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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불안한 고급차 ‘제네시스’...판매. AS 독립 못하고 정체성도 오락가락

  • 기사입력 2018.01.15 16:15
  • 최종수정 2018.01.16 07:28
  • 기자명 이상원 기자
제네시스가 독립된 고급차 브랜드로서의 정체성 확립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M 오토데일리 이상원기자] '아직은 불안하다'.

출범 2년이 지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 성적은 그리 나쁘지도, 그렇다고 안심할 만큼 견고하게 자리를 잡은 상태는 아니다.

게다가 독립된 고급차 브랜드로서의 정체성 확립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제네시스만의 전용공장도 없고 전시장 등 판매 네트워크 등이 별도로 독립되지도 못하고 현대차와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특별한 제작 기술이나 제네시스만의 고급 소재도 없고, 고급차 브랜드로서의 특별한 스토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

출범 2년이 지난 제네시스 브랜드의 현 주소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판매실적만 보면 그래도 괜찮은 성적표다. 공식 출범 첫 해인 2016년 글로벌 판매량은 7만3,726대를 기록했다. 첫 모델인 G80과 플래그 쉽인 EQ900 단 두 개 차종으로 국내와 미국, 그리고 중동 일부에서만 판매한 수치다.

2017년에는 작년대비 1.5% 가량 증가한 7만4,855 대에 그쳐 그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10월부터 합류한 세 번째 모델인 G70이 4,554 대가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스럽다.

제네시스는 미국에서는 2만594 대로 전년대비 196%나 늘었지만 국내에서는 5만1,661 대로 32.8%나 줄었다.

엄밀히 말하면 국내에서 판매가 부진했다기보다 EQ900이 출시 첫 해에 너무 세게 달린 결과였다.

지난해 G80의 판매량은 7.4%가 줄어든 3만9762 대였으나 EQ900은 1만2,300 대로 무려 47.3%나 감소했다. 지난해에 제네시스의 실력이 제대로 평가된 셈이다.

지난해 9월부터 제네시스의 세 번째 모델인 G70이 합류, 국내시장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G70 출시로 현대차가 출범 당시 출시를 예고했던 2020년까지 총 6개 라인업 중 절반을 갖추게 된 셈이다.

여기에 올해 말에는 제네시스의 네 번째 모델은 풀사이즈 SUV인 프로젝트명 ‘JX’가 제네시스 라인업에 합류한다.

이 차는 BMW X5나 렉서스 RX와 경합을 벌이게 될 모델로, 국내에서는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북미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G70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는 1만5천 대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제네시스 3개 차종의 연간 글로벌 판매량은 9만5대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 외에 프리미엄 중형 SUV와 럭셔리 스포츠 쿠페가 2019년과 2020년 제네시스 라인업에 합류하게 되며 이 후 친환경 라인업의 전기차 버전 출시도 계획돼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로는 202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량이 15만 대에서 많아야 17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가 빠른 시일내 완전 독립운영돼야 하고 제네시스만의 브랜드 정체성이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기획 및 마케팅 등의 업무를 기존 현대차 조직에서 분리, 정의선부회장 직속의 제네시스 전략 담당 피츠 제럴드전무가 총괄하고 있지만 영업과 AS등 핵심부문은 여전히 현대차 브랜드와 공존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특별함을 어필하기 위해 서울 도산대로에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스타필드 하남에 제네시 전용 브랜드 전시관을, 영동대로에 제네시스 강남 1호점을 잇따라 오픈했으나 기능이나 역할이 중복돼 있을 뿐 이렇다할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시장 및 AS망 분리다. 평균 구입가격대가 6천만 원에 달하는 제네시스 차량을 구입하면서 1천만 원대의 엑센트나 코나 등 저가 차량 고객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어떤 소비자가 제네시스를 찾겠는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경우, S클래스와 마이바흐, AMG 등 최고가 모델에 대해서는 최고급으로 꾸며진 별도의 플래그쉽 전시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판매망을 독립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대차 판매노조의 반대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는 여전히 새로운 전시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해외시장인 미국에서도 브랜드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까지 현대차 브랜드와 같은 전시공간에서 판매해 오다 올해부터 별도 전시장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지만 기존 딜러들의 반발에 부딪쳐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현대차와 완전히 다른 조직과 인력으로 출발하지 못한 후유증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도, 범용브랜드도 아닌 어정쩡한 브랜드로 고착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판매량에 연연하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한 단계씩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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