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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부회장, 진짜 경영능력 이제부터 검증받는다.

  • 기사입력 2019.10.25 16:12
  • 최종수정 2019.10.25 16:21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취임 1년이 지나면서 현대차그룹의 변화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정몽구회장을 보좌한다고는 했지만 그룹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한다고 했다. 실질적인 그룹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 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시작됐다. 오랜기간 그룹을 움직여온 김용환부회장, 양웅철부회장, 정진행사장이 고문이나 계열사로 물러나고 새로운 젊은 인물들로 그 자리가 채워졌다.

정부회장은 취임 직후 미래차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로 우선 조직의 체질개선에 나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폭스바겐그룹 브래드체험관 총 책임자였던 코넬라이슈라이더를 고객경험본부내 스페이스이노베이션담당 상무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기 시작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담사장을 현대차그룹 사상 최초의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취임 1년간 현대차그룹을 이끌어 온 인사들의 자리를 50대 중후반 및 60대 초반의 젊은 사장으로 교체, 사장 이상 임원의 평균 연령이 57.9세로 크게 젊어졌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실은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 카림 하비브, 그레고리 기욤, 필리포 페리니 등 쟁쟁한 멤버들을 모두 영입,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군단을 거느렸다.

조직문화도 그동안 경직된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 조직문화로 바꾸었고, 매니저, 책임매니저 등 그룹 직원 호칭을 간소화하고 면접에도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등 실무형으로 프로세스를 모두 바꾸었다.

거대한 그룹사를 유연한 사고와 보고시스템으로 팀웍이 짜여진 실리콘밸리형으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버지인 정몽구회장이 품질경영으로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던 반면, 인재중심 경영으로 급변하는 자동차산업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부회장은 조직 개편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미래차 기술 선점을 위한 토대마련에 중점을 뒀다.

환경대응 차량과 자율주행에 대한 투자 확대로 세계시장의 변화를 수용하고자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액이 전년 대비 50%나 증가했다.

개발실력을 확실하게 키워 비슷한 차량을 싸게 만들어 세계 5위에 올랐던 기존의 ‘뒤쫓기 전략’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정부회장은 지난 22일 양재동 본사에서 가진 1,200여명의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미팅에서 “현대차는 지난 5-10년 기간동안 정체기였다. 앞으로는 직원 개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는 정몽구회장이 이끌어 온 기존 경영에 대한 부정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기간은 아버지인 정몽구회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러 온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2015년 801만대를 정점으로 2018년에는 740만대까지 떨어졌다. 현재 가까스로 세계 5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4일 발표한 2019년 1-9월기간 결산을 보면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대수가 322만9,669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만3,087대, 4.0%가 줄었다.

반면, 매출액은 77조9,223억 원으로 6조3,402억 원. 8.9%가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조4,411억 원으로 27.1%, 순이익은 2조4,136억 원으로 30.6%가 늘었다.

3분기 세타2 엔진 리콜비용 6천억 원이 계상됐지만 실질적인 수입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기아차는 204만3,780대를 판매, 2만9,599대, 1.4%가 줄었으나 매출액은 42조405억 원으로 1조3,439억 원. 3.3%가 늘었다.

또 영업이익은 1조4,192억 원으로 6,437억 원. 83.0%, 순이익은 1조4,803억 원으로 4,187억원. 39.4%가 증가했다. 기아차 역시 리콜비용 3천억원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됐지만 영업익과 순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확실히 정부회장체제 하에서 현대.기아차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 세단인 신형 쏘나타와 K7의 판매 확대와 가격대가 높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출시, 그리고 소형 SUV의 판매 증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정수석부회장 취임 전인 2018년 4분기까지 6분기 연속으로 이익감소가 계속돼왔다.

고질적인 노사관계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엘리엇이 현대차 주식 3%를 취득하고 주주환원과 성장투자를 요구한 게 계기가 됐다.

현대차 노조는 매년 임금인상을 강하게 요구해오면서 노사갈등이 일상화돼 왔지만 2019년에는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이 타결됐다.

현대차 노조는 주주의 존재와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 국내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심각한 경영 및 고용불안을 보고는 파업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결과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시각이 많다. 앞으로의 싸움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토요타자동차그룹을 이끄는 토요타 아키오사장은 100년 만에 닥쳐온 최대의 변화과 맞닥뜨리고 있다며 직원들의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회장은 지난 9월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앱티브(구 델파이 오토모티브)와 자율주행 기술개발 부문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커넥티드, 자율주행, 차량공유, 전동화를 일컫는 이른바 ‘CASE’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술을 폭넓게 받아 들여야 한다며 사상 최대규모인 20억 달러(2조3,900억 원)의 출자를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에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규모를 2018년에 비해 47% 증가한 8조8,000억 원으로 늘리고 연료전지차(FCV)와 전기자동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는 결코 녹록치 않다. 향후 7-8년 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리고 기존 인력과 외부 영입 인력간의 조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등 정 부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규모나 수익성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토요타자동차가 소프트 뱅크 등 일본내 유력 업체들과 제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행보는 느리기만 하다.

때문에 현대차가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 부문에서 선두에 설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회장의 리더쉽이 지금부터 검증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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