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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남자의 가족을 위한 이유있는 선택, 혼다 파일럿

  • 기사입력 2018.02.12 06:17
  • 최종수정 2018.02.12 16:14
  • 기자명 차진재 기자

[M 오토데일리 차진재기자] 포드 익스플로러가 군림하고 있던 수입 대형 SUV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강력한 파워와 넓은 실내 공간을 앞세운 혼다의 대형 SUV 파일럿이 국내서도 큰 인기를 끌며 소리 소문 없이 괄목할 성장을 이어온 것. 2016년 801대에 그친 파일럿의 연간 판매량은 작년 1,381대로 껑충 뛰며 전년 대비 무려 72,4%나 성장했다. 

파일럿이 단순 우람한 체구만 내세울 줄 아는 무식한 대형 SUV였다면 까다로운 국내 시장에서 빛을 발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파일럿에겐 분명 경쟁 모델이 갖추지 못한 '무언가'가 존재했다. 

남심을 사로잡는 강렬한 디자인과 안정적인 주행능력이 안겨주는 듬직함, 함께 타는 가족들을 배려할 줄 아는 넓은 실내 공간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눈길 가는 강렬한 디자인 

혼다 파일럿의 디자인은 세대교체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전 2세대 모델보다 훨씬 강렬하고 세련됐다. 전면부는 길고 직선형의 반짝이는 크롬바가 적용됐으며, 그 위로 위치한 'ㄱ'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은 강인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완성시키는데 한몫을 차지했다.

후면부 역시 직선형을 강조한 디자인을 적용해 앞뒤 조화를 이끌어낸 것이 특징이며, 머플러팁은 차체 아래로 향하고 있어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 

 

화려함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둔 실내 구성 

차 안으로 들어가니, 파일럿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색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이 차는 절대 화려한 분장으로 승부를 거는 차가 아니었다.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돋보였다. 

직관적인 버튼배열과 간편 터치 방식의 8인치 스크린, 버튼 하나로 시트를 접을 수 있는 '2열 워크인 스위치', 우수한 시인성을 자랑하는 계기판까지. 처음 차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었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내비게이션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8인치 스크린이다. 저가형 모니터에 주로 사용되는 감압식 터치가 아니라, 가벼운 터치로 인식되는 멀티 터치 방식으로 사용감이 매우 우수했다. 또한 운전자가 보기 편하도록 스크린을 비스듬이 기울여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반면 아쉬운점도 공존했다.멀티 터치 기반의 스크린을 마련한 것은 좋은 시도로 판단되지만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카플레이 등과 같은 최신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커넥티드 시스템을 제공한다면 사용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 특성상 먼지와 지문 번짐이 심하게 묻어난다.   

고급스러운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를 실내 곳곳에 적용해 은근한 멋을 부리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다만, 소재 특성상 먼지와 지문 번짐 등의 우려를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넓은 실내 공간은 파일럿이 갖는 강점 중 하나다. 늘어난 휠베이스와 더 커진 차체는 8명이 탑승해도 여유로울 정도로 넓은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경쟁 모델인 익스폴로러와 비교해도 실내공간은 파일럿의 승리다. 2·3열 폴딩시 적재공간은 익스플로러가 2312L,파일럿이 2376L로, 파일럿이 63L나 더 크다. 차내 곳곳 수납공간과 컵홀더를 마련해 공간활용도를 높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3열은 탑승 공간 확보를 위해 카고 볼륨을 줄여 보다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으며, 필요에 따라 히든카고와 툴 카고 모드로 변경이 가능하다. 

실내 구성에 한 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파노라마 방식이 아닌 일반 크기의 선루프가 적용돼 개방감이 덜하다. 

 

부족함없는 파워와 안정적인 주행질감

파일럿을 타보기 전까진 대형 SUV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민첩하지 못하고 둔할 것이라는, 그리고 정숙성과 주행감이 비교적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파일럿이 제공하는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파일럿은 혼다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3.5리터(3,471cc) V6 i-VTEC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함께 맞물리며,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2톤이 넘는 커다란 차체에도 불구하고 출력 부족으로 인한 답답함은 느껴보기 힘들었고, 가솔린 엔진이 전해주는 부드러운 주행감과 정숙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투박하고 남성적인 느낌만 묻어나는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점잖은 엔진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속페달을 밝고 또 한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스포츠카나 세단의 치고나가는 맛과는 다른 매력이 묻어났다. 흔들림없이 안정적으로 속력이 붙으며 운전자와 신뢰관계를 형성해나갔다. 가속능력도 일상적인 주행환경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차의 진가는 코너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능형 전자식 구동력 배분 시스템(VTM-4 : Variable Torque Management 4-Wheel Drive System)과 좌우 바퀴의 토크 분배를 원활하게 해 언더스티어 현상을 억제해주는 토크 벡터링 기능이 급커브 구간에서도 차량을 안정감있게 잡아준다. 

파일럿의 연비는 복합 기준 8.9km/l(도심 7.8km/l, 고속 10.7km/l)다. 시승 기간 동안 약 340km의 거리를 주행했다. 매우 복잡한 서울 시내 주행의 경우 리터당 5km 내외, 고속 주행에서는 리터당 9km 내외의 연비효율을 보였다. 총 340km주행 결과, 복합 리터는 8km내외의 실연비가 측정됐다. 급가속과 급제동이 잦은 도심 운행을 주로 하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큰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는 아닌듯 하다. 

주행 안전에 도움을 주는 혼다의 최신 안전 기술 패키지 혼다 센싱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기술에는 도로이탈 경감 시스템(RDM),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LDW),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 차간거리유지가 가능한 정속 주행장치(ACC),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FCW), 추돌경감제동시스템(CMBS), 사각지대 모티터, 멀티앵글 후방카메라 다이내믹 가이드 라인 등이 포함된다. 특히 차선유지보조시스템은 자칫 커다란 덩치로 인해 운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운전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 파일럿은 분명 눈에 보여지는 겉모습보다 내실을 갖춘 차다. 구매할만한 이유와 상품성를 갖췄다는 의미다. 작은 부분에서도 섬세한 배려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차량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이는 내 가족을 위한 차량을 찾는 가장들에게 좋은 선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내 가족을 지켜줄 듬직한 SUV를 찾고 있다면, 혼다 파일럿을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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