의 재활용기술 개발과 관련, 폐차 잔재물을 파쇄하여 철, 비철을 분리 선별한 후 다시 한번 파쇄해 유리, 플라스틱 등을 추가로 분리, 선별하는 슈레더기술 고도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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