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오토데일리 최태인 기자]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들여온 쉐보레 중형 SUV 이쿼녹스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쉐보레가 올해 내놓은 두 번째 신차인 이쿼녹스는 먼저 출시된 크루즈나 임팔라 등과 같이 현대 싼타페나 르노삼성 QM6 등 경쟁 국산차종에 비해 가격이 훨씬 높게 책정됐다.
쉐보레의 신모델들은 늘 가격 논란에 휩쌓인다. 경쟁모델과 비슷한 수준도 아닌 비교가 안되는 턱없이 높은 가격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왜 이런 가격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제품력 자체만으로 보면 경쟁모델에 비해 크게 비싸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미국공장에서 들여오는 경우는 물류비 등 운송과정에서 발생되는 추가비용으로 인해 일정 부분 가격이 높을 수도 있다. 이는 스페인이나 터키에서 차량을 들여오는 르노삼성의 QM3나 클리오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이유는 기본으로 장착된 사양구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산차들은 좀 더 싸게 보이기 위해 기본 적용 사양을 최소화해 가격을 대폭 낮추는게 일반적이다.
트림을 다양화해 가격대에 따라 필요로 하는 사양들을 옵션형태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지엠이 내놓은 이쿼녹스는 가장 낮은 트림부터 고급 트림까지 대부분의 사양들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때문에 기본 트림의 사양구성이 고급트림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경쟁차종과 비교해도 액면가격에서는 싼타페나 QM6와 큰 차이가 있지만 적용된 사양까지 감안하면 거의 비슷하거나 이쿼녹스가 앞서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이쿼녹스와 경쟁모델인 현대 싼타페, 르노삼성 QM6의 모델별 사양 및 가격을 비교해 보면, 먼저 이쿼녹스 LS 트림의 시판가격은 2,987만 원으로 싼타페 모던트림의 2,895만 원과 QM6 SE 트림 2,770만 원보다 100~200만 원이 더 비싸다.
하지만 주요 안전 및 편의사양이 이쿼녹스에는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된 반면, 싼타페와 QM6는 상위트림에서도 기본이 아닌 옵션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액티브 에어로 셔터 시스템(30만 원)과 햅틱 시트 시스템(50만 원)이 이쿼녹스에는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되지만 싼타페와 QM6에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또, 안전사양인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저속 자동긴급제동,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이쿼녹스에는 전 트림 기본 적용되지만 현대 싼타페는 105만 원의 '스마트센스 패키지1'을 선택해야만 가능하다.
편의사양인 하이패스룸미러, ECM룸미러, 스마트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역시 사양가격 40만 원 정도로 이쿼녹스에는 기본 적용되지만 QM6나 싼타페는 상위 트림에만 기본 적용된다.
때문에 동일 트림에 적용된 사양가치를 비교해 보면 이쿼녹스가 싼타페나 QM6보다 총 225만 원 가량의 사양가치가 더 높아 가격대비 제품가치에서는 오히려 더 높을 수도 있다.
QM6 SE 트림의 경우, 225만 원의 사양 가치를 탑재하게 되면 사양대비 가격에서는 이쿼녹스가 8만 원 더 저렴하고 이보다 사양을 세가지 더 기본으로 탑재한 싼타페 모던은 이쿼녹스보다 83만 원이 더 비싸다.
또, 싼타페를 이쿼녹스와 같은 사양으로 구성하면 모던 트림에 '7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70만 원)'와 '스마트센스 패키지1(105만 원)'을 더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싼타페의 실제 구입가격은 3,070만 원으로 약 100만 원 가량 비싸진다.
한국지엠측은 이쿼녹스는 기본 가격이 높지만 안전 및 편의사양을 대부분 기본으로 탑재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사양들이 기본으로 장착됨으로써 비선호 사양을 억지로 선택해야 하는 불합리한 면도 없지 않다.
국내시장에 들여오는 모델이 미국 현지모델보다 더 고급사양들이 적용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지엠은 미국에서의 LS, LT트림을 국내에서는 한단계 높은 LT, 프리미어 트림으로 도입, 판매하고 있다.
쉐보레 관계자는 “미국에서 기본 모델에 안전 및 편의사양을 보강해 만든 이쿼녹스가 시작가부터 비싼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수입모델이라는 점에서 트림 구성을 간결하게 하고 선택옵션은 AWD시스템 하나만 남겨둬 기본으로 구성된 사양이 풍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로 가격대비 제품력이 경쟁모델에 뒤쳐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